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동의했다고 생각했다, 강간 아니다" 주장
재판부 "범행 경위와 수단, 방법 등에 비춰 죄질 매우 무거워"
[전주=뉴시스] 윤난슬 기자 = 졸업을 앞둔 의대생이 여자친구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한 뒤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의대생은 또 술을 마신 상태에서 운전하다 신호대기 중이던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전주지방법원에 따르면 전북의 모 의과대학 본과 4학년인 A(24)씨는 최근 강간과 상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상),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2018년 9월3일 오전 2시30분께 여자친구인 B(20대)씨의 원룸에서 B씨를 추행하다가 "그만하지 않으면 신고하겠다"라는 말에 격분해 B씨의 뺨을 여러 차례 때리고 목을 졸랐다.
이어 폭행으로 반항하지 못하는 B씨의 옷을 벗긴 뒤 성폭행했다.
A씨는 같은 날 오전 7시께 "앞으로 연락도 그만하고 찾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B씨의 말에 화가 난다는 이유로 재차 B씨의 뺨을 여러 차례 때리고 목을 조르는 등 폭행해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처를 입혔다.
이와 함께 A씨는 지난해 5월11일 오전 9시께 술에 취한 상태로 BMW 승용차를 운전하다 신호대기 중이던 차량을 들이받아 운전자와 동승자에게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처를 낸 혐의로도 기소됐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 수치인 0.068%에 해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을 받게 된 A씨는 법정에서 강간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음주운전에 대해서만 혐의를 인정했다.
A씨 변호인 측은 "피해자와 성관계를 맺기 전에 이뤄진 폭행은 성관계와는 전혀 무관한 경위로 발생한 행위였고, 이런 폭행이 강간죄의 수단으로서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피해자가 성관계를 원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어떠한 생각을 하는 지 알 수 없었고, 제반 사정에 비춰보면 피고인은 피해자가 성관계에 동의한 것으로 알 수밖에 없었다"라며 강간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과 법원에서 적법하게 조사한 증거들에 따라 피고인이 피해자를 때려 상해를 입히고 성폭행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전주지법 제1형사부는 A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장애인복지시설에 각 3년간 취업제한을 명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수사기관과 이 법정에서 각 범행의 내용을 비롯해 사건 범행 전후의 경위에 관해 직접 경험하지 않고 진술하기 어려운 내용을 매우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면서 "피해자가 법정에서 진술에 임하는 모습이나 태도, 뉘앙스 등에 비춰 보더라도 진술 내용을 거짓으로 꾸며낸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양형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해 반항을 억압한 후 강간한 사안으로 범행 경위와 수단, 방법, 결과 등에 비춰 죄질이 매우 무겁다"라며 "피고인은 강간 범행 후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피해자의 얼굴 부위를 때리고 목을 졸라 상해를 입혔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도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해 상당한 피해자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받았다"면서도 "합의한 피해자가 처벌 원하지 않고 있는 점, 성폭력 범죄로 처벌받은 적이 없는 점, 피고인 가족들이 선처를 간곡하게 탄원하는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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