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 규제 1년]소·부·장 경쟁력 향상됐지만…'100% 탈일본'은 아직 요원

기사등록 2020/07/01 06:00:00

최종수정 2020/07/06 09:39:32

포토 레지스트 등 올 들어 日 수입액 되레 증가

반도체 공정의 70%인 전 공정 국산화율은 미미

"소수 세계적 기업이 주도…국산화 어려운 분야"

업계, 한국 소·부·장 경쟁력 '日의 92%'라고 평가

日 정부, 인텔 등 해외 기업 R&D 유치 위해 열성

[서울=뉴시스] 1일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포토 레지스트는 1억5081만 달러어치가 일본에서 수입됐다. 전년 동기 1억1272만 달러 대비 33.8% 증가한 규모다. 포토 레지스트는 빛을 인식하는 감광재로 반도체 기판을 만들 때 쓰인다. 삼성전자의 차세대 반도체 제조 공정에 투입되는 소재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서울=뉴시스] 1일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포토 레지스트는 1억5081만 달러어치가 일본에서 수입됐다. 전년 동기 1억1272만 달러 대비 33.8% 증가한 규모다. 포토 레지스트는 빛을 인식하는 감광재로 반도체 기판을 만들 때 쓰인다. 삼성전자의 차세대 반도체 제조 공정에 투입되는 소재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를 시작한 뒤 일부 품목은 국산화가 많이 이뤄졌다. 그러나 포토 레지스트·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은 최근 일본에서 더 많이 수입되고 있다."

박재근 한양대학교 융합전자공학부 교수(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는 지난달 29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주최한 '일본 수출 규제 1년, 평가와 과제' 세미나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 2019년 7월 일본 정부가 한국의 '수출 엔진'인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에 쓰이는 소재 수출을 갑작스럽게 규제하고 나선 지 1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민간 기업과 정부의 노력으로 위기를 무사히 넘겼지만, 일부 소재에 한해서는 '일본 의존증'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1일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포토 레지스트는 1억5081만 달러어치가 일본에서 수입됐다. 전년 동기 1억1272만 달러 대비 33.8% 증가한 규모다. 포토 레지스트는 빛을 인식하는 감광재로 반도체 기판을 만들 때 쓰인다. 삼성전자의 차세대 반도체 제조 공정에 투입되는 소재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또한 전년 동기(1214만 달러) 대비 7.4% 많은 1303만 달러어치가 일본에서 들어왔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불소 처리해 열 안정성과 강도 등을 강화한 필름이다. 휘어지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제조에 필요한 핵심 소재이며 스마트폰·텔레비전(TV)용 액정, 스마트폰용 인쇄회로기판(PCB) 등을 생산할 때도 쓰인다.

포토 레지스트·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일본 수입 비중은 각각 88.6%·93.7%다. 수출 규제가 시작된 이후 일본산 수입 비중이 감소하다가 올해 들어 다시 증가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2019년 12월 포토 레지스트를 '개별 허가' 대상에서 '특정 포괄 허가' 대상으로 수출 규제를 일부 완화해서다.



반도체 제조 단계 중 70%가량의 비중을 차지하는 '전(前) 공정'(웨이퍼(Wafer) 위에 회로를 새겨 칩을 만드는 절차)의 경우 장비 국산화가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특히 '노광'과 '이온 주입' 단계의 장비 국산화율은 제로(0)에 가깝다. '식각' '세정' '평판' 등 다른 단계도 절반 안팎에 불과하다.

정만태 산업연구원 시스템산업연구실 선임 연구위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 2017년 주요 공정 장비별 국내 기술 수준을 측정해 발표한 바 있는데 3년이 지난 지금도 그 당시보다 크게 개선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전 공정 장비는 크기도 크고 기술도 복잡해 소수의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국산화하기 어려운 분야"라고 분석했다.

관련 업계는 한국의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이 일본의 '92%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전경련이 2019년 매출액 상위 1000대 기업 중 일본과 수입 거래가 있는 곳 149곳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한국의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은 91.6(일본=100)으로 나타났다. 2019년 7월 89.6 대비 2포인트(p) 상승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이 기간 반도체·디스플레이가 포함된 '전자 부품·컴퓨터·영상·음향 및 통신 장비 제조업' 설문 조사 결과가 92.7에서 98.7로 가장 많이 올랐다"면서도 "단기간 안에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을 일본 수준으로 끌어올리기에는 어렵다. 민·관의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현재 일본 정부는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의 생산 개발 거점을 자국으로 유치하는 데 열성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2019년 하반기부터 공급망 규명, 핵심 기술 선별에 돌입했다. 자국 반도체 소재·장비 기업의 해외 진출과 이로 인한 기술 공동화를 막고, 더 나아가 미국 인텔·대만 TSMC 등의 연구·개발(R&D) 거점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다.

사공 목 산업연구원 동북아산업실 연구위원은 "포스트 5세대 이동 통신(5G) 시스템 기반 강화 개발 사업의 2019회계연도 예산 1100억엔(약 1조2296억원)에도 '첨단 반도체 제조 기술 개발' 항목이 포함돼 있다"면서 "일본 정부는 반도체 소재·장비 업체의 회귀를 촉진하고, 세계적인 기업의 R&D 거점을 일본에 유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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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수출 규제 1년]소·부·장 경쟁력 향상됐지만…'100% 탈일본'은 아직 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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