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소타 주지사 "깊이 사과한다" 메시지
구금 풀려난 기자 "바로 이런 일 벌어지는 곳"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비무장 상태의 흑인 남성이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로 숨진 사건에 분노한 시민들의 시위를 취재하던 CNN 기자가 생방송 도중 경찰에 연행됐다.
CNN은 즉각 "명백한 수정헌법 제1조(표현의 자유) 위반 행위"라며 "기자들을 즉각 석방하라"고 요청했으나 CNN 보도팀은 1시간 후에나 풀려날 수 있었다.
8년차 기자인 오마르 히메네스는 29일 오전 5시(현지시간)께 미니애폴리스 시위 상황을 생방송으로 보도하며 시위에 참여한 시민 다수가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그의 뒤로는 불길이 치솟는 건물과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늘어선 경찰들의 모습이 담겼다.
그가 보도를 계속하자 진압복을 입은 경찰은 히메네스 기자에 "자리를 옮겨달라"고 요청했다.
히메네스 기자는 CNN 신분증을 보여주며 "당신들이 원하는 곳으로 옮기겠다"며 "지금은 생방송 중이다. 당신이 원하는 곳으로 어디든 옮겨가겠다"고 답했으나 경찰은 곧장 히메네스 기자와 촬영팀 등 3명을 체포했다.
CNN에는 경찰이 이들에 수갑 채우는 장면까지 그대로 방송됐다.
흑인 어머니와 콜롬비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히메네스 기자는 검은 피부를 갖고 있다.
CNN은 트위터에 "CNN 기자와 제작팀은 오늘 아침 미니애폴리스에서 자신의 일을 하고 있다는 혐의로 체포됐는데 이는 명백한 수정헌법 1조 권리의 침해다"며 "미네소타 주 당국을 포함한 주지사는 즉시 3명의 CNN 보도팀을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은 기자협회에서 시위 취재를 위한 지침을 마련해두고 있다. 관련 지침은 "경찰은 언론인이 대중이 출입해서는 안 되는 장소에 있거나, 법 집행을 방해하지 않는 상황에서"라는 조건을 달며 "취재를 하는 언론인을 막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명시한다.
그러면서 "단순히 시위나 뉴스의 가치가 있는 사건에 가까이 있는 행위는 범죄로 볼 수 없다"고 정의한다.
CNN 측은 이같은 조항을 언급하며 당시 생방송 보도에서 히메네스 기자는 경찰의 법 집행을 방해하지 않았음을 확실하게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찰의 기자 구금은 터무니없다고 반발했다.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깊이 사과한다"며 CNN 보도팀을 즉시 석방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언론인들은 시위를 취재할 권리가 있다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지적에 해명했다.
히메네스 기자는 풀려난 뒤 "시청자들에 현재 이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보여줄 수 있다는 데 약간의 위안을 얻었다"며 "바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곳에 나는 산다. 미국은 눈 앞에서 실시간으로 벌어진 상황을 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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