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해군총장 "제주해군기지 건설 과정서 잘못"(종합)

기사등록 2020/08/31 15:47:49

행정대집행 비용 납부명령 취소키로

마을회 "과거에만 머물면 안돼" 수용

[서귀포=뉴시스]우장호 기자 =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이 31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강정동 강정커뮤니티센터에서 마을회와 간담회에 앞서 과거 제주해군기지 건설 과정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고개 숙여 공식 사과하고 있다. 2020.08.31. woo1223@newsis.com
[서귀포=뉴시스]우장호 기자 =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이 31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강정동 강정커뮤니티센터에서 마을회와 간담회에 앞서 과거 제주해군기지 건설 과정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고개 숙여 공식 사과하고 있다. 2020.08.31. [email protected]

[서귀포=뉴시스] 우장호 기자 = 해군이 31일 과거 제주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 및 과거 인권침해 사안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해군의 공식사과를 계기로 그동안 갈등을 빚어온 강정마을 주민들이 상처를 치유하고 화합할 수 있을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은 이날 오후 제주 서귀포시 강정커뮤니티센터 앞에서 열린 '해군본부-강정마을회 간 민군상생발전을 위한 협약식'에서 "기지 유치 과정과 공사 진행 과정에서 구상권 청구, 행정대집행 등 가슴 아픈 많은 일들이 있었다"며 "갈등을 초래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주민 여러분들께서 응어리진 아픔과 상처를 지닌 채 지금껏 생활해 오신 것을 제주 출신이자 제주사업단장을 역임한 제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이같이 덧붙였다.

부 총장은 공식 사과에 앞서 마을을 대표해 협약식에 참석한 주민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제주 출신인 부 총장은 지난 5월 취임 직후 강정마을을 찾아 적극적인 상생 발전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주민들을 만난 자리에서 "(해군기지 건설 당시)현장에서 반대한 분들의 마음을 충분히 알고 있다"며 "최대한 마을편에 서서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 동안 정부는 제주 강정마을을 상대로 제기한 구상권 청구소송에 대해 소송 취하를 내용으로 하는 법원의 강제조정안을 받아들이는 등 갈등 봉합에 주력했다.

소송이 지속될 경우 해군과 마을주민 간 사회적 분열과 반목이 더욱 심화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더욱 커질 것을 우려한 판단이다.

이 같은 화해조치 방침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도 반영돼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강정마을에 대한 해군의 구상금 청구소송을 철회하고 사법 처리 대상자를 사면하겠다"고 공약을 내놓았다.

이날 부 총장의 공식 사과는 정부 화해 기조에 방점을 찍고 더 이상 갈등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해석된다.

상생발전을 위한 협약 체결식에는 국무조정실과 제주도청, 국방부 등 관련기관 관계관이 함께 참석해 정부 정책 추진 의지에 힘을 보탰다.

해군은 구체적인 민군상생발전 방안으로 제주해군기지 관사 건립 반대 시설물 철거와 관련된 행정대집행 비용 납부명령을 취소키로 했다.
[서귀포=뉴시스]우장호 기자 =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이 31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강정동 강정커뮤니티센터에서 마을회와 간담회에 앞서 과거 제주해군기지 건설 과정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있다. 2020.08.31. woo1223@newsis.com
[서귀포=뉴시스]우장호 기자 =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이 31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강정동 강정커뮤니티센터에서 마을회와 간담회에 앞서 과거 제주해군기지 건설 과정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있다. 2020.08.31. [email protected]

또한 서남방파제 친수공간 조성사업 등 마을 주민이 원하는 지역발전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도록 상호 노력하기로 약속했다.

부 총장은 "마을회가 요청한 사업 가운데 해군 단독으로 추진이 제한되는 사항들은 정부 관련부처와 긴밀히 협조해 사업이 잘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제가 해군참모총장으로서 이일을 매듭짓고 상생의 길을 여는 역사적 소임을 다하고자 한다"며 "해군과 저를 믿고 따뜻한 성원을 보내달라"고 했다.

해군 측 공식 사과에 대해 강희봉 강정마을회장은 정부가 약속한 지역발전 계획 사업의 차질 없는 추진을 강조했다.

강 회장은 "공동체의 완전한 회복을 위해서는 오로지 마을을 지키고자 했던 주민들의 사법처리는 반드시 사면돼야 한다"며 "또 정부가 해군기지 건설 과정서 약속한 사업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오늘 참모총장이 사과했다고 해서 가슴 속 응어리가 완전히 풀어졌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과거에만 머물어 있으면 안된다"며 "후손들에게 같은 아픔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그동안 해군 장병들이 강정주민들에게 사랑받지 못했다"며 "그러나 앞으로는 우리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장병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반대 측 목소리도 나왔다. 기지 건설에 반대했던 주민과 평화활동가들은 이날 체결식장 주변을 맴돌며 해군의 사과에 앞서 진상조사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정평화네트워크도 성명을 통해 "시민을 우롱하는 기만적 사과는 필요없다"며 "제주해군기지를 폐쇄하고 진상규명을 실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부 총장이 진정 사과한다면 거짓, 기만, 폭력 위에 세워진 제주해군기지 건설 과정에 대한 진상규명이 전제돼야 한다"며 "또한, 군사시설보호구역을 확대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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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해군총장 "제주해군기지 건설 과정서 잘못"(종합)

기사등록 2020/08/31 15:47:49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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