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김정은 잠적, 언제까지 이어질까

기사등록 2020/04/29 09:49:05

최종수정 2020/04/29 09:50:29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중 코로나 19 의진자 발생하자

회의 참석했던 측근과 접촉 피하려 원산 특각 체류중

측근 중 의진자 없을 경우 다음달 12일 이후 나타날 듯

[서울=뉴시스]북한은 지난해와 달리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불참한 가운데 12일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했다. (출처=노동신문) 2020.04.13.
[서울=뉴시스]북한은 지난해와 달리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불참한 가운데 12일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했다. (출처=노동신문) 2020.04.13.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한미 정부 당국의 개입으로 잦아드는 분위기다.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정은의 현 상태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서 "잘 지내길 바란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힌데 이어 김연철 통일부장관이 이날 국회에서 북한에 특이동향이 없음을 특별히 강조했다.

김위원장 건강이상설은 지난 20일 데일리 NK가 김위원장이 심장수술을 받고 중태에 빠졌다고 보도하고 다음날 미 CNN 방송이 미 정부소식통을 인용해 김위원장이 중태라고 보도하면서 촉발됐었다.

이후 전세계 언론들이 경쟁적으로 김위원장의 동향과 건강이상과 관련한 기사들을 쏟아냈다. 그 중에는 '중국이 50명의 의사들을 북한에 파견했다' '김위원장 경호를 맡는 호위사령부에 코로나 19가 확산됐다' '평양에 사재기 현상이 있다' '미사일 발사 과정에서 김위원장이 부상을 입었다'는 등 다양한 내용들이 있다.

그러자 일부 네티즌들은 김위원장이 입원 또는 사망한 모습을 담은 합성사진을 퍼트렸으며 심지어 김위원장 사망을 알리는 북한 신문을 모방한 가짜 신문까지도 나왔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김연철장관은 28일 '인포데믹(infodemic; information과 pandemic을 합성)'이라는 신조어를 사용하면서 '가짜뉴스 전염병'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장관의 발언을 계기로 김위원장에 대한 '인포데믹'은 서서히 잦아드는 분위기다. 그러나 '인포데믹'이 완전히 사라지려면 김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이처럼 커다란 소동이 빚어지고 있는데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김위원장의 행보가 새로운 궁금증을 촉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김위원장의 '운둔 행보'가 코로나 19와 관련이 있을까라는 문제다. 이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은 여러가지다.

이번 소동이 촉발된 것은 김위원장이 이례적으로 지난 15일 자신의 할아버지 김일성의 생일날인 '태양절'에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불참하면서다.

불참 이유에 대해 김연철장관은 28일 국회에서 "코로나 19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김장관은 북한에 대한 정부의 정보능력을 불신하는 의원들을 향해 과거와 달리 현재는 정보 능력이 충분하다면서 '특이동향이 없다'는 정부 판단을 거듭 강조했었다.

김장관의 이같은 자신감을 감안하면 김위원장이 코로나 19를 우려해 태양절 행사에 불참했다는 김장관의 추정 역시 상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을 개연성이 크다.  

이와 관련 일본의 도쿄신문은 지난 23일 경호원들 가운데 감염자가 있어서 김위원장이 원산의 특각으로 피신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중 경호원 중 감염자가 있다는 내용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김위원장이 원산에 있다는 소식은 초기부터 자주 언급됐다. 지난 21일 청와대 관계자가 밝힌 내용이다. 이후에도 민간 상업위성 장면에서 김위원장의 전용열차와 전용 호화 요트가 원산에 있는 것이 확인됐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다른 정황도 있다. 북한은 지난 12일 700명 가까운 대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했다. 당초 10일 열릴 예정이던 회의가 아무런 이유를 밝히지도 않은 채 이틀 늦게 열렸다.

이와 관련 북한 전문 매체인 데일리NK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대의원들 가운데 일부가 열이 나는 것으로 확인돼 회의 개최를 늦추고 열이 내리기를 기다렸으나 결국 이들을 빼고 회의를 개최했다고 보도했었다. 대의원들은 10일보다 4,5일 이상 앞서 평양에 모여서 코로나 19 의심증상이 나타나는지를 기다리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지난해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했던 김위원장은 이번 최고인민회의에는 불참했었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 가운데 감염자 또는 의심환자가 발생해 김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에 불참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또 최고인민회의에는 최룡해 상임위원장, 박봉주 노동당 부위원장 북한 당정군의 고위급 인사, 즉 김정은 위원장의 측근 인사들이 대부분 참석했다.

이상을 종합하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 가운데 코로나 19  의심환자가 다수 발생했고,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하면서 김위원장의 측근 인사들이 대의원들로부터 감염됐을 가능성이 우려되며, 따라서 김위원장이 측근 인사들로부터 코로나 19에 감염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원산 특각으로 피신해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런 추정이 맞다면 김위원장이 태양절 참배에 빠진 이유도 설명이 된다.

최고인민회의에 참석했던 사람들 다수가 참석하는 참배에 김위원장이 참석하면 코로나 19에 감염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불참한 셈이다.

이는 김연철장관이 코로나 19때문에 김위원장이 참배하지 않았다는 발언과도 맞아 떨어진다.

한편 북한은 지난주까지 북한에 코로나 19환자가 단 한명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었다. 직접 공표하지 않고 노동신문 등에 실린 글에서 지나가듯이 언급하는 식이었다. 이런 글은 적어도 매주 한차례 이상 공개됐었다. 

그런데 이번주 들어 노동신문에 그런 표현이 아직 등장하지 않고 있다. 내일이라도 노동신문에 다시 등장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이유를 단정할 순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만일 노동신문이 감염자가 단 한명도 없다는 표현을 계속해서 사용하지 않는다면 이 역시 북한에도, 특히 평양에서 코로나 19 환자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사안이다. 

그렇다면 김위원장은 언제 모습을 드러낼 것인가.

일단 북한의 기존 관행대로라면 최고인민회의가 열린 12일을 기준으로 30일이 지난 5월12일 이후가 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코로나 19 감염 예방을 위해 '30일 격리' 지침을 실시하고 있다. 초기에 주평양 외교사절들조차 외교단지를 30일 동안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기도 했다. 

따라서 최고인민회의에서 감염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는, 격리기간 30일이 지난 뒤에야 김위원장이 다시 측근들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만일 김위원장 측근들 가운데 실제 코로나 19 의심환자가 나타난다면 김위원장의 '코로나 19 피신'은 더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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