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코로나19 담당 공무원 등 핵심 근로자로 분류
교육 단체 "되도록 집에 머무를 수 있도록 하라"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영국 정부의 모호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 대책에 현장의 교육 관계자들이 뿔났다. 교육부가 "핵심 근로자의 자녀에 한해 등교를 허가한다"고 발표하면서다. 22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영국 교직원연맹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말라"고 당부하고 나섰다.
'특별한 증상이 없다면 평소대로 생활하라'며 다소 미온적인 코로나19 방역 대책을 내놓던 영국 정부는 지난 20일 갑작스럽게 영국 전역의 학교를 폐쇄했다. 향후 12개월 동안 인구의 최대 80%가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면서다.
개빈 윌리엄슨 교육장관이 관련 정책을 발표하며 "핵심 근로자의 자녀는 등교가 가능하다"고 말해 오히려 혼란은 심화하는 모습이다.
윌리엄슨 장관은 "정부는 유치원과 초·중·고교 교직원, 의료진 등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사회 핵심 인력의 자녀를 안전하게 돌볼 의무가 있다"면서 등교가 가능한 예외 학생으로 분류했다. 코로나19 관련 업무를 하는 공무원, 경찰과 군인, 소방관, 교정국, 생필품 배달업자 등도 '핵심 근로자'에 포함된다.
윌리엄슨 장관은 "부모 중 한 명만 이 '핵심 근로자'에 해당돼도 등교가 가능하다"면서 "정부는 학생들 약 10%가 등교를 지속할 것으로 예측한다"고 밝혔다.
자녀의 등교를 원하는 부모는 지역 당국과 연락해 자신의 직업이 조건에 맞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하다. 특정 직종의 노동자가 몰려 있는 지역에서는 등교를 강행하는 학생의 수가 상당히 많을 수 있다. 교직원의 재택근무를 지시한 상태에서 이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학교는 교직원을 다시 현장으로 불러야만 한다.
학교가 몇 시에 문을 열 것인지, 정규 수업 시간 외에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인지, 부활절 연휴 동안 학교를 열 것인지 등 현재로서는 아무 것도 결정되지 않았다.
학교에 나오지 않는 학생들과의 형평성을 위해 정규 교육과정이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떤 커리큘럼으로 이들과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도 불분명하다.
등교를 해도 되는 '핵심 근로자'의 구분도 쉽지 않다. 한 관계자는 "핵심 근로자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학부모들은 서로 자신이 핵심 근로자임을 주장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이번 발표가 '내 아이는 학교에 보내도 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교직원연맹의 폴 화이트먼 회장은 "핵심 근로자의 자녀들도 가능하면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며 "핵심 근로자 가족들에게 호소한다. 이는 평상시와 같은 일이 아니다. 가능하다면 가족을 집에 있게 하라"고 했다.
한편 BBC는 영국 교육부가 오는 9월까지 초·중·고교의 휴교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지 매체들은 5월과 6월 바이러스 발생이 정점을 찍은 뒤 소강상태에 접어들 것으로 예측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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