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 걷겠다더니 다음날 "美와 협력"
29일 EU-中 정상회의 앞둬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유럽식 마이웨이'를 걷겠다는 유럽연합(EU)의 행보가 혼란스럽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재자'를 자청하던 EU가 다음날 미국과의 공조를 약속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16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EU의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이날(현지시간 15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화상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고 "나는 중국과 중국의 행동 및 야심이 EU와 미국에 어떤 의미인지 초점을 맞춰 양자 대화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폼페이오 장관과) 중국이 여러 분야에서 그들의 주장을 더욱 강력하게 내세운 상황을 이야기했다"며 "중국과의 관계에서 우리는 함께 문제를 직면하고 있고, 이를 공동으로 다루기 위해 긴밀한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 등이 논의 내용에 포함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렐 대표는 "폼페이오 장관과 통화를 종료하던 시점에 '우리의 우려를 공유하고, 가치와 이익을 지킬 공통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과 함께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만 현 단계에서 구체적인 대화는 아직 나누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사실상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 손을 잡겠다는 선언이다.
보렐 대표의 제안은 오는 29일 EU-중국 정상회담을 앞둔 가운데 나와 더욱 이목을 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EU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샤를 미셸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브뤼셀에서 만날 예정이다.
보렐 대표의 이날 제안은 '유럽식 마이웨이'를 강조하며 어느 한쪽을 선택하지 않겠다고 주장하던 전날과 정반대되는 주장이다. 전문가 역시 보렐 대표의 상반된 메시지에 '유럽식 마이웨이'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앞서 보렐 대표는 지난 14일 EU 대외관계청(EEAS) 블로그에 글을 기고하고 "미·중 긴장으로 한쪽을 선택하라는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며 "우리는 유럽으로서 '마이웨이'를 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우리가 늘 동의할 수는 없는 일방적 결정을 취해 왔다"며 "하지만 일부 근본적 변화는 현 미국 행정부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중 관계는 내년 1월 백악관에 누가 있든 글로벌 경쟁의 길에 놓여 있다"며 "이 대결이 미래 세계 질서의 틀을 짤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보니 글레이저 아시아 담당 전략가는 "유럽은 미국과 협력해 중국의 도전을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하겠다는 것인지, 자신만의 길을 걷겠다는 것인지 모호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최소한 서로에게 정보를 주고, 입장 차이를 논의할 수 있는 유용한 채널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글레이즈는 "경우에 따라서는 공통된 접근법을 만들수도 있다"며 "특히 급증하는 중국발(發) 가짜뉴스 분야에서는 논의의 결실을 맺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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