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가계신용 잔액 1637.3조
전분기대비 25.9조 급증
'빚투'에 증권사 신용공여 사상 최대 증가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올해 2분기 우리나라 가계빚이 1637조원을 돌파하면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더 늦기 전에 집을 사려는 '패닉 바잉' 흐름에 '빚투(빚 내 주식투자)' 열풍으로 대출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2020년 2/4분기중 가계신용'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전분기대비 25조9000억원(1.6%) 늘어난 1637조3000억원을 나타냈다. 이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2년 4분기 이후 사상 최대치다. 가계신용은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에 카드사와 백화점 등의 판매신용 잔액을 더한 액수로 가계가 진 빚의 총합을 보여준다.
가계빚은 지난 1분기 11조1000억원(0.7%) 증가에 그쳐 증가세가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불확실성 속에서 부동산·주식 투자 수요가 늘어나자 다시 급증세로 돌아섰다. 지난 1년간 늘어난 가계빚 규모는 80조5000억원(5.2%)에 달했다. 지난 2018년 4분기(86조1000억원) 이후 1년 6개월 만에 가장 많이 늘어난 것이다.
가계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계대출 잔액은 1545조7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3조9000억원(1.6%) 증가했다. 지난 1분기(17조3000억원), 지난해 2분기(16조3000억원) 수준과 비교했을 때 증가 폭이 모두 커졌다. 주택담보대출은 전분기대비 14조8000억원 늘어나면서 지난 1분기(15조3000억원)보다 증가폭이 소폭 축소됐다. 전세자금 대출 수요가 지속된 가운데 분양물량 증가 등으로 집단대출이 늘었으나 정부의 정책 모기지론 취급이 감소한 영향 등으로 분석됐다.
일반 신용대출과 마이너스 통장 등 기타대출은 9조1000억원 급증했다. 1분기 증가규모(1조9000억원)보다 대폭 확대된 것으로 지난해 4분기(10조5000억원) 수준에 거의 맞먹었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주식시장 회복에 따른 증권시장의 신용공여 규모 증가로 기타대출 증가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빚 내 주식투자에 나선 수요가 많았다는 얘기다.
증권사가 증권담보대출, 신용거래융자 등으로 투자자에 빌려준 신용공여액은 2분기 7조9000억원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집값 급등으로 '영끌 대출(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수요가 가세한 점도 대출 급증의 요인으로 지목된다. 정부 규제에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막히자 대출 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수요가 신용대출로 몰린 것이다. 아울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소득 감소 등으로 빚을 낸 가계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기관별로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14조4000억원 늘어 전분기(12조9000억원)보다 증가폭이 확대됐다. 지난해 2분기(13조3000억원)에 비해서도 증가액이 컸다. 주택담보대출은 10조2000억원 증가했고, 기타대출은 4조1000억원 늘어났다. 특히 기타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이 9조3000억원 늘어 눈에 띈 급증세를 보였다. 이중 증권사가 포함된 기타금융중개회사의 가계대출 증가규모가 10조3000억원으로 2015년 2분기(25조4000억원) 이후 5년 만에 가장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보험사의 가계대출은 1조2000억원 감소했다. 저축은행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2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판매신용 잔액은 91조6000억원으로 2조원(2.2%) 증가했다.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된 지난 1분기 소비가 급감하면서 6조1000억원 감소했다가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판매신용에는 결제 전 카드사용 금액 등이 포함된다. 2분기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 등으로 카드 사용 등이 다소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해 1분기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자금순환 통계 기준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부채 규모는 98.5%로 지난해 4분기(97.9%)보다 0.6%포인트 상승했다. 처분가능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1분기 191.7%로 지난해 4분기(190.6%)보다 올라갔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와 소득 증가 속도에 비해 가계빚이 더 가파르게 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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