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위 53m로 절반 물에 잠긴 암각화 확인
의원들 "울산시, 문화재청, 수자원공사 협의 안됐나" 질타
문화재청·울산시, 국감 위해 보존대책 추진상황 보고
[울산=뉴시스]구미현 기자 =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위원장 도종환)가 13일 울산시 울주군 대곡천 국보 제285호 반구대암각화를 방문해 울산시와 수자원공사, 문화재청 등 관계부처에 유적 보존과 물 문제를 거론하며 질책했다.
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박정, 이상헌, 임오경 의원과 국민의힘 배현진, 최형두, 이상직 의원 등 7명은 이날 국정감사를 위해 반구대 암각화를 방문했다.
의원들은 입구에 있는 암각화박물관에서 문화재청과 울산시로부터 잇달아 암각화 보존방안 추진 상황을 보고받았다.
문화재청은 사연댐 수문설치로 수위조절안, 가변형 임시 물막이(카이네틱댐) 사업, 생태제방안 등 그간 반구대 암각화 보존 추진 현황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울산시는 문체위 소속 의원들에게 암각화 보존을 위해 인근 사연댐에 사이펀 여수로 설치 방안 등을 설명했다.
설명회를 마친 의원들은 반구대 암각화 현장을 직접 찾아 절반 쯤 물에 잠긴 암각화를 확인, 보존의 시급성을 인식했다.
이날 암각화 앞 대곡천 수위는 53m로 상부 절반만 확인이 가능했다. 암각화는 수위 48m 이하일 때 전면 확인이 가능하다.
이상찬 울산시 문화체육국장은 “사이펀('U'자 형태 관) 수문을 설치하면 65%까지 물에 잠기는 기간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취수탑에서 빼낼수 있는 물이 42만t이다. 17억원의 예산만 들이면 지금보다 빨리 물에 잠겨 있는 기간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울산시와 수자원공사의 현장 브리핑이 끝나고 의원들의 질의 시간이 되자 질타가 이어졌다.
이상헌 의원은 “사연댐에 있는 취수탑을 대곡댐으로 옮기면 되지 않느냐”며 “취수탑 설치 예산은 어느 부서에서 담당하느냐. 울산시냐 수자원 공사냐”고 따져 물은 뒤 수자원 공사측에 “책임지고 대답할 수 있나. 지금 국정감사 기간이다. 서로 미루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자원공사 측은 “목적 자체가 물 문제가 아닌 문화재 보호를 위한 예산이라고 하면 문화재청, 울산시에서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답변하자 이상헌 의원은 “아직도 관계기관간 합의가 안됐나”며 지적했다.
박정 의원은 “울산시민의 식수공급을 위해 수자원공사에서도 댐을 만들어서 용수공급할 것 아니냐. 적당한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하라”고 지적했다.
이 자리에서 배현진 의원은 “사연댐이 용수 공급 기능이 사라지고 사실상 수로의 역할을 한다는 얘기가 많다. 용역 조사를 하려면 수문을 만들어서 물을 빼는데 중점을 둘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사연댐 기능이 얼마나 발휘되고 있는지에 대한 용역부터 시작을 해야하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배 의원은 또 “사연댐에 대한 시민들의 취수 공급에 대한 문제가 없는지 의존도도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용역 조사시 기본적인 것에 대해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창의성을 발휘해줬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임오경 의원은 “반구대 암각화가 발견된 지 50년이 됐다. 문화유산등재 추진은 10년째 다람쥐 쳇바퀴 돌듯하고 시간 허비만 하고 있다”며 문화재청에 대책을 물었다.
이에 대해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문화재청에서는 암각화 연구를 다양하고 안전하게 하고 있다. 국보 1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관련해 관계부서 간 협업, 협치 과정이 녹록하지 않다”며 “암각화가 물에 잠기지 않는 영구적 방안을 찾겠다”고 답했다.
이날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한 시민단체도 현장을 찾아 보존 방안에 대해 건의했다.
김종렬 반구대암각화유네스코등재시민모임 상임대표는 “사연댐은 대곡댐 수로 역할을 할 뿐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며 “사연댐에서 천전리각석까지 공룡발자국, 신석기, 청동기, 철기, 삼국, 조선시대에 이르는 7000년의 역사를 아우르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만들어 울산의 미래 먹거리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체위의 이번 반구대암각화 방문은 민주당 울산시당위원장인 이상헌 의원이 적극 추진해 이뤄졌다.
반구대암각화는 7000여년 전 선사인이 너비 8m, 높이 5m에 반듯하게 서 있는 바위 면에 새긴 그림으로 1970년 동국대학교 문명대 교수와 현지 주민들에 의해 발견됐다.
선사인들은 날카로운 도구로 사람얼굴, 고래 등 바다동물, 호랑이와 사슴 등 육지동물, 선사시대 사냥과 해양어로 모습 등 300가지의 그림을 생생하게 새겼다.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포경 유적이자 북태평양 연안의 독특한 해양어로 문화를 대표하는 인류 문화유산으로 알려진 이유다.
그러나 암각화 발견 전인 1965년 대곡천을 막아서 만든 사연댐 때문에 여름철 우기가 되면 침수됐다가 물이 빠지면 다시 노출하기를 50년간 반복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