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vs 이.아.민'…소동 수습 나섰지만 경영권 분쟁 불씨 남아(종합)

기사등록 2019/12/30 17:04:13

조원태 회장-이명희 고문, 30일 사과문 발표

가족 간 화합 약속했지만 대립 가능성도 여전

'조원태-이명희·조현아·조현민' 구도 분쟁 가능성

KCGI 등 전략 불투명…그룹 경영권 향배 미궁 속

[서울=뉴시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서울=뉴시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서울=뉴시스] 고은결 기자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모친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최근 빚어진 가족 간 '소동'에 30일 사과문을 발표하며 여론 수습에 나섰다. 파장이 생각보다 커지면서 가족 간에 서둘러 화합 제스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일이 남긴 파급력은 적지 않다. 집 안의 화병이 깨지는 등 격렬한 언쟁이 오갔고, 이에 대한 가족간 일들이 고스란히 외부로 전해졌다. 그만큼 조 회장에 대한 나머지 가족간 불협화음이 상당하다는 방증이다.

이 때문에 일단 사과는 했지만 경영권 분할 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았으므로 조 회장과 나머지 가족들 간 신경전이 계속 될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 많다. 이른바 '조원태 VS 이(이명희 고문) 아(조현아 전 부사장) 민(조현민 한진칼 전무)'으로 일컬어지는 가족 간 다툼이다.

◇조원태-이명희 공동 사과…"화합할 것"

조 회장과 이 고문은 이날 사과문을 통해 "지난 크리스마스에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집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죄드린다"라고 밝혔다. 

이어 "조원태 회장은 어머니인 이명희 고문께 곧바로 깊이 사죄를 하였고 이명희고문은 이를 진심으로 수용했다"라며 "저희 모자는 앞으로도 가족 간의 화합을 통해 고 조양호 회장님의 유훈을 지켜 나가겠다"라고 했다.

조 회장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가족 회동을 하기 위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이명희 고문의 집을 찾아갔는데 이 자리에서 이 고문과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누나 조현아 전 부사장의 편을 들었다는 이유로 언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원태 단독 결정' 위협 느꼈을 가족들…연대 가능성 부상

현재 조 회장은 그룹 경영권 유지를 놓고 상당히 다급한 상황이다. 오너 가의 경영권에 압박을 가하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지주사 한진칼 지분율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

여기에 누나 조 전 부사장은 최근 "조 회장이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다른 주주와의 연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조 회장 입장에서는 지분율로 봤을 때 그룹 경영권의 '캐스팅보트'를 쥔데다 남매 간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이 고문의 지지가 절실해진 상황이다. 현재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율은 6.52%, 조 전 부사장은 6.49%로 엇비슷하며 이 고문은 5.31%, 동생 조현민 전무는 6.47%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서울=뉴시스】왼쪽부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 2019.05.08.(사진=한진그룹 제공)
【서울=뉴시스】왼쪽부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 2019.05.08.(사진=한진그룹 제공)

그러나 이 고문은 이 자리에서 고 조양호 전 회장의 유훈을 강조하며 암묵적으로 조 전 부사장 측의 입장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과 나머지 가족들의 갈등은 지난달 조 회장이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가진 특파원간담회에서 본격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조 회장은 기자들에 "(조양호 전 회장이)지난해 12월 제게 이메일을 보내 앞으로 대한항공은 제가, 나머지 계열사는 대표이사들이 알아서 하라고 하셨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조 전 부사장 측은 조 회장의 주장이 거짓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여기에 연말 인사에서 조 전 부사장이 경영에 복귀하지 못했을 뿐더러, 조 전 부사장 측근들까지 주요 보직에서 배제되자 격분하며 반격에 나서게 됐다고 한다.

막대한 상속세 부담에도 불구하고 고정 수입이 없는데다, 향후 경영 일선에 돌아와도 가까운 인사들이 사라져 큰 목소리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른 가족들 또한 조 회장이 자신들과의 상의 없이 중요한 사항을 결정하거나 주변 인물들을 내칠 수 있다는 압박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고문이 지난 25일 조 회장의 편을 들지 않은 이유가 짐작되는 대목이다.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모친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30일 사과문을 통해 지난 크리스마스에 이 고문 자택에서 벌인 소동에 대해 사과하며 가족 간 화합하라는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유훈을 지키겠다고 전했다. 사진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빌딩의 모습. 2019.12.30. radiohead@newsis.com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모친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30일 사과문을 통해 지난 크리스마스에 이 고문 자택에서 벌인 소동에 대해 사과하며 가족 간 화합하라는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유훈을 지키겠다고 전했다. 사진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빌딩의 모습. 2019.12.30. [email protected]


◇한진 家 '경영권 분쟁' 주총 전까지 시계제로

이러한 상황을 종합하면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에 반기를 든 상황은 독단적 결정이라고 하지만 나머지 가족들이 처한 심리적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만약 조 전 부사장과 이 고문, 조 전무가 손잡으면 한진칼 주식 중 이들의 합산 지분율은 18%대로 껑충 뛴다. 단일최대주주 KCGI(17.29%)보다도 높은 지분율 수준이다.

재계에서는 조 회장과 이 고문 측이 '사과문'대로 가족 간 화합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그룹의 운명은 시계제로의 상황에 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여론 악화와 더불어 오너 가의 경영권에 대한 위협만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KCGI를 비롯한 한진칼 주요 주주인 반도건설 계열사(6.28%) 등이 어떤 전략을 취할 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강성부 KCGI 대표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향후 행보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진정한 가족 간 갈등 봉합 없이는 한진그룹 경영권은 주총 전까지 시계제로 상황에 빠진 것이나 다름 없을 것"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조원태 vs 이.아.민'…소동 수습 나섰지만 경영권 분쟁 불씨 남아(종합)

기사등록 2019/12/30 17:04:13 최초수정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