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유니버스(BU) 등 'K팝 세계관' 바람 왜?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방탄소년단 유니버스'(BU). K팝 팬들 사이에서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DC 익스텐디드 유니버스' '다크 유니버스' 등 할리우드의 대형 영화 스튜디오의 세계관보다 더 유명한 세계관이다. 

세계관은 지적인 측면뿐 아니라 실천·정서적 측면을 아우르는 세계 파악을 목적으로 한다. 철학 용어이던 세계관은 게임, 영화 등으로 넘어오면서 시나리오의 근간을 이루는 시간적, 공간적, 사상적 배경을 가리키게 됐다. 캐릭터부터 전반적인 이야기를 구성하는 뼈대다.

K팝 아이돌 그룹 사이에서 유행하는 세계관을 가장 먼저 끌어들인 팀은 SM엔터테인먼트 그룹 '엑소'다. 엑소의 팀명은 태양계 외행성을 가리키는 '엑소플래닛'에서 가져왔다.

엑소 세계관에서 멤버들은 이 행성에서 온 것으로 간주, '결빙' '치유' '공간이동' 등 멤버마다 초능력도 부여했다. 엑소를 비롯해 샤이니, NCT 127, 웨이션브이 등 SM의 어벤저스로 구성된 그룹 '슈퍼엠'도 일종의 SM 세계관의 연장이다.

방탄소년단은 세계관을 현실에 도입한 팀이다. '학교 3부작' '청춘 2부작'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 등 앨범을 낼 때마다 연작 형식으로 스토리텔링을 형성한 뒤 한 세계관을 만들고 팬들을 끌어들였다. 이런 공감대는 세계적인 팬덤 구축으로 이어졌다.

방탄소년단 인기의 분명한 발화점이 된 '윙스'는 이들의 '성장 서사' 콘셉트가 절정에 달한 앨범이다. 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의 대표작인 '데미안'을 모티브로 삼았다. 주인공 '싱클레어'가 세계의 균열을 인식하면서 겪는 성장담을 철학적으로 담아낸 소설이다.

이 세계관은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내에서 확장한다. 빅히트와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큰손 CJ ENM이 손잡은 레이블 빌리프랩이 론칭한 보이그룹 결성 프로젝트인 엠넷 '아이랜드'는 '데미안' 속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에서 모티브를 삼았다. 프로그램의 메인 로고는 알이 큐브 안에 갇혀 있는 모양이다.

세계적인 그룹과 회사가 된 방탄소년단과 빅히트에 영향을 받아 대다수의 K팝 그룹은 세계관을 강조한다.

그룹 '온리원오브'가 최근 발표한 '얼음과 불의 노래'(a sOng Of ice & fire)'는 블록버스터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원작 소설인 조지 R.R. 마틴의 '얼음과 불의 노래'를 모티브로 삼았다. 얼음과 불이라는 상극의 소재와 그루비룸의 감각적인 사운드가 결합했다.

그런데 방탄소년단처럼 꾸준히 서사를 쌓아온 팀이 아니면, 그룹이 내세우는 세계관을 이해하거나 공감하기 어렵다. 그래서 FNC엔터테인먼트처럼 K팝의 세계관을 담아내는 영화를 제작하는 사례까지 나왔다.

오는 10월 개봉 예정으로 케이팝(K-POP)과 케이무비(K-MOVIE) 융합 프로젝트를 표방하는 '피원에이치: 새로운 세계의 시작'(감독 창, 제작 FNC스토리·창 픽쳐스)이다. 별의 정기를 타고난 소년들의 성장 세계관을 극영화화시킨 작품으로, 이를 바탕으로 한 그룹도 론칭한다.

창 감독은 "케이팝 아티스트들은 자신들의 음악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활동하는 차별점이 있어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우리의 이야기가 곧 모두의 이야기임을 증명하며 세계 영화 팬들의 인정을 받은 한국 영화와 그 결이 동일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팝 아이돌의 세계관은 온라인 게임으로도 확장된다. 세계적인 인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에 등장하는 가상 걸그룹 'K/DA'에는 그룹 '(여자)아이들'의 미연과 소연이 포함돼 있다.

넷마블몬스터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을 소재로 상호 스토리를 공유하고 캐릭터들의 의상을 입히거나 증강현실 촬영을 할 수 있는 'BTS유니버스스토리'를 곧 선보인다.

세계관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던 뮤지컬계도 이를 적극 도입한 제작사가 있다. 알앤디웍스가 지난 14일~16일 선보인 콘서트 '알앤디웍스 유니버스(R&D works UNIVERSE)'가 대표적인 예다.  

'킹아더' '록키호러쇼' '그림자를 판 사나이' '더 데빌' '마마돈크라이' '호프 :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 등 이 제작사의 대표 작품 6편에 나오는 초월적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선택'이라는 주제로 콘서트를 선보였다.

'록키호러쇼'의 주인공인 브레드와 자넷이 '그림자를 판 사나이' 토마스의 저택에 들어가는 등 각 작품의 이야기를 교차시키는 새로운 세계관으로 마니아들의 절대적 지지를 얻었다. 콘서트 도중 신작 '검은 사제들'(가제)의 일부 넘버를 먼저 공개하기도 했다.

최근 식품회사 빙그레는 '빙그레우스'라는 캐릭터를 내세운 세계관을 만들어 온라인에서 큰 호응을 얻는 등 한동안 문화계를 넘어 사회 전반에 세계관 열풍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소셜 미디어를 비롯 온라인 주요 이용층인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등을 접하면서 특정 세계관과 그와 연결되는 설정, 캐릭터가 퍼져나가는데 익숙하다. 그런 관계맺기 과정을 넓혀가는 과정에서 특정 콘텐츠에 열렬한 지지를 보내는 팬덤 중 하나가 된다.  

팬들을 세계관에 공감시키기 위해 골몰 중이라는 아이돌 기획사 관계자는 "확실하고 차별화된 세계관을 설정하기에는 어렵지만 방탄소년단의 예처럼 그것이 성공했을 경우 얻는 반사이익은 막대하다"면서 "다양한 세계관을 내세우는 기획사와 그룹들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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