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재난지원금 소비효과 두고 공방
KDI "100만원 받아 30만원 썼다" 분석에
경기도는 "10만원 받고 18만원 써" 주장
경기도, 다소 무리한 추정 방식 사용했지만
단순히 '소비진작 효과 없다' 단정엔 한계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해진 첫날인 13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2020.05.13. dadazon@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0/05/13/NISI20200513_0016321923_web.jpg?rnd=20200513160040)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해진 첫날인 13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2020.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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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 위용성 기자 = 전 국민에게 지급된 1차 긴급재난지원금을 두고 국책연구기관과 경기도간의 완전히 상반된 연구 결과가 화제입니다. "100만원 받아 실제로 소비지출로 쓰인 돈은 30만원"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발표가 나오자마자 경기도에선 "10만원 받고 8만원을 더 써, 총 18만5000원 소비효과가 나타났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것이죠.
잠시 시간을 되돌려 올해 5월로 가보겠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총 14조2000억원 규모의 재난지원금을 사용기한과 사용처를 제한(백화점·대형마트 등 제외)하는 방식으로 전국 모든 가구에게 최대 100만원(4인 가구)씩 지급한 바 있습니다.
정부의 국고 지원과 별개로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들도 자체 재원을 활용해 갖가지 명칭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했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였던 건 이재명 경기도지사였죠. 경기도는 정부보다 먼저 4월부터 도민 1300만 명에게 1인당 10만원을 지급한 바 있습니다.
특히 이 재난지원금이 국내에서는 전례가 없던 '현금성 보편적 지원'이었다는 점이 더욱 관심을 끌었습니다. 당시 없는 살림(본예산)에 추가경정예산을 꾸려가며 돈을 마련해야 했던 만큼, 선별지급(기획재정부)과 보편지급(여당)을 두고 정치적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었죠. 역시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지사가 보편지급의 선봉 역할을 했었습니다.
이번 재난지원금과 같은 '보편 지급'의 효과는 부정하는 쪽이나 옹호하는 쪽 모두에게 민감한 주제라는 것이죠.
KDI "최대 36만원만 사용" vs 경기도 "18만원 더 써"
시작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23일 발표한 '1차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의 효과와 시사점' 보고서입니다. KDI는 앞서 행정안전부의 용역을 받아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효과 분석' 연구를 수행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나온 수치들을 활용해 이번 보고서를 낸 것이죠.
KDI는 연구 결과 사용가능업종에서 재난지원금을 통해 증대된 카드매출액은 총 4조원 규모라고 발표합니다. 이는 투입된 예산 대비 약 26.2~36.1% 수준입니다. 100만원을 받아 많게는 36만1000원까지 돈을 쓰고 나머지 63만9000원은 안 쓰고 아꼈다는 것입니다.
사용 기한이 정해져있는데 어떻게 아끼느냐고요? 나라에서 준 100만원으로 '대체 소비'를 하니 그만큼 원래 지갑에 들어있던 돈은 안 쓰고 그대로 둘 수가 있죠. 그러니까 재난지원금 100만원은 다 썼겠지만 수중에 있던 70여만원은 아낄 수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축산물 소비가 증가한 가운데 23일 한국소비자원이 국내산 돼지고기 및 쇠고기 6개 품목의 지난달 판매 가격을 조사한 결과 전월에 비해 큰 폭 상승했다. 돼지고기는 목살과 삼겹살 판매 가격이 전월 대비 각각 19.8%, 17.5% 올랐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 내 한 정육점의 모습. 2020.06.23. dadazon@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0/06/23/NISI20200623_0016421029_web.jpg?rnd=20200623103838)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축산물 소비가 증가한 가운데 23일 한국소비자원이 국내산 돼지고기 및 쇠고기 6개 품목의 지난달 판매 가격을 조사한 결과 전월에 비해 큰 폭 상승했다. 돼지고기는 목살과 삼겹살 판매 가격이 전월 대비 각각 19.8%, 17.5% 올랐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 내 한 정육점의 모습. 2020.06.23. [email protected]
이번엔 경기도가 받아칩니다. 경기도는 1300만 명 도민이 받은 재난지원금에 도의 재난기본소득을 합친 5조1190억원의 효과를 분석했는데, 이 결과 총 7조7444억원의 소비지출이 일어났다고 발표했습니다.
투입 재원 대비 1.51배, 즉 151% 수준이라는 것이죠. 여기서 그치지 않고 경기도는 재난지원금이 아예 없었을 경우를 가정해 효과를 분석합니다. 그 결과 투입 예산 대비 1.85배, 즉 185%의 소비 진작 효과가 났다는 것입니다.
