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한진해운 파산 이후 장기간 방황하던 한국 해운업이 HMM(구 현대상선)의 21분기만에 흑자전환을 계기로 부활의 기지개를 켤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HMM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3751억원, 영업이익 1387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 1분기 이후 21분기만에 흑자전환을 달성했다.
그동안 한국 해운산업은 장기간 부침을 겪어야 했다. 컨테이너선 업황이 좋지 않으면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국내 해운기업들은 어려움을 겪었다. 현대상선은 2016년 현대그룹과 결별해 채권단에게 넘어갔으며, 한진해운은 2017년 파산했다.
업계는 HMM의 흑자전환이 한국 해운산업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HMM이 호실적을 기록한 배경은 선박운임 상승과 저유가로 인한 비용절감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물동량은 일부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글로벌 선박 회사들은 아직 운항을 늘리지 않으면서 운임가격을 방어하고 있다. 실제 2분기 평균 SCFI(상하이발 컨테이너운임지수)는 925포인트로 전년 동기 대비 16% 상승했다. 여기에 더해 유가가 40달러 수준에 머무르며 비용 역시 줄었다.
올해 4월 세계 3대 해운 동맹의 하나인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와의 협력을 본격화한 것도 계기가 됐다. '디 얼라이언스'의 정회원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함에 따라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하고, 비용구조 개선, 서비스 항로 다변화 등이 가능해졌다.
더해 초대형선박을 인도해 운용한 것도 터닝포인트가 됐다. HMM은 정부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2만4000TEU 초대형 선박을 12척, 1만6,000TEU 8척을 발주했다.
1만TEU급 이상의 초대형선박은 해운사들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척도로 꼽힌다. 글로벌 1, 2위 선사들의 초대형선 보유 비율은 20% 내외로, HMM이 이들 선박을 모두 인도받게 되면 초대형선 비율은 40% 이상으로 증가하게 된다.
올해 초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HMM이 초대형선박에 화물을 다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지만, 9척 가운데 7척이 만선을 기록하며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켰다.
초대형선은 유럽항로 평균 선형인 1만5000TEU급 선박에 비해 약 15%의 운항 비용이 절감되는 것으로 알려지며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정부도 한진해운 파산 이후 산업 재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도 해운업의 앞날을 밝게 하고 있다. 정부는 국적 해운사인 HMM에 대한 다양한 지원을 통해 국가 기간산업인 해운산업을 재건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이례적으로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이 기자회견을 통해 직접 HMM의 2분기 실적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부는 우선 오는 2022년 실적을 기준으로 당기순이익을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실적 모니터링 및 상시 평가를 위한 과학적 의사결정 시스템(Operations Research)을 정착시키고, 현재 59만 TEU 수준의 컨선 선복량을 2022년에 100만 TEU까지 확대해 미주 동안, 남미, 중동 등 신규항로도 개척한다.
또 해외 물류시설 확충과 육상운송 투자 확대를 위해 중국에 컨테이너 장치장을 확보하고, 미국 철도운송 기업과 협력해 미주 내륙운송 서비스를 강화한다. 유럽 내 트럭·항공 연계운송 서비스도 개발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해운업 재건을 위해 정부가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턴어라운드가 가능했다고 본다"며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이지만 흑자전환을 하반기 유의미한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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