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국회 의원회관 행사에 코로나19 확진자 참석
오늘 오후 6시~26일 오전 9시까지…본회의도 연기
전염병 우려에 국회 전면 폐쇄는 사상 초유의 일
文의장 "국회가 국민 불안 해소에 적극 역할해야"
국회, 직원들에 다중시설 이용 및 회식 자제 지시
당시 행사에 함께 했던 정치권 인사들에게도 전파됐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방역 작업을 위해 국회 건물에 대한 폐쇄 조치가 결정되고 주요 일정도 전면 취소되면서 국회에는 긴장감이 팽배했다.
한민수 국회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브리핑을 갖고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된 행사의 참석자가 코로나19 확진자로 밝혀짐에 따라 국회 의원회관과 본관 등에 대한 전면 방역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회 본청과 의원회관, 국회도서관, 국회의정관, 어린이집 등의 건물은 24일 오후 6시부터 오는 26일 오전 9시까지 임시 폐쇄된다.
앞서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했던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당시 행사에 같이 있던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와 곽상도·전희경 의원 등이 검사를 받는 등 국회 내 바이러스 전파 우려가 커진 데 따른 조치다.
국회는 방역 주체인 영등포구청과 협의한 결과 방역 작업이 가장 시급한 본청과 의원회관을 비롯해 국회도서관, 국회의정관, 어린이집 등을 일시 폐쇄한 뒤 방역을 실시하고 이후에 헌정기념관과 헌정회, 소통관 등도 방역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폐쇄 기간 국회 필수인력만 현재 완공을 앞둔 소통관에 나와 업무를 볼 예정이다. 이들을 제외한 외부인의 소통관 출입은 철저히 차단된다.
비록 잠시이지만 국회가 전염병 때문에 임시 폐쇄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국회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군사정변이나 쿠데타로 오래 전에 국회가 해산된 사례는 있어도 전염병 때문에 폐쇄가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메르스, 사스 때도 국회는 폐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회는 그 특성상 전국에서 민원인과 당원, 지지자, 공무원, 언론인,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모여드는 곳이다. 따라서 만에 하나라도 방역에 구멍이 뚫린다면 전국으로 전염병을 퍼트리는 매개체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 의장은 이번 조치와 관련해 "국회가 국민 불안을 해소하는 데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며 "조기에 사태가 잠잠해지고 국회가 본연의 업무를 다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 대변인은 전했다.
당초 국회는 이날 오후 2시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을 위해 본회의를 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우려에 전격 연기했다. 이에 더해 25일 본회의도 취소되면서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 역시 순연됐다.
대정부질문에서는 코로나19가 최근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대응 방안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었다.
전격적인 임시 폐쇄 조치에 앞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국회 행사에 참석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날 국회에는 하루종일 긴장감이 돌았다.
국회 측은 기자들과 직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지난 19일 오후 4시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문재인정부 사학 혁신 방안 무엇이 문제인가?' 행사에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참석했다"며 "해당 행사 참석자는 모두 국회안전상황실로 즉시 신고해주시기 바라고 전체 직원 여러분은 사무실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해주시고 외부 출입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국회는 당시 행사에 참석한 의원들의 의원회관 내 사무실도 임시폐쇄한 뒤 방역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직원들에게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의 국회 방문과 관련해 국회 직원 등은 퇴근 후 다중시설 이용과 회식 등의 모임 참여를 지양하고 별도 안내 시까지 자가(自家)에서만 생활해달라"고 당부했다.
국회도서관도 이날 오후 1시를 기해 임시 휴관에 들어갔다. 국회도서관은 안내문을 통해 "코로나19 경보단계가 최고수준인 '심각' 단계로 격상되고 19일 국회 행사에 확진자가 다녀간 관계로 부득이하게 이용자의 감염 예방을 위해 긴급 휴관한다"고 양해를 구했다.
국회는 본청에 있는 4개 출입문 중 기자 출입구와 소통관 방면 출입구도 폐쇄했다. 나머지 2개 출입구에는 열감지기가 가동되고 있으며 방문자 이용이 잦은 출입구에서는 일일이 체온계로 열을 체크해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
국회 본회의가 순연되면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오후 의원총회 일정을 취소하고 추후 의사일정을 다시 협의키로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심 원내대표의 검사 결과가 나온 뒤에 오늘 저녁께 여야가 연락해서 (본회의 일정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선거운동 중인 황교안 대표도 당초 이날 오후 창신동 문구완구종합시장 앞에서 소상공인들을 만나기로 했던 일정을 백지화했다. 황 대표 측은 "오늘 오전 의원총회 및 본회의 취소 등 국회 상황으로 인해 오늘 황 후보의 공개 및 비공개 일정은 취소됐다"고 했다.
역시 종로에서 선거운동 중인 민주당 이낙연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도 오는 25일 당사에서 갖기로 했던 청년 정치 관련 일정 취소를 검토 중이다.
민주당은 "코로나 19의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농수산단체 총선공약 정책간담회를 부득이하게 취소하게 됐다"며 "코로나19가 해결되는 대로 조속한 시일 내에 간담회 일정을 다시 잡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이날부터 오는 26일까지 열기로 했던 법안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도 연기됐다. 이 과정에서 민주평화당 소속인 황주홍 농해수위원장의 보좌관 중 한 명의 실명이 거론되면서 코로나19 확진자라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해당 보좌관은 입장문을 내고 "지난 20일 광주 확진자(운전기사)가 고흥 사무실을 방문했고 당시 접촉자인 저를 포함한 사무실 직원 2명이 검사를 받았고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21일부터 2명 모두 고흥 숙소에서 자가격리 중"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자가격리 중에 있음에도 정략적으로 실명을 거론하면서 헛소문을 내는 쪽이 있는지 의심스러운 상황"이라며 "거짓 뉴스를 더 이상 퍼트리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