두 연구 결과가 상반되는 이유는 당연히 추정 방식에 있습니다.
경기도는 재난기본소득이 지급되기 시작한 4월12일부터 8월9일까지 발생한 소비지출액 79조7375억원에서 1년 전 같은 기간의 소비지출액(70조9931억원)을 단순하게 제하고 나온 7조7444억원을 재난지원금의 소비 진작 효과라고 봤습니다.
즉 코로나19 확진자 증가·감소 추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조정, 지연 소비,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를 비롯한 정부정책 효과 등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요소들이 '재난지원금의 효과'라는 단 하나로 섞인 셈이죠.
게다가 경기도가 재난지원금이 지급되지 않았을 경우를 가정해 비교했다는 값 역시 다소 무리한 추정이 사용됐습니다. 발표 자료를 보면, 경기도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가 급격히 줄었던 2월16일부터 4월12일까지의 소비추세를 분석했습니다. 이 기간 전년 동기 대비 2665억원이 감소했는데, 경기도는 '이 감소세가 8월9일까지 지속된다'는 가정을 합니다.
하지만 이 가정엔 문제가 있습니다. 당시 민간소비 증감률을 따져보겠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지수는 3월에 전월 대비 0.9% 감소했지만 4월에는 5.3%나 반등합니다. 5월에는 4.6%, 6월에는 2.3% 증가합니다. 7월(-6.0%)에 다시 감소로 전환하기 전까지 소비는 계속 회복세였던 것입니다.
전년 동월 대비로 보면 4월(-2.2%)까지 감소하던 소비는 5월 1.7% 증가로 돌아섭니다. 1년 전, 그러니까 코로나19 위기 이전 수준으로 소비가 회복됐다는 것입니다.
1차 확산이 끝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방역으로 전환되면서 4월부터는 소비 심리가 회복하기 시작한 것이죠. 2, 3월에 쓰지 못하고 미뤄뒀던 소비 지출을 4월부터 늘렸을 수가 있습니다. 자동차 개별소비세 70% 인하 조치 등 정부의 진작책도 소비를 부추겼을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 재난지원금이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재난지원금의 경제적 효과' 하나로 단정하는 건 다소 무리임이 분명합니다.
투입 재원 대비 1.51배, 즉 151% 수준이라는 것이죠. 여기서 그치지 않고 경기도는 재난지원금이 아예 없었을 경우를 가정해 효과를 분석합니다. 그 결과 투입 예산 대비 1.85배, 즉 185%의 소비 진작 효과가 났다는 것입니다.
경기도의 숫자는 '재난지원금'만의 효과 아냐…한계 분명
경기도는 재난기본소득이 지급되기 시작한 4월12일부터 8월9일까지 발생한 소비지출액 79조7375억원에서 1년 전 같은 기간의 소비지출액(70조9931억원)을 단순하게 제하고 나온 7조7444억원을 재난지원금의 소비 진작 효과라고 봤습니다.
즉 코로나19 확진자 증가·감소 추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조정, 지연 소비,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를 비롯한 정부정책 효과 등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요소들이 '재난지원금의 효과'라는 단 하나로 섞인 셈이죠.
게다가 경기도가 재난지원금이 지급되지 않았을 경우를 가정해 비교했다는 값 역시 다소 무리한 추정이 사용됐습니다. 발표 자료를 보면, 경기도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가 급격히 줄었던 2월16일부터 4월12일까지의 소비추세를 분석했습니다. 이 기간 전년 동기 대비 2665억원이 감소했는데, 경기도는 '이 감소세가 8월9일까지 지속된다'는 가정을 합니다.
하지만 이 가정엔 문제가 있습니다. 당시 민간소비 증감률을 따져보겠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지수는 3월에 전월 대비 0.9% 감소했지만 4월에는 5.3%나 반등합니다. 5월에는 4.6%, 6월에는 2.3% 증가합니다. 7월(-6.0%)에 다시 감소로 전환하기 전까지 소비는 계속 회복세였던 것입니다.
전년 동월 대비로 보면 4월(-2.2%)까지 감소하던 소비는 5월 1.7% 증가로 돌아섭니다. 1년 전, 그러니까 코로나19 위기 이전 수준으로 소비가 회복됐다는 것입니다.
1차 확산이 끝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방역으로 전환되면서 4월부터는 소비 심리가 회복하기 시작한 것이죠. 2, 3월에 쓰지 못하고 미뤄뒀던 소비 지출을 4월부터 늘렸을 수가 있습니다. 자동차 개별소비세 70% 인하 조치 등 정부의 진작책도 소비를 부추겼을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 재난지원금이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재난지원금의 경제적 효과' 하나로 단정하는 건 다소 무리임이 분명합니다.
