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 코로나 수용소?…전광훈 발언, 어디까지 막가나

기사등록 2020/08/22 05:01:00

전광훈, 21일 성명서 통해 원인 '외부테러, 정부탓'

21일 기준 사랑제일교회 관련 누적 확진자 732명

논란에 "연설 전까지 자가격리 통보 받은 적 없어"

[의왕=뉴시스] 고범준 기자 =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된 한국 기독교총연합회 회장 전광훈 목사가 지난 4월20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보석으로 풀려나고 있다. 2020.04.20. bjko@newsis.com
[의왕=뉴시스] 고범준 기자 =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된 한국 기독교총연합회 회장 전광훈 목사가 지난 4월20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보석으로 풀려나고 있다. 2020.04.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정윤아 기자 = 사랑제일교회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800명에 육박한 가운데, 전광훈 목사가 사태의 원인을 외부로 돌리고 병원을 '북한식 수용소'로 폄하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작 전 목사 자신이 지난 17일 코로나19에 확진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22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전날(21일) 기준 사랑제일교회 관련 누적 확진자는 732명이다. 이대로라면 주말 사이 누적 확진자 수가 800명을 넘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상황이 이런데도 전 목사와 사랑제일교회측은 '자신들은 (그동안) 방역을 잘 했으며, 이 모든게 정부의 방역 실패 때문'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또 '외부바이러스 테러'라는 황당한 음모론도 제기했다. 사랑제일교회가 위치한 성북구 장위19구역 재개발 관련, 명도집행을 막기 위해 교회에서 다수 신도들이 장기간 합숙을 한 사실 등 일부에서 집단감염 원인으로 지목되는 점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아울러 코로나19 감염자가 참석했던 것으로 확인된 8월15일 광화문 집회와 관련, 자신이 주최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저 초청을 받아 5분간 연설만 했다는 것이다.

전 목사는 전날 유튜브에서 육성으로 발표한 성명서에서 "우리가 8·15국민대회를 주도한 것도 아니고 우리 교회사람들은 자가격리 상태를 유지하라고 명령했기 때문에 거기에 참여한 사람은 없다"며 "다만 법원의 허가를 받은 '일파만파' 단체의 연사로 초청을 받아 5분간 연설하고 차를 타고 왔다. 저는 연설 전까지 자가격리 통보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방역당국의 판단은 다르다. 사랑제일교회 확진자 다수가 다른 사람으로 전파가 가능한 증상 발생일 이틀 전 기간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당국은 사랑제일교회발(發) 감염이 광화문 보수단체 집회로 확산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지난 21일 오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가짜 방역계엄령 규탄 기자회견에서 교회 변호인단이 발언하고 있다. 2020.08.21.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지난 21일 오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가짜 방역계엄령 규탄 기자회견에서 교회 변호인단이 발언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본부장은 지난 21일 "집회에 참석했던 분들에서 확진자가 확인되고 있다"며 "사랑제일교회에 노출됐던 분들, 확진자들이 감염 시기에 집회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증상 발생 전이거나 발생 당일인 탓에 스스로 감염 위험을 인지하지 못한 채 다른 사람들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과 밀접한 접촉을 한 보수단체 집회 참석자들 사이에서 확진자가 급증한 것도 이런 영향으로 추정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전 목사가 확진된 신도들이 도주하거나 격리를 거부하는 상황이 벌어져도 이를 제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전 목사는 전날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격리 수용을 핑계로 국민들을 체포, 연행하는 계엄령보다 무서운 방역공안 통치를 펼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치료 병원은 '북한식 강제수용소'라고 폄하했다. 정작 자신도 치료를 받고 있으면서 병원을 북한의 감옥과 비유한 것이다. 전 목사는 지난 17일 코로나19 확진됐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사진은 지난 21일 사랑제일교회. 2020.08.21.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사진은 지난 21일 사랑제일교회. 2020.08.21. [email protected]
코로나19 확진자가 자유롭게 활동할 경우 제3자의 감염 위험을 높인다는 것을 모를리 없는 전 목사의 이같은 발언은 지극히 지지층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전 목사의 발언을 들은 지지자들이 코로나19 검사에 적극 나설 리가 없기 때문이다.

한편 전 목사는 교회가 방역당국에 제출한 사랑제일교회의 교인과 방문자 명단 중 연락이 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했다.

전 목사는 "명단을 내놓으라고 해서 10년 전부터 있던 교회명부를 넘겨줬는데 그 중에 500명 가까이가 통화가 안된다고 한다"며 "우리 교회를 다니다가 그만두고 다른 교회로 갔거나 전화번호를 바꾼 사람이 많다. 그래서 통화가 안되는 사람이 500명인데 이걸 가지고 우리가 허위명단을 제출했다느니, 신천지와 같다며 우리를 몰고 간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교회가 제출한 4066명 중 550명이 주소 불명에 전화를 받지 않고 있으며, 이 중 경찰 등 협조로 소재지를 파악한 146명을 뺀 404명이 아직 연락두절 상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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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20/08/22 05:01: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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