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출판인회의-한국작가회의 설문조사
3500명 대상 실시... 1135명이 조사 응답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제값'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물건의 가치에 걸맞은 가격이라는 뜻이지요. 헐값에 구입하거나 웃돈을 주고 산 물건에는 이상하게 마음이 가지 않지만, 동네에 있는 책방에서 제값을 주고 산 책은 보물처럼 안고 돌아오게 됩니다. 동네책방의 존속과 건강한 출판생태계 구축을 위해서, 도서정가제의 개악을 반대합니다." - 오은 시인
한국의 작가 10명 중 7명은 현행 도서정가제가 유지되거나 강화돼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출판인회의와 한국작가회의는 지난달 말 전국 작가 3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6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시행했다. 표본은 한국작가회의 소속 문인 2300여명과 한국출판인회의가 제공한 비문학 작가 1200명이다. 이중 1135명이 응답한 결과로 신뢰도는 95%, 표본오차 ±2.9% 수준이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30.2%는 '도서정가제가 강화돼야 한다'고 했다. 또 39.7%가 '유지'를 말했다. '완화' 응답은 30.0%였다.
현행 도서정가제는 책값의 최대 10% 할인과 적립금 등 경제적 이익 5%로 제한하고 있다.
한국출판인회의는 "이런 결과는 도서정가제가 단순화된 시장경제 논리로부터 출판계 전체의 다양성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방어막이 되어 왔다는 한국작가회의의 주장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라며 "출판·서점계와 더불어 창작자들도 도서정가제에 대한 지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도서정가제가 작가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묻자 '도움이 된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47.1%였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은 33.0%로 1.5배 차이를 보였다. '보통'이라는 답변은 19.9%로 집계됐다.
도움이 되는 분야를 묻는 질문(중복응답)에는 1위가 '가격 경쟁의 완화'(62.8%), 2위 '작가의 권익신장'(58.5%), 3위 '동네서점 활성화'(54.8%) 순이었다. 다음으로 신간 증가(31.7%), 출판사 증가(18.0%), 기타(3.8%) 등이 뒤이었다.
출판인회의는 '작가의 권익 신장'에 도움이 됐다는 답변이 58.5%인 것에 대해 "도서정가제가 작가들의 기본적인 인권이자 재산권인 저작권을 시장경제의 폭압 속에서 보호해주는 장치임에 동의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해석했다.
응답자 절반은 도서정가제가 책값의 거품을 걷어내는데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다. 이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답변(30.8%)보다 20% 가까이 높았다.
응답자 중 43%는 도서정가제가 신간 출간에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반면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응답 비율은 33.9%였다. 보통은 23.1%.
출판인회의는 "이런 결과는 2014년 11월 시행된 도서정가제의 여파로 2013년 6만1548종이었던 신간 종수가 2017년 8만1890종으로 늘었다는 출판 통계와도 유사한 흐름을 보여준다"며 "출판 유통 환경의 개선이 신간 판매를 촉진시키고 결국은 작가들의 창작 의욕을 고취시키는 선순환 효과가 크다는 기존 조사 결과를 잘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설문에 응답한 작가 중 85.1%는 출판문화산업이 지식, 교육, 문화 산업의 근간으로 보호되고 육성돼야 한다는데 동의했다.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5.2%였다.
출판인회의는 "정부가 도서정가제 개악을 시도한 지난 8월 초부터 2개월여 동안 작가, 출판사, 서점, 독자 등 네 축의 의견을 묻고 소중한 목소리를 기록하려 했다. 이번 작가 여론조사를 끝으로 마침내 출판 각 부분의 의견을 모두 수렴했고 그 결과는 '도서정가제의 강화 및 유지'로 요약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 우리가 할 일은 하나다. 출판문화계와 정부, 국회가 하나 되어 작가가 글 쓰고 싶은 도서정가제, 동네서점이 번영할 수 있는 도서정가제, 출판사가 좋은 책을 많이 낼 수 있도록 하는 도서정가제, 결국 국민이 책을 더 많이 읽을 수 있는 도서정가제를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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