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속도조절'에도 2차 재난지원금 논의 점화
이재명 "민주당의 선별지원 주장, 국민분열 초래"
설훈 "전국민 지급이 합리적…국채 발행 논의해야"
김해영·진성준 "선별 지급…장기 재정여력 남겨야"
신동근, 이재명 겨냥 "잘못된 선동…발언 주의해야"
[서울=뉴시스]정진형 윤해리 김남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을 놓고 여권 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전날 고위당정청 협의에서 재난지원금 논의 관련 속도조절에 나섰지만, 코로나19 확산세에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2차 재난지원금 목소리는 점차 강해지고 있다. 그러나 막대한 재원 소요가 불가피해 전국민 보편 지급과 취약계층 위주 선별 지급을 둘러싼 찬반론이 격화될 조짐이다.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어떤 논의도 쉽게 예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이유는 간단하다. 코로나19가 얼마만큼 확산될지 모르는 이 상황에서 재난지원금 논의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고, 지금은 방역에 최선을 다할 때"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추석 전후 2차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 주장이 나왔지만 전날 당정청은 관련 논의를 미루기로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민주당 소속 이재명 경기지사는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2차재난지원금이 논의되면서 이를 일부에게만 지급하자거나 전국민에 지급할 재원을 하위 50%에게만 2배씩 지급하고 상위 50%는 주지 말자는 주장이 있다"며 "결론적으로 이 주장은 재난지원금의 성격을 오해하고,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반하여 국민분열과 갈등을 초래하며, 민주당이 견지해온 보편복지 노선을 버리고 보수야당의 선별복지노선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재난지원을 복지지출이라 가정해도 민주당이 선별지원을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보수야당이야 원래부터 선별지원을 주장해 왔으니 재난지원금을 일부에게만 주자 해도 이상할 게 없지만, 민주당은 과거 무상급식 등 복지정책에서 보편복지를 주장하여 서울시장이 사퇴하는 사태까지 있었는데, 갑자기 보편복지에서 벗어나 재난지원금만은 선별복지로 해야한다니 납득이 안 간다"고 정면 비판했다.
그는 "총선 전 여론조사에서 20% 이상은 재난지원금을 받지 않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97% 이상이 수령했고, 상위소득자 일부를 배제한 부분적 지원에 배제 대상이 된 국민들은 분노했다"면서 지난 4월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를 상기시킨 뒤 "이 때문에 민주당도 미래통합당도 정부도 전국민 지급에 동의했는데, 지금 국민의 그 뜻이 바뀌었을 이유가 없다"고 단언했다.
이 지사는 2차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전국민 지급을 전제로 하되 지원금 액수를 축소한 '개인당 지역화폐 30만원' 지급을 주장한 바 있다.
설훈 최고위원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1차 때도) 결국 전 국민을 상대로 했다. 선별하는 데 행정적 과정이 비용으로 들어가고, 불합리한 내용도 나온다"며 "차라리 전 국민을 상대로 하는 게 합리적"이라며 보편 지급에 힘을 실었다.
설 최고위원은 재원 조달 방법에 대해선 "지난번에는 채무를 내지 않고 예산을 줄여서 조정했는데 이번에는 그렇게는 잘 안 될 것 같다"며 "국가가 빚을 내는 방식의 국가채무를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재정당국도 구체적인 방안이 안 나와 있어 빨리 논의를 해야 한다"면서 국채 발행을 주장했다.
반면 선별 지급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필요성이 나오는 가운데 재정부담이 큰 전 국민 보다는 저소득·취약계층 위주 지급을 통해 재정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3단계 거리두기 격상에 따른 경제악화 이후를 대비해 여력을 남겨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미 지난 4월 첫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12조2000억원이 들어가는 등 전국민 지급에는 막대한 재정 지출이 불가피하다. 1차와 3차 추경까지 더해 현재까지 59조억원의 예산이 추가 편성됐다. 이중 적자국채만 37조5000억원에 달한다. 지난 전국적 집중호우 피해 복구를 위한 4차 추경 요구가 정치권에서 나왔지만 예비비 활용 방침을 정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김해영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제2차 재난지원금 부터는 코로나19로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지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재난지원금 등의 정부 지원이 계속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나라의 재정여력을 장기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최고위원은 "재난지원금 등을 받지 못하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논의가 중요하다"면서 "사회의 자원 효과적 배분하는 것, 그러한 과정에서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 정치이다. 지금이 정치가 절실히 필요한 때"라고 했다.
진성준 전략기획위원장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그때는 3차 지원금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재정들을 다 동원해서 부양해야 될 필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재정 여력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그러니 우선 타격이 심하고 가장 시급한 지원이 필요한 부분으로 한정해서 가는 게 어떠냐"고 선별 지급에 무게를 실었다.
진 위원장은 선별 지급 기준으로는 "올해 우리나라 중위소득을 판별해보면 1인 가구는 월 176만원의 소득 경우 중간이라고 하고, 4인 가구 기준으로 하면 375만원이라고 하는데 그 소득에 미치지 못하는 모든 가구가 한 1000만 가구 조금 넘는다고 한다"며 "그런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게 신속한 지원을 하게 하는 근거가 되지 않는가"라면서 중위소득 이하를 제시했다.
양향자 최고위원 후보도 YTN 라디오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바라지 않는 시나리오이지만 (코로나19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며 "재난지원금을 쓰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신중하게 볼 필요는 있다"고 밝혔다. 지급 범위에 대해서도 "이번 만큼은 대상에 있어서 정말 필요한 분들로 한정지어야 하지 않나"라고 했다.
신동근 최고위원 후보는 나아가 "선별 지급이 보수야당에 동조하는 주장이라는 것은 잘못된 선동"이라며 이 지사와 각을 세웠다.
신 후보는 "나는 100% 국민에게 지급하느니 하위 50%에게 두 배를 주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라며 "이러면 경제활력 효과가 동일할 뿐만 아니라 하위 계층의 소득을 늘려줘 불평등 완화 효과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별 지급이 상위소득자 차별'이라는 이 지사 주장에 대해선 "누진세와 차등 지원 원칙에 서 있는 복지국가를 그 근본부터 부정하는 것이고, 특히 여기서 헌법상 평등 원칙을 말한다면 의도와 다르게 기득권을 옹호하는 것으로 변질될 수 있으므로 진짜 주의해야 할 발언"이라고 힐난했다.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한 염태영 수원시장은 국회에서 만난 기자들이 지급 방식에 대한 입장을 묻자 "재원 규모와 형편에 따라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염 시장은 "1차 지급때 전국 지방자치단체장들의 70%가 선별적으로 국민에게 주는 게 좋겠다고 의견을 모았으나, 워낙 다급한 시점에 긴급히 재난지원금을 줘야하는데 선별 작업이 어려워서 나중에 정부에 전국민을 대상으로 신속히 재난지원금 지급을 요청한 바 있다"며 "또다시 의견을 지자체장들이 모을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바람직한 재난지원금을 어느 선까지, 어떤 규모로 할지 정부에 촉구할 생각"이라며 "(의견 취합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기 때문에 1~2주안에 의견을 모으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성북구청장을 지낸 김영배 원내부대표는 "최대한 9월 초까지는 의견이 모아져야 한다"면서 "당지도부에서도 일단 수해복구, 태풍을 대비해 전략을 다하되 다음주에는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낙연 당대표 후보와 박주민 후보도 지난주 2차 재난지원금 편성 필요성에 공감대를 밝힌 상황에서 보편과 선별지급 방식을 놓고 당권·대권주자로 논의가 확산될 경우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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