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지방이전 논란 재점화...금융노조 반발

기사등록 2020/08/29 06:00:00

최종수정 2020/08/29 08:04:10

윤재옥 의원, 중소기업은행 본점 대구이전 법안 대표발의

금융노조 "지방·수도권, 지방·지방 편가르는 정치 행위"

[서울=뉴시스] IBK기업은행 본점 전경 (사진=IBK기업은행 제공) 2020.08.2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IBK기업은행 본점 전경 (사진=IBK기업은행 제공) 2020.08.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KDB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의 지방이전설이 다시 불거졌다. 여당뿐 아니라 야당에서도 중소기업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지방이전 추진 속도를 내자 국책은행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래통합당의 윤재옥 의원(대구 달서을)을 비롯한 의원 10명은 중소기업은행 본점을 대구로 이전하는 내용을 담은 '중소기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최근 발의했다.

현행법은 중소기업은행의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명시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이를 대구로 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최근 문재인 정부에서 2차 공공기관 이전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수도권 집중완화와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기업은행도 이전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 법안 발의의 이유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윤재옥 의원 측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대구에 19만1595개의 중소기업이 있고, 중소기업 비율은 99.95%에 달한다. 중소기업 종사자 수는 67만4098명(93.92%)이다. 이는 전국 8대 특·광역시 중 최고 수준이다. 윤 의원은 대구에 기업은행이 이전하면 2014년 이전한 신용보증기금과 연계해 중소기업 자금지원과 해외 판로지원·컨설팅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이번 달부터 금융허브 정책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에 들어갔다.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0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공기관 지방 이전 대상에 대해 "아직 발표가 안 된 상황이라 조심스럽다"고 말하면서도 국책은행이 공공기관 지방이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공공금융기관의 경우 1차 때는 서울을 동북아 금융허브로 만든다고 해서 빠졌던 것인데, 그게 안 됐기 때문에 이제는 안 간다고 말할 수 없게 됐다"고 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앞에서 '국책은행 지방 이전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국책은행 지방이전은 국가균형발전이 아닌 쇠퇴로 가는 길"이라며 국책은행 이전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금융노조는 "금융도시 홍콩의 붕괴, 헥시트(Hexit·HongKong+Exit, 자본의 홍콩이탈) 국면은 한국이 동북아 금융허브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고, 이것이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갑자기 금융허브 이슈를 제기한 이유"라며 "결론이 지방으로의 국책은행 이전이다. 최대 금융인프라를 가진 서울도 성공하지 못한 전략이 국책은행 이전으로 가능해지는가. 국책은행을 유치하면 그 도시가 홍콩의 대안이 될 수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금융기관을 한 곳에 모아얻는 시너지와 국책은행을 지방에 옮겨 얻는 이익 중 하나를 택하는 것은 정책 우선순위의 문제이다. 그러나 두 사안을 하나로 묶어 논의하는 것은 지방-수도권, 지방-지방을 편가르는 정치 행위"라며 "벌써부터 지자체장들과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국책은행을 유치하기 위해 들썩이고 있다. 이대로라면 금융허브 육성에 관한 건강한 토론은 실종되고 국책은행의 이전·잔류 논쟁과 지역간 유치전만 남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서울=뉴시스] 산업은행 여의도 본사 사옥 (사진=산업은행 제공) 2020.08.2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산업은행 여의도 본사 사옥 (사진=산업은행 제공) 2020.08.29. [email protected]
지난달 24일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지방이전 기관으로 국책은행들을 꼽고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나왔고 당시 청와대는 "그런 방안은 검토된 바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최근 여당에 이어 야당까지 지방 이전을 추진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국책은행들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29일 선출되는 민주당의 차기 지도부를 상대로 국책은행 이전을 반대하는 이유를 피력하는 등 국책은행 지방이전 반대를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갈 방침이다.

금융노조는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 노조와 함께 지난 5월 '국책은행 지방이전 저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바 있다. 지방으로 이전하면 신속한 금융지원이 어렵다는 것이 국책은행들의 논리다.

한 곳에 모여있어야 시너지 효과가 나오는 금융산업의 특성을 고려해야 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최악의 경기침체에 직면해 '코로나 소방수' 역할을 하고 있는 국책은행을 지방으로 이전하려는 것 자체가 현실을 모르는 탁상공론이라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은행의 한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서울을 동북아 금융허브로 만들겠다는 공약(公約)이 제시됐지만, 매번 공약(空約)에 그쳤다"며 "몇몇 지방 국회의원이 본인들 정치 수명을 연장하거나 공무원들이 승진을 위해 국책은행의 지방이전을 또 들쑤시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국민들을 잘 살게 하려는 것이 정치지, 국민들을 가난하게 만드는 것이 정치는 아니지 않냐. 국책은행이 지방으로 이전하게 되면 국가 및 서민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사태때문에 국가적으로 중대한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며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이 전방위적 금융지원을 통해 위기를 막고 있는데, 국책은행을 지방에 보낸다고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기가 막힌다. 국가적 재난인 코로나 극복을 위해 다같이 힘써야 되지 않나. 지금 이 시점에 지방 이전을 언급하는 사람들이 대한민국의 정치인, 공무원이 맞나 싶다. 정책금융의 규모가 줄어들면 가장 피해를 보는 곳이 지방에 있는 중소·중견 기업"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한국수출입은행 여의도 사옥 (사진=한국수출입은행 제공) 2020.08.2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한국수출입은행 여의도 사옥 (사진=한국수출입은행 제공) 2020.08.29.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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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은행 지방이전 논란 재점화...금융노조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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