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한 단속에도 한류 계속돼
軍 내부서도 '대한민국' 호칭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북한 청소년들 사이에서 한국 말투 사용이 급격하게 증가해 당국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17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청년들 사이에서 남조선(한국) 말투를 사용하는 현상이 늘어나 대책을 마련하라는 중앙의 지시가 내려졌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청년동맹조직은 이를 위해 검열 그룹을 조직하고, 남조선 말을 사용하는 현상을 강도 높게 단속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검열은 중앙청년동맹에서 내년 당대회를 준비하는 ‘80일 전투’가 시작된 가운데 청년들 사이에서 나타난 비사회주의 현상을 확인하는 가운데 문제가 제시되며 시작됐다.
소식통은 "주민들, 특히 젊은층이 한국 말투를 쓰는 문제와 관련해 여러 차례 단속과 경고가 있었다"며 "그럼에도 이는 근절되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고 있어 중앙 당국은 심각성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북한에 스마트폰의 보급이 확대되며 한국 말투의 유행은 더욱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국은 앞서 소극적인 검열을 통해 현상을 억제하지 못한 청년동맹간부에 대한 처벌도 예고해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의 한류 열풍은 군대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양강도의 군 관련 소식통은 "군대에서도 일부 간부들과 군인들이 남조선 말투를 쓰거나 남조선을 '대한민국' 또는 '한국'이라고 호칭하고 있다며, 이를 척결하기 위한 총정치국의 지시문이 하달됐다"고 밝혔다.
특히 총정치국은 군대에서 적국인 한국의 말투를 따라하거나, 국명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것을 심각한 문제로 보고 "남조선을 '공화국남반부'로 불러야 한다"고 재차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민생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주민생활과 전혀 관계가 없는 문제로 검열을 조직하고, 사람들 들볶는 당국의 행태에 불만이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RFA는 전날에도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에서 한국식 창법으로 노래를 부르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한국식으로 부른 북한 노래를 스마트폰에 저장해 듣는 게 유행이다. 양강도 등 국경과 인접한 지역의 청년들은 중국을 통해 한국의 노래, 드라마 등을 보다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 USB 등 저장매체에 이같은 자료를 저장해 놓는 경우도 많다.
최근 북한 당국은 불시 검문을 통해 사립중학교, 대학생들의 스마트폰에서 한국식 창법으로 편곡한 북한 노래와 출처 불명의 영상물, 도서, 특이한 사진, 그리고 한국 말투로 주고 받은 문자 등을 다수 발견했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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