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유통업체 중 가장 힘들어…"명품 안사도 사는데 지장 없잖아"

기사등록 2020/12/23 14:22:31

안 가도 그만인 백화점 유독 고전..사회적거리두기 강화에 매출 뚝뚝

백화점 빅3 영업이익 급감 못 피해..그나마 버틴 명품·리빙 덕에 숨돌려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1년 내내 이어진 코로나 사태와 사회적 거리 두기에도 유통업체가 생존할 수 있었던 건 각자 존재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는 식품을 사기 위해 가야 했고, 편의점은 집과 직장에서 가장 가까운 소매점이었다. e커머스는 밖에 나가지 않고도 온갖 쇼핑을 할 수 있어서 이용했다. 그런데 백화점엔 꼭 가야 할 이유가 없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명품 하나 안 사도 사는 데 전혀 지장 없지 않나. 백화점이 유통업체 중 가장 고전한 이유"라고 했다.

코로나 1차 대유행이 있던 지난 3월 대형마트 매출은 전년 대비 13.8%, 편의점 매출은 2.7% 줄었다. 기업형슈퍼마켓(SSM) 매출은 오히려 5.5% 증가했다. 백화점 매출은 1년 전보다 40.3%가 날아갔다. 백화점은 시내로 나가야 갈 수 있다는 점에서 거리 두기에 취약했고,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일부 명품 브랜드를 제외하면 다른 유통 채널에서 대부분 구매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는 점이 백화점에 치명상을 줬다.

지난 3분기(7~9월)에 롯데백화점 매출액(6190억원)은 15.5%, 영업이익(780억원)은 25.2% 내려갔다. 신세계백화점은 매출액(3638억원)이 5.5%, 영업이익(281억원)이 44.5% 감소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매출액(4305억원)과 영업이익(564억원)이 각 6%, 27.4% 줄었다. 코로나 사태가 아니었다면, 심각한 경영 상황 악화라는 평가를 받을 만한 성적표였다. 하지만 업계는 이 수치를 받아들고도 "긍정적인 신호"라고 했다. 2분기가 그만큼 최악이었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은 2분기에 매출액이 6670억원에 영업이익이 440억원이었다. 3분기에 흑자만 340억원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은 같은 분기에 매출액 3539억원, 영업이익 143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만 보면 3분기에 138억원이 증가했다. 현대백화점도 2분기에 매출액 4245억원에 영업이익은 262억원이었다. 3분기엔 영업이익이 302억원 올라갔다.

다만 연말 소비에 기대를 걸었던 백화점 업계는 코로나 3차 유행으로 셧다운(shut down·폐업) 위기에까지 직면하자 다시 울상이 됐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될 때마다 백화점 매출은 크게 감소한다"며 "수도권에 최악의 코로나 위기가 온 만큼 연말 특수 기대는 접었다"고 했다.

올해 백화점이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건 명품 매출과 함께 가전 제품이 포함된 가정용품 매출이 버텨줬기 때문이었다. 명품은 3월을 제외한 4~10월 작년 대비 매월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적을 땐 8%, 많을 땐 30% 이상 매출이 올랐다. 가정용품 매출 추이도 비슷했다. 4~10월 매월 10~20% 성장을 이어갔다. 두 부문이 선전한 건 쓰일 곳 없는 돈이 고가 제품으로 흘러들어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외식과 해외여행 등에 쓰일 돈이 명품 가방이나 TV·냉장고 등을 사는 데 쓰였다는 것이다. 지난 9월 백화점 구매건수는 1년 전보다 28.9% 줄었다. 그런데 구매단가는 32% 증가했다. 자주 안 가지만 갈 땐 비싼 제품을 샀다는 의미다.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지지 않는 이상 백화점 위기는 내년에도 계속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비해 주요 백화점들은 온라인몰을 강화하고 있지만, 아직 백화점 업계에서 온라인몰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한편 백화점 빅3(롯데·신세계·현대)는 모두 내년에 신규 점포를 선보인다. 현대백화점은 2월에 여의도에, 롯데백화점은 6월에 경기도 동탄에, 신세계백화점은 8월 대전에 출점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위기가 지속하는 가운데 신규 점포까지 나오면서 백화점 간 생존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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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유통업체 중 가장 힘들어…"명품 안사도 사는데 지장 없잖아"

기사등록 2020/12/23 14:22:31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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