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10억엔' 윤미향 사전 인지?…외교부TF "의견 수렴 안 했다"

기사등록 2020/05/12 18:24:34

외교부 "2017년 '위안부 합의 TF' 보고서 보면 될 것"

TF보고서 "협상 과정서 피해자 쪽에 때때로 내용 설명"

"최종적·불가역적 해결 확인 등 조치는 알려주지 않아"

"돈 액수에 관해서도 피해자의 의견 수렴하지 않았다"

윤미향이 朴정부와 10억엔 사전 협의했단 근거 없어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가 31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시민당 당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3.31.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가 31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시민당 당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3.3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전 이사장인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자가 2015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내용을 사전에 인지했는지를 놓고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윤 당선자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대표로 활동하며 일본의 피해자 지원 재단 출연금 10억엔에 관해 박근혜 정부와 사전 협의를 진행하고도 피해자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의혹이다. 이에 윤 당선자와 정의연은 언론 보도로 10억 엔을 인지했으며, 합의 내용에 대해선 일방적 통보를 받았다고 반박했으나 정치권 등의 공세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앞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당시 10억엔이 일본에서 들어오는데 대표만 알고 있었고, 피해자들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위안부 합의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었던 조태용 미래한국당 당선인이 "당시 (외교부 담당자가) 윤 대표와 위안부 합의 내용을 충분히 논의했다는 내용을 분명히 보고 받았다"고 주장하며 논란을 키웠다.

하지만 정의기억연대는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배포한 자료를 통해 "합의 발표 전날인 2015년 12월 27일 당시 이상덕 외교부 동북아국장이 책임 통감, 사죄 반성, 일본 정부의 국고 거출이라는 합의 내용을 기밀 유지를 전제로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반박했다. 10억엔의 출연 규모는 28일 발표 당일까지도 언론 보도 내용 이상은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제1421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열린 8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발언을 하고 있다. 2020.01.08.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제1421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열린 8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발언을 하고 있다. 2020.01.08. [email protected]
당시 피해자 단체와 민간 전문가를 접촉했던 외교부는 윤 당선자와 어느 정도 선에서 논의가 이뤄졌는지에 대해 언급을 삼가고 있다. 다만 2017년 위안부 합의 경위와 내용을 검토·평가한 보고서와 같은 입장임을 시사하며, 당시 피해자 및 피해자 단체와 소통이 부족했다는 점에 힘을 실고 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2017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결과 보고서가 발간이 됐다"며 "기술사항을 보시면 될 것으로 보이고, 추가적으로 언급해 드릴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출범 직후 외교부 장관 직속으로 '한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TF는 위안부 합의의 경위와 내용을 검토·평가하기 위해 꾸려졌으며, 외교부가 제공한 협상 경위 자료와 청와대, 국정원 자료 등을 검토하고, 협상 주요 관계자들을 면담해 그해 12월27일 보고서를 발표했다.

당시 TF 보고서에 따르면 "외교부는 국장급 협의 개시 결정 뒤 전국의 피해자 단체, 민간 전문가 등을 만났다"며 "2015년 한 해에만 모두 15차례 이상 피해자 및 관련 단체를 접촉했다"고 기술했다. 단체명은 적시하지 않았지만 윤 당선자가 피해자 단체 대표였던 만큼 접촉이 이뤄진 것은 사실로 보인다.

특히 보고서는 정부 측과 피해자 단체가 협의를 진행했지만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명확히 하고 있다.

보고서는 "외교부는 협상에 임하면서 한일 양국 정부가 합의하더라도 피해자 단체가 수용하지 않으면 원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으므로 피해자 단체를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있었다"며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쪽에 때때로 관련 내용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종적·불가역적 해결 확인, 국제사회 비난·비판 자제 등 한국 쪽이 취해야할 조치가 있다는 것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았다. 돈의 액수에 관해서도 피해자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며 "결과적으로 이들의 이해와 동의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한일 외교당국의 협상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피해자로부터 돈의 액수에 관해 의견을 수렴했다는 기록은 보지 못했다"고 기술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오태규 한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합의 검토 TF 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외교부에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TF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7.12.27.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오태규 한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합의 검토 TF 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외교부에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TF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7.12.27. [email protected]
정치권과 일부 언론이 윤 당선자를 향해 집중 포화를 퍼붓고 있지만 당시 TF가 피해자들은 물론 정부간 소통 부족을 지적한 대목도 주목할 만하다. 보고서는 "고위급 협의는 시종일관 비밀협상으로 진행됐고, 알려진 합의 내용 외에 한국 쪽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내용도 공개되지 않았다"며 "대통령과 협상 책임자, 외교부 사이의 소통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또 "위안부 협상과 관련한 정책의 결정 권한은 지나치게 청와대에 집중돼 있었다"며 "주무부처인 외교부는 위안부 협상에서 조연이었으며, 핵심 쟁점에 관해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고위급 협의를 주도한 청와대와 외교부 사이의 적절한 역할 분담과 유기적 협력도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현재 외교부는 수출 규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강제 징용 등 각종 현안을 놓고 일본과 마찰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윤 당선자를 둘러싼 정치 공방이 위안부 문제로 옮겨붙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위안부 합의 관련 우리 정부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 분들의 명예·존엄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해 가능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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