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대 트랜스젠더 지지' 힘받는다…각 대학들 잇단 성명(종합)

기사등록 2020/02/05 17:56:05

대학별 학생·소수자단체, 지지 성명 발표

QUV "그녀 존재, '세상을 바꾸는 힘' 될 것"

학소위 "그녀의 여자대학 입학, 문제 없어"

트위터 등 응원 릴레이…"우리 여기 있다"

입학 반대 측 "연서명 참여자 1만명 돌파"

[서울=뉴시스]고려대 중앙 성소수자 동아리 '사람과사람' 등 76개 단체들이 속해있는 대학·청년성소수자모임연대(QUV)가 지난달 31일 성전환(남→여) 수술 뒤 숙명여대에 최종 합격한 트랜스젠더 A(22)씨의 입학을 응원하는 입장문을 SNS에 올렸다. (사진 = SNS 갈무리)
[서울=뉴시스]고려대 중앙 성소수자 동아리 '사람과사람' 등 76개 단체들이 속해있는 대학·청년성소수자모임연대(QUV)가 지난달 31일 성전환(남→여) 수술 뒤 숙명여대에 최종 합격한 트랜스젠더 A(22)씨의 입학을 응원하는 입장문을 SNS에 올렸다. (사진 = SNS 갈무리)
[서울=뉴시스] 박민기 기자 = 지난해 성전환(남→여) 수술 후 법원에서 성별정정 신청을 허가 받아 숙명여대 법과대학에 합격한 트랜스젠더 A(22)씨의 입학을 지지하는 응원 목소리가 학교 안팎에서 높아지고 있다. 온라인에선 A씨의 숙대 입학을 격려하는 해시태그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5일 대학가에 따르면 캠퍼스 내 소수자 학생 인권 개선을 위해 활동하는 대학별 학생·소수자 단체들은 A씨를 응원하는 성명서를 내는 등 지지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고려대 중앙 성소수자 동아리 '사람과사람' 등 76개 단체가 속해있는 대학·청년성소수자모임연대(QUV)는 지난달 31일 '그녀의 합격이 바꿀 세상을 응원한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냈다.

이 단체는 "트랜스젠더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수많은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지지하고 연대해온 박한희 변호사의 존재가 그녀의 용기가 되었듯 정의와 사람을 수호하는 법학도의 길에 다가선 그녀의 존재가 '세상을 바꾸는 부드러운 힘'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육군에서 트랜스젠더 부사관이 군복무를 결의했듯, 대학을 비롯해 이미 많은 사회에서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드러내며 직업 등 생활영역에서 존엄과 권리를 알리고 지키려는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며, "부당한 강제 전역 명령에 굴하지 않고 투쟁을 택한 변희수 하사의 결단에 더해 또 한 명의 여성으로서 법학도의 길을 걸을 숙명여대 학생에게도 한없는 지지와 응원의 의사를 보낸다"고 적었다.

또 숙명여대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학소위)는 지난 2일 '시대의 요청에 응답할 것인가, 혐오의 편에 설 것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SNS에 올렸다.

학소위는 "자신의 정체성을 당당하게 밝힌 A씨 결정을 지지하고 노력을 통해 얻어낸 결실에 축하를 전한다"며 "A씨는 스스로를 여성으로 정체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난해 트랜지션 수술을 완료했고, 지난해 10월 법원에서 성별정정 신청이 완료돼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또한 변경된 상태이다. 그녀가 여자대학에 입학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녀의 선택은 다양한 성 소수자 학생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제공해줄 것이고, 더 나아가 트랜스젠더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그녀가 이곳 숙명에서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치기를 바라면서 무한한 연대와 지지를 보낸다"고 덧붙였다.
지난 3일에는 숙명여대 동문들이 A씨의 입학을 지지하는 입장문을 내고 이 내용을 학내 게시판에 올리기 위한 연서명을 받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10시 기준 이 연서명에는 650여명의 숙명여대 동문들이 동참했다.

