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심의위, 검찰에 수사 중단·불기소 권고
'기소 강행' 압박에 "판단 존중해야" 시각도
[서울=뉴시스] 고은결 기자 =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가 불법 경영승계 의혹 등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불기소하라는 권고를 내린 가운데, 검찰의 최종 기소 여부 판단을 앞두고 다양한 견해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 강행'을 압박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한편, 수사심의위 제도의 취지와 전문성을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권고를 존중해야 한다는 반박도 이어진다.
29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검찰수사심의위는 이 부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수사 기소 여부를 심의한 뒤, 검찰에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다. 구체적 표결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심의에 참여한 13명 중 과반수가 기소 반대의견을 냈으며 표결은 압도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수사심의위는 '검찰 수사의 절차와 결과에 대한 국민 신뢰를 제고한다'는 취지를 내걸고 검찰이 자체 개혁 방안의 하나로 2018년 도입한 제도다. 수사 과정에서 우려되는 수사팀의 '확증 편향' 가능성을 차단하고, 기소와 영장청구 등의 판단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하겠다는 목적이다.
이번 결과는 지난 1년7개월 간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며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던 검찰 수사를 무색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가운데 일각에서는 수사심의위의 권고안에 따르지 말고 기소를 강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진다.
이러한 견해에는 ▲수사심의위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돈과 권력이 많은' 이 부회장 관련 사건은 대상에서 아예 제외해야 하며 ▲복잡하고 방대한 사안을 일반인들이 기소 여부를 가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인식 등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재계에서는 수사심의위 논의 대상에서 배제돼야 하는 기준이 따로 있는 것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규정한 대한민국 헌법(제11조) 정신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수사심의위의 전문성은 이미 검증됐다는 반박도 이어진다. 수사심의위원들은 평범한 일반인 중 추첨된 이들이 아니라 규정에 따라 '사법제도 등에 학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서 덕망과 식견이 풍부한 사회 각계의 전문가'로 검찰총장이 직접 위촉했다.
각계 전문가 중 최대 250명의 위원을 위촉하고, 개별 사안을 논의하는 현안위원(15명)은 무작위 추첨을 통해 선정하는 것은 물론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는 경우에 대비해 회피·기피 규정도 만들어 공정성과 객관성, 투명성을 갖추게 했다.
이번 사안을 심의한 현안위원의 경우 변호사 4명을 비롯해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회계 전문가, 중견 언론인, 종교인 등 명망과 식견을 갖춘 인사들이 포함됐다. 각자의 전문성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판단할 역량을 갖췄다고 볼 수 있는 지점이다.
때문에 학계 등에서는 수사심의위 제도의 전문성과 취지를 부정하는 주장은 검찰 측에서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 교수는 "검찰이 수사심의위의 판단이 나온 상황에서 새로운 증거가 있어야 기소를 할 수 있는데, 수사도 중단하라는 상황에서 이를 무시하는 것은 검찰의 기소권 남발일 수 있다"라며 "삼성 건이든 다른 건이든 이런 절차(수사심의위)를 거치면 잘못된 판단을 확신하는 게 있지 않으면 검찰로서는 좋은 선택지가 아닐 수 있다"라고 말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심의위가 불기소 했어도 검찰이 기소할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심의위 결정은 국민 여론의 축소판이 될 수 있다. 일종의 탄원서처럼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검찰은 과거 8차례의 수사심의위 권고안을 모두 수용했다는 사실만 봐도 제도의 신뢰성이 어느정도 확인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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