백신 해결사로 직접 나선 文대통령…모더나 CEO와 파격 통화(종합)

기사등록 2020/12/29 21:01:40

최종수정 2020/12/29 21:03:22

관례 넘어 기업 대표와 통화…백신 2배 공급 성사

백신 실패론 이틀 연속 직접 대응…"차질 없다" 진화

靑 "실무급 협상 어려움에 강한 해결 의지 보여"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스테판 반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와 화상 통화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20.12.2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스테판 반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와 화상 통화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20.12.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태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다국적 제약사 최고경영자(CEO)와 직접 통화로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나선 것은 국민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물량 확보를 비롯해 접종 시기까지 주변 아시아국가와도 비교 열세에 놓였다는 비판 여론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 대통령이 외교적 의전 관례를 뛰어넘어 백신 제약사 대표와 직접 소통하는 부담을 무릅쓰고 제약사 대표를 설득했다는 점에서 백신 물량 확보를 위한 문 대통령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쟁을 방불케 하는 백신 협상전에 어려움이 있자 해결사로 직접 등판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8일 오후 미국 기반의 다국적 제약사 모더나의 스테파네 반셀 CEO와 화상 통화를 갖고 코로나19 백신 1000만명분(2회 접종·총 2000만 도즈)을 추가 공급하는 데 합의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29일 브리핑에서 전했다.

문 대통령은 반셀 CEO와의 27분 간 통화에서 기존 모더나가 한국과 협의 중이었던 1000만명분(2회 접종·총 2000 도즈) 백신 공급 외에 1000만명분(총 2000 도즈)을 추가 공급키로 구두 합의했다. 아울러 당초 내년 3분기 공급 예정이었던 협의 물량(1000만명분)과 이번 통화로 추가 확보한 1000만명분을 더해 총 2000만명분을 2분기부터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또 이번 통화를 통해 모더나와 국립감염병연구소 사이의 백신 보호물질의 임상 시험 등을 위한 공동 연구개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국내 기업의 모더나 백신 위탁 생산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모더나 백신이 거두고 있는 성공과 긴급사용승인을 축하하며, 코로나 극복의 희망이 되고 있는 것에 대해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반셀 CEO는 "조기 공급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한국 정부가 빠른 계약 체결을 원하면 연내에도 계약이 가능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토록 문 대통령이 백신 확보를 위해 발벗고 나선 것은 신속한 검사와 격리, 치료를 바탕으로 한 기존 K-방역의 앞선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예방과 면역 단계의 최우선 진입 목표로 분위기 반전에 나선 선진국 방식도 병행 가능하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도 해석된다.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스테판 반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와 화상 통화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20.12.2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스테판 반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와 화상 통화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20.12.29. [email protected]
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 수석 비서관·보좌관 회의에서 백신에 대한 일각의 우려에 적극적인 해명을 한 바 있다. 수보회의 공개 발언으로 '백신 실기론'에 처음 대응했던 문 대통령이 직접 백신 확보를 시도한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전날 "우리나라가 백신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거나, 접종이 늦어질 것이라는 염려가 일각에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당초의 방침에 따라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K-방역의 성공 요인으로 흔히 신속한 검사(Test)-추적(Trace)-치료(Treat)로 이어지는 3T를 꼽는다. K-방역의 3T(Test·Trace·Treat)는 이미 세계의 표준이 됐다"며 국내 방역 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을 나타내기도 했다.

백신 접종 중심의 방역 정책보다 국내 확진자 발생 추이를 우선 꺾는 방역 정책이 우선이라는 정부의 정책 방향성이 충분한 공감을 얻지 못하자 백신 수급에 문제가 없다는 메시지를 직접 발신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과 모더나 반셀 CEO와의 통화 성사에 대한 정확한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이 세계적인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이라는 이미지를 활용한 모더나 측의 홍보 전략의 일환이었을 수 있다는 시각과 백신 물량 확보를 위해 문 대통령이 해결사 역할을 자처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교차한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2020.12.29. 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2020.12.29. [email protected]
실제로 문 대통령은 전날 "돌발상황을 대비한 추가 물량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며 백신 수급을 위한 대통령 차원의 노력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국면에서 한국이 개발한 진단 키트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을 당시에는 각국으로부터 쇄도하는 정상통화 요청을 수락하고,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한 바 있다. 정상 통화 이후 각 정부 방역 당국간 협조가 이뤄지는 '톱다운' 방식으로 진단 키트 협력이 이뤄졌었다.

따라서 이번 통화에서처럼 기업체 대표와 직접 소통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 세계가 백신 확보전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자 문 대통령이 더 늦기전에 외교 관례라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직접 챙긴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백신 추가 확보와 관련된 내용을 브리핑하게 된 의미를 설명해달라는 질문에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글로벌 기업 CEO와 화상 통화를 했고,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다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정부 부처 실무 단위에서 백신 추가 확보 협상에 어려움이 있다는 보고를 받은 뒤, 자신이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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