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바이든 주파수' 맞추기…평화 정책 연속성 강조

기사등록 2020/11/09 17:03:47

수보회의 한미 관계 발언…바이든 당선 후 이틀 연속

"비핵화·평화 더 큰 진전"…DJ·클린턴 북핵 공조 언급

'트럼프 지우기' 비핵화 협상 원점에서 재검토 우려

적어도 싱가포르 회담 '센토사 합의'부터 재논의 입장

"남북, 한반도 문제 당사자…중요 역할 해가길 기대"

'그린 뉴딜' 등 정책 유사성 매개…경제협력 제안도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11.09. 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11.0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태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조 바이든 제46대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향해 한반도 평화 정책의 연속성을 강조한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본격적인 대외정책 수립 이전에 시선을 붙잡아두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나아가 한미동맹 기반의 안보 협력 외에 그린 뉴딜 등 바이든 당선인과의 정책 공통점을 매개로 경제 협력에 기대감을 나타낸 것은 바이든 정부 출범 전 한미 정상 간 새로운 '주파수'를 맞추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 비서관·보좌관 회의 모두 발언에서 "나와 우리 정부는 미국의 차기 정부와 함께 한미 동맹을 더욱 굳건히 하고, 양국 국민의 단단한 유대를 계속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가치 동맹으로서 공동의 가치인 민주주의와 평화, 인권, 국제연대와 다자협력의 실천에 힘을 모으고 코로나 극복과 기후위기 대응 등 세계적 현안에서도 더욱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아울러 "한미 동맹 강화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에 어떠한 공백도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지금까지 트럼프 정부와 사이에 이뤄낸 소중한 성과가 차기 정부로 잘 이어지고, 더욱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수보회의 메시지는 국정을 논의하는 자리에서의 공식 발언이라는 점에서 전날 바이든 당선인에 보낸 당선 축하 메시지와 무게감이 다르다. 전날 메시지에서 '당선인'이라는 표현조차 삼갔던 문 대통령은 바이든 당선인을 향해 한미 동맹은 물론 한반도 평화 정책의 연속성 등 구체적인 자신의 구상을 공개 전달했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11.09. 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11.09. [email protected]
먼저 문 대통령이 트럼프 정부에서 이룬 평화 성과를 언급한 것은 차기 바이든 행정부 체제에서도 트럼프 행정부 체제에서 지난 3년 간 이룬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 개최 등 비핵화 협상의 성과가 단절되지 않고 한반도 평화는 이어가야 한다는 당위성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당선인의 대외정책 우선 순위가 굳어지기 전에 북핵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반복해서 전달할 필요성이 있다고 외교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새로운 행정부를 준비하는 바이든 당선인과 주요 인사들과도 다방면으로 소통해 나가겠다"며 "우리 정부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민주당 정부는 한국의 민주당 정부와 평화프로세스를 긴밀히 공조하고 협력해온 경험이 있다"며 "우리 정부는 차기 정부와 함께 그동안 축적된 성과와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날을 교훈 삼으면서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정착에 더 큰 진전을 이룰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트럼프 정부와 함께 이룬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성과를 강조한 것은 바이든 정부의 '트럼프 지우기(anything but Trump)' 기조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대내외적으로는 트럼프 체제에서의 북비핵화 협상 결과마저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약 18개월 남은 문 대통령 임기를 고려할 때 북미 비핵화 협상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경우 재임 중 아무런 성과 없이 마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북미 간 중단된 협상의 지점부터 재개해야 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입장이다. 가장 큰 진전으로 평가받는 제1차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결과인 '센토사 합의'부터 재논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11.09. 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11.09. [email protected]
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 정책과 관련한 과거 미국 민주당 정부와의 공조 협력 사례를 언급한 것은 20년 전 김대중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을 가리킨다. 당시 클린턴 대통령은 '햇볕정책'을 지지하며 자신의 임기 막판 사상 최초의 평양 북미 정상회담을 모색한 바 있다.

2000년 당시 클린턴 대통령은 임기 막판에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을 자신의 특사로 평양으로 파견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북미 정상회담 날짜까지 잡아뒀지만, 그 해 대선에서 공화당의 조지 워커 부시 후보가 앨 고어를 개표 소송전 끝에 물리치고 집권하면서 기대를 모았던 한반도 탈냉전 프로세스는 무산됐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퇴임 후 김 전 대통령을 만나 "당시 나에게 1년이라는 시간만 더 있었다면 한반도의 운명은 달라졌을 것"이라며 진한 아쉬움을 나타냈다는 일화는 임동원 전 국정원장의 자서전 '피스메이커'에 자세히 소개돼 있다.

이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민주당 정부가 들어섰지만 당시 한국은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보수 대통령 체제에서 북한의 비핵화 과정을 막지 못했다. 임기 초 '피벗 투 아시아' 전략으로 대북 관여를 표방했던 오바마 정부도 '전략적 인내'로 선회하면서 비핵화에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자성적 인식이 바이든 진영에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에서도 새로운 기회와 해법을 모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는 한반도 생명·안전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것과 함께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며 "한미 간 튼튼한 공조와 함께 남과 북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해나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11.09. 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11.09. [email protected]
이는 한반도 문제의 직접 당사자로 남북 관계 발전과 북미 관계 개선을 두 축으로 하는 적극적인 한반도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던 과거의 발언과 비교해 결이 다른 것으로 평가된다. 바이든 정부의 출범 전 상황을 감안해 지나치게 북미를 자극하지 않는 수준에서 수위 조절을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문 대통령의 '중재자', '촉진자'라는 역할론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도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이 단순히 안보 정책 뿐만아니라 경제 협력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나타낸 것은 바이든 당선인의 정책 공약과 정부 정책 사이에서 공통점에 기반한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 위기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밝힌 바이든 당선인은 그린 뉴딜 정책 등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문 대통령의 정책 철학과 유사점이 적지 않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그동안 양국 간의 경제 협력을 위해 미국과 함께 노력해 왔고, 많은 성과가 있었다"며 "앞으로도 양자와 다자 통상 협력을 더욱 강화하면서 더 큰 경제 협력으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바이든 당선인이 강조하는 탄소중립과 기후변화 대응 정책은 우리 정부의 탄소중립 목표 및 그린 뉴딜 정책과 일치하므로 협력의 여지가 매우 크다. 이런 유사한 가치 지향과 정책적 공통점이 코로나 이후 시대를 함께 열어가는 밑거름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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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20/11/09 17:03:47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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