![[서울=뉴시스]](https://img1.newsis.com/2020/12/24/NISI20201224_0000662741_web.jpg?rnd=20201224170418)
[서울=뉴시스]
때문에 KDI는 재난지원금만의 효과를 추정하기 위해 이런 자연적 소비 회복세는 물론 소비심리 회복, 이연 소비 효과, 금리 및 자산가격 등 거시경제 여건의 변동 등 기타 여건들을 통제하고 계산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도 "그런 요인까지 걸러낸 결과는 아니"라면서 한계를 일정 부분 인정했습니다.
재난지원금 효과, 소비 진작으로만 평가해선 안 돼
거시경제 전반에 미치는 승수효과는 1년 정도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KDI가 발표한 결과만 갖고 '재난지원금의 효과는 사실상 없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KDI 역시 이 점을 보고서에 명시하고 있고요.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재난지원금의 효과를 단순히 소비 진작으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100만원 중 30만원만 썼다고 해서 나머지 70만원은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는 거죠. 어찌됐건 가계 소득의 일부로 들어가 코로나19 이후 임금 상승 지연, 무급 휴직, 매출 감소, 휴·폐업 등으로 감소했을 소득을 채워주는 역할을 하니까요.

물론 경기 부양책이 아니라 소득 보전이 목적이었다면 왜 굳이 모든 국민에게 지급했느냐는 문제는 남아 있습니다. 말 그대로 코로나19 이후 실제 피해를 입은 사람, 소득이 줄어든 사람에게만 선택적으로 줘야 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이런 재정 투입이 국채 발행이나 향후 정부의 세수 확충 시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더욱 말이죠.
하지만 당시 상황을 다시 따져볼 필요도 있습니다. 당초 기재부는 소득 하위 70%에게만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여기저기서 논란이 터져 나왔죠. 소득 하위 70%를 무엇으로 어떻게 걸러낼 것이냐입니다.
혹은 소득 기준 경계선에 걸쳐 있어도 코로나19로 당장 피해가 더 큰 사람은 어떡하느냐는 불만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소득 하위 70%에 속하더라도 공무원이라면 코로나19가 당장 벌이에는 전혀 타격이 없죠.
올해 시도된 재난지원금 사례는 우리 사회에 '보편지원이냐 선별지원이냐'의 문제에 한 걸음 더 다가갈 기회를 줬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미래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까지 더 나아갈 수도 있습니다.
물론 '재난지원금의 소비 진작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하나의 연구 결과만을 갖고 보편 또는 선별 중 어느 한 쪽만이 정답이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특히 기본소득은 미래 인구·노동의 지대한 구조적 변화가 이뤄지게 된다는 차원에선 단순히 포퓰리즘(populism)으로 치부할 수 없습니다. 사각지대의 취약계층을 정밀하게 조준하지 못하는 현재 복지 제도의 한계를 대체한다는 장점도 있죠.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의 몇몇 연구 결과만을 갖고 복잡한 미래의 복지제도에 대한 논의까지 차단해서는 안 된다"며 "기본소득이라고 한다면 재원은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전달 방식은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를 포함해 종합적이고 거시적인 차원의 논의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하지만 당시 상황을 다시 따져볼 필요도 있습니다. 당초 기재부는 소득 하위 70%에게만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여기저기서 논란이 터져 나왔죠. 소득 하위 70%를 무엇으로 어떻게 걸러낼 것이냐입니다.
혹은 소득 기준 경계선에 걸쳐 있어도 코로나19로 당장 피해가 더 큰 사람은 어떡하느냐는 불만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소득 하위 70%에 속하더라도 공무원이라면 코로나19가 당장 벌이에는 전혀 타격이 없죠.
'보편-선별 논쟁' 넘어 거시적 차원 기본소득 논의 필요
물론 '재난지원금의 소비 진작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하나의 연구 결과만을 갖고 보편 또는 선별 중 어느 한 쪽만이 정답이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특히 기본소득은 미래 인구·노동의 지대한 구조적 변화가 이뤄지게 된다는 차원에선 단순히 포퓰리즘(populism)으로 치부할 수 없습니다. 사각지대의 취약계층을 정밀하게 조준하지 못하는 현재 복지 제도의 한계를 대체한다는 장점도 있죠.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의 몇몇 연구 결과만을 갖고 복잡한 미래의 복지제도에 대한 논의까지 차단해서는 안 된다"며 "기본소득이라고 한다면 재원은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전달 방식은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를 포함해 종합적이고 거시적인 차원의 논의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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