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영토 전시관' 확장 등 독도 도발…한일 갈등 새 불씨 되나

기사등록 2020/01/21 06:00:00

독도, 센카쿠 열도, 쿠릴 4개섬 영유권 주장 전시

기존 전시관의 7배…"독도는 日영토" 왜곡 주장

정부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韓영토"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 초치해 항의, 유감 표명

【도쿄=AP/뉴시스】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신임 외무상이 지난 11일 도쿄 총리관저에 들어서고 있다. 2019.09.17.
【도쿄=AP/뉴시스】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신임 외무상이 지난 11일 도쿄 총리관저에 들어서고 있다. 2019.09.17.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일본 정부가 "독도는 일본땅"이라는 억지 주장을 담은 '영토·주권 전시관'을 확장해 개관하고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망언을 쏟아내며 또다시 독도 도발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조건부 종료 유예와 수출당국간 대화 재개로 가까스로 복원 궤도에 올랐던 한일 관계에 또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지 주목된다.

일본은 21일 독도가 일본 영토라고 주장하는 내용을 담은 일본 정부의 전시관인 영토·주권 전시관을 7배 규모로 확장해 이전 개관한다. 도쿄 히비야 공원 내의 시세이회관에서 도쿄 도라노몬에 있는 민간 빌딩으로 이전하는 것으로 기존 전시관의 7배에 달하는 700㎡ 규모다. 전날 개관식을 진행한 데 이어 이날부터 일반 관람객을 맞을 예정이다.

지난 2018년 1월 문을 연 영토·주권 전시관은 일본 중앙 정부가 직접 도쿄 도심에 운영하는 첫 영토 문제 홍보 시설로 주목을 받았다. 독도 뿐만 아니라 중국과 영유권 분쟁이 있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러시아와 영토 분쟁이 존재하는 쿠릴열도 남단 섬들(일본명 북방영토)에 대한 일본 주장을 홍보하고 있다.

특히 일본 외무대신이 직접 나서 독도 망언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일본 모테기 외무대신은 전날 제 201차 정기국회(중·참의원)에서 진행된 연설에서 "다케시마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 봐도, 국제법상으로도 일본의 고유 영토"라며 "기본적 입장을 토대로 냉정하고 의연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독도가 시마네현에 속한 '다케시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시마네현은 2006년부터 해마다 2월 22일을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초등학교 사회과 교과서 왜곡에 이어 외교청서, 방위백서 등에 독도 영유권 주장을 되풀이해 독도를 국제 분쟁지역으로 기정사실화하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맞서 우리 정부는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대한민국의 영토이며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만큼 국제적으로 영토 분쟁화되는 것에 경계하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의 망언과 전시관 확장 개관 등 행보에 강력 항의하며 단호하게 대응하고 있다. 전날 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서울 광화문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와 유감의 뜻을 전달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브리핑룸에서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01.07.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브리핑룸에서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01.07. [email protected]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지난 2018년 영토·주권전시관 개관 이후 즉각적인 폐쇄를 누차 촉구해 왔음에도 일본 정부가 오히려 이를 확장해 개관하는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며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한 어떠한 도발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또 "일본 정부가 모테기 외무대신의 국회 외교연설을 통해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해 또다시 부당한 주장을 되풀이한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며 "일본 정부가 독도에 대한 부질없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겸허한 자세로 역사를 직시할 것을 촉구한다"고 경고했다.
  
한일 관계는 지난해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 이후 일본이 보복 차원에서 대한국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하고 이에 맞서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를 종료하면서 악화일로를 걸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지소미아를 조건부 유예하고 수출당국간 대화를 재개하면서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해 12월 정상회담을 갖고 대화를 통한 한일 문제 해결에 공감대를 이뤘다. 전날에는 아베 총리가 시정방침 연설에서 6년 만에 "한국은 원래 기본적인 가치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나라"라고 언급하며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분명히 했다.

다만 아베 총리는 "국가와 국가 간 약속을 지켜 미래지향적인 양국 관계를 구축하길 간절히 기대한다"고 말했다는 점에서 '강제징용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됐다'는 기본 입장을 확인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한국 정부와 국회, 시민사회단체들이 강제징용 해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태도다.

여기에 일본이 영유권 주장까지 노골화하면서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낙관론을 마냥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은 물론 중국, 러시아 등 주변 국가들과 갈등도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하루 이틀의 상황이 아니라 일본이 10년 이상 독도 문제를 강하게 이야기해 왔다는 점에서 새로운 도발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독도는 실효적으로 한국이 지배하고 있는 만큼 국제 분쟁지역으로 비춰지는 것을 경계하며 한국 정부가 원칙을 갖고 냉정하게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일본의 독도 도발이 기존보다 심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일본이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독도 문제로 적극적으로 도발할 타이밍은 아니라는 점에서 지나치게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며 "전후 맥락에서 아베 총리가 한국과 잘해보려는 움직임도 주목해서 봐야 한다"고 짚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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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20/01/21 06: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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