숙명여대 동문 일동은 '성전환자로 숙명여대 최종 합격한 학생을 동문 이름으로 환대한다'는 제목의 입장문에서 "그녀는 본교의 입학에 필요한 점수와 절차적 조건들을 갖췄고 당당히 통과했다"며 "사회적 소수자로서 위축되지 않고 다른 소수자와 연대하고 싶다며 이 사실을 알리는 용감한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동문 일동은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의 문화가 공고한 한국사회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긍정하고 살아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삶의 자리에서 어려움을 극복하며 살아내준 것에 대해, 그리고 본교를 또 하나의 삶의 장으로 선택해준 아름다운 용기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울어라 암탉아!' 숙명여대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인 여성의 교육과 연대를 위해 탄생한 학교"라며 "숙명 학우들은 가부장제가 만들어낸 '여성성'에 도전하며 새로운 길을 내왔고, 사회적 약자·소수자와의 동행과 연대는 숙명인의 출발이며 계속 확장해 나가야 할 가치"라고 덧붙였다

A씨에 대한 응원 목소리는 대학 인터넷 커뮤니티를 넘어 SNS 등에서도 높아지고 있다. 트위터에서는 지난 3일부터 "#합격축하해요_우리가여기있다" 해시태그 릴레이 운동이 시작됐다.

여기에 참여한 네티즌들은 "비록 세상이 아직 트랜스젠더퀴어에게 험난하고 어려울지언정 우리가 함께 있다는 것만은 응원이 됐으면 한다", "힘든 점을 축소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그 나쁜 사람들이 100%도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 저는 숙대 재학생이고 후배님을 환영한다", "언제나 응원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줘요!" 등의 글을 올렸다.

지난해 8월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은 A씨는 최근 숙명여대 2020학년도 신입학전형에 최종 합격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치러진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약 한달 앞둔 10월, 법원에서 성별정정 신청이 허가돼 주민등록번호 앞 숫자가 '1'에서 '2'로 바뀌었다.

A씨는 자신에 대한 소식을 처음 알린 뉴시스와 통화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주민등록번호를 바꾼 트랜스젠더도 당당히 여대에 지원하고 합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저를 보면서 여대 입학을 희망하는 다른 트랜스젠더들이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전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 성전환(남→여) 수술을 받은 뒤 최근 숙명여대로부터 최종 합격을 통보받은 트랜스젠더 A(22)씨의 입학을 반대하는 숙명여대 학생들이 지난 4일 오전 발표한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을 정정한 트랜스젠더에 대한 입학 반대 및 성별정정 반대 성명서'에 서명한 인원이 1만명을 돌파(4일 오후 10시 기준)했다고 밝혔다. 2020.02.05.
[서울=뉴시스] 성전환(남→여) 수술을 받은 뒤 최근 숙명여대로부터 최종 합격을 통보받은 트랜스젠더 A(22)씨의 입학을 반대하는 숙명여대 학생들이 지난 4일 오전 발표한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을 정정한 트랜스젠더에 대한 입학 반대 및 성별정정 반대 성명서'에 서명한 인원이 1만명을 돌파(4일 오후 10시 기준)했다고 밝혔다. 2020.02.05.

한편 A씨 입학을 반대하는 숙명여대 학생들은 지난 4일 오전 10시께 발표한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을 정정한 트랜스젠더에 대한 입학 반대 및 성별정정 반대 성명서'에 서명한 인원이 1만명을 돌파(4일 오후 10시 기준)했다고 밝혔다.

성명서는 덕성여대·동덕여대·서울여대·성신여대·숙명여대·이화여대 등 서울 6개 여자 대학들이 함께 발표했으며, 구글 링크를 통해 연서명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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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대 트랜스젠더 지지' 힘받는다…각 대학들 잇단 성명(종합)

기사등록 2020/02/05 17:56:05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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