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최숙현 선수 가해자 '팀 닥터', 자필 진술서 통해 감독 감싸

[서울=뉴시스] 김희준 기자 = 모진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하고 세상을 등진 고(故) 최숙현 선수의 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팀 닥터' 안모씨가 자필 진술서를 통해 또 다른 가해자 김규봉 경주시청 감독을 감싼 것으로 드러났다.

7일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녹취록을 통해 고 최숙현 선수를 폭행한 사실이 드러난 안씨는 지난 6월23일 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 조사관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폭행 사실을 인정했다.

이에 조사관이 자필 진술서를 요구했고, 안씨는 이메일을 통해 자신의 서명이 들어간 자필 진술서를 제출했다.

고 최숙현 선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사흘 전의 일이다.

안씨는 자필 진술서를 통해 뉴질랜드 전지훈련 당시 술을 먹고 고 최숙현 선수의 뺨을 몇 차례 때린 사실을 인정했다. 폭행 사유는 기억이 나지 않으며 술에 취한 탓에 고 최숙현 선수를 때렸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또 김규봉 감독이 고 최숙현 선수를 폭행하던 자신을 제지했으며 김규봉 감독에게는 아무런 죄가 없다고 호소했다. 자신이 감독과 경주시청 선수들에게 누를 끼친 점에 대해 사죄하면서 김규봉 감독이 오해와 누명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대한체육회는 안씨의 진술서에 대해 상부 기관에 보고했으며 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상임위원회의 긴급 현안 질의 때 국회의원에 배포한 자료의 경과보고에도 안씨로부터 진술서를 제출받았다는 내용을 포함했다고 전했다.

체육회 관계자는 "고 최숙현 선수가 4월8일 김규봉 감독과 장윤정, 또 다른 선배 김모 선수가 폭행을 가했다고 신고했는데, 신고 대상에 안씨는 포함되지 않았다"며 "신고된 내용을 바탕으로 김규봉 감독과 선수들에 대한 조사를 먼저 진행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의사 면허가 없는데도 '팀 닥터'로 불린 안씨가 신고 대상이 아니었던데다 경주시체육회 또는 대한철인3종협회 소속이 아니라서 대한체육회는 그의 존재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안씨에게 먼저 연락이 와 그의 존재를 알게 됐다는 것이 체육회 측의 설명이다.

안씨가 자신의 존재를 모르던 체육회에 조사 시작 두 달 만에 굳이 먼저 연락해 폭행 사실을 인정한 의도가 무엇인지에 의혹이 시선이 쏠린다.

안씨가 김규봉 감독, 가해자로 지목된 다른 선수들과 미리 입을 맞추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단독 폭행을 주장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기에 충분하다.

녹취록을 비롯해 여러 폭행 증거가 나오고 있음에도 김규봉 감독과 선수들은 폭행 사실을 극구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규봉 감독은 녹취록을 통해 알려진 상황에 대해 "안씨의 폭행을 말렸을 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대한철인3종협회는 지난 6일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7시간에 걸친 회의 끝에 김규봉 감독과 장윤정의 영구제명을 의결했다. 또 다른 가해자로 지목된 김모 선수는 자격정지 10년을 받았다.

아울러 협회는 안모씨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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