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비서실장 "초기 보고는 트럼프 발언과 일맥상통"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폭발이 공격에 의한 것'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증거가 없음에도 성급히 공격 가능성을 제기해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위와같은 언급에도 불구하고 "사고였다고 믿는다"며 공개적으로 선을 그었다. 에스퍼 장관은 한때 '예스맨'이라고 불렸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입장을 달리하는 언행을 하고 있다.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에스퍼 발언에 대해 "공격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진화에 나서야만 했다.
5일(현지시간) CNN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에스퍼 국방장관은 이날 화상으로 진행된 '애스펀 보안 포럼' 연례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미국은 (레바논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중"이라면서도 "대부분은 보도대로 사고였다고 믿고 있다. 나는 그 이상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AP는 에스퍼 국방장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눈 군 장성이 누구인지에 대해 공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에스퍼 국방장관의 이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하루만에 공개적으로 뒤집은 것이다. 이는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국방부 관리들이 전날 CNN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도 이번 폭발이 공격에 의한 것이라는 징후는 없다"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AP도 같은날 익명의 관리를 인용해 "폭발이 고의적으로 일어났을 가능성은 낮고 사고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백악관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브리핑에서 베이루트 폭발에 대해 군 장성의 판단이라고 전제한 뒤 "이건 끔찍한 공격(terrible attack)처럼 보인다. 어떤 종류의 폭탄이었다"고 주장했다.
에스퍼 국방장관은 조지 플루이드 사태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입장을 달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스퍼 장관의 경질을 검토했지만 11월 대선이 임박해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포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5일 에스퍼 국방장관의 발언이 나온 이후 이뤄진 CNN과 인터뷰에서 "미국은 베이루트 폭발이 공격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지 않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했다.
메도스 비서살장은 "(국방부의) 초기 보고는 대통령이 여러분 모두에게 공유한 그대로였다고 말할 수 있다"며 "우리는 그런 점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적인 증거가 없는 발언으로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CNN은 익명의 국무부 관리 2명을 인용해 "레바논 관리들이 현지 주재 미 외교관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이란 단어를 사용한데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레바논 당국은 사고에 의한 폭발에 무게를 싣는 모양새다.
국무부도 성명에서 이번 참사를 "끔찍한 폭발"이라고만 언급하고 '공격'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레바논 정부가 폭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국무부는 베이루트 폭발을 언급하면서 '공격'이라는 표현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폼페이오 장관은 4일 자신의 트위터에 대규모 폭발로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깊은 애도를 보낸다고만 적었다. 그는 공식 성명에서도 "레바논 정부가 폭발 원인을 계속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와 같은 노력의 결과물을 고대하겠다"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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