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사할린 징용 피해, 헌법소원 심판 대상 아니다"(종합)

기사등록 2019/12/27 18:33:55

러시아 사할린 강제징용 피해 헌법소원

청구인들 "국가가 제대로 조치 안 했다"

헌재 "국가 노력 게을렀다고 볼 수 없어"

외교부 "헌재 결정 존중…피해 해결 노력"

【인천공항=뉴시스】 고범준 기자 = 지난 5월2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사할린 동포들이 모국방문을 위해 입국,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9.05.23. bjko@newsis.com
【인천공항=뉴시스】 고범준 기자 = 지난 5월2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사할린 동포들이 모국방문을 위해 입국,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9.05.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나운채 이혜원 기자 = 헌법재판소가 일제강점기 시절 러시아 사할린으로 강제징용된 피해자들이 "문제 해결에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헌법소원 심판 사건을 각하했다. 지난 2012년 11월 헌재가 사건을 접수한 지 7년여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헌재는 대한민국과 일본 간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 제3조의 분쟁해결 부작위 위헌확인 심판 청구 사건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각하란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해 본안 판단을 하지 않고, 심리를 종결하는 것을 말한다.

앞서 한모씨 등은 일제에 의한 강제징용 등으로 러시아 사할린에 동원됐다가 이후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들은 당시 일본 회사가 경영하던 광산의 탄광 등에서 강제로 일했으나 우편저금 및 간이생명보험 형태로 급여를 강제로 적립했고, 지급받지는 못했다.

이후 한국은 지난 1965년 6월 일본과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일본 정부는 이 협정으로 인해서 사할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 등이 소멸됐다고 주장하고, 한국 정부는 '그대로 남아있다'며 반박하는 등 양국 간 분쟁이 벌어졌다.

한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들과 그의 가족 2200여명은 지난 2012년 11월 강제징용 피해에 대해서 국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

이와 관련해 헌재는 "행정 권력의 부작위(不作爲·의무를 이행하지 않음)에 대한 헌법소원은 공권력의 주체에게 헌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가 특별히 구체적으로 규정돼야 한다"며 "기본권의 주체가 행정행위 내지 공권력의 행사를 청구할 수 있음에도 공권력의 주체가 그 의무를 게을리하는 경우에만 허용된다"고 전제했다.

이어 "국가는 일본에 대해 사할린 대일청구권 문제 등에 대해서 외교당국 간 협의를 개최할 것을 제안했고, 국장급 면담 및 실무협의 등을 통해 성의있는 대응을 촉구해 왔다"며 "현재도 그와 같은 기조가 철회된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 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 발표'에 대한 위헌 확인 헌법소원 심판 선고를 위해 입장해 앉아 있다. 2019.12.27.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 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 발표'에 대한 위헌 확인 헌법소원 심판 선고를 위해 입장해 앉아 있다. [email protected]
이와 함께 "분쟁 해결 절차를 언제·어떻게 이행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국가마다 가치와 법률을 서로 달리하는 국제 환경에서의 외교 행위 특성 등을 고려한다면 국가에게 상당한 재량이 인정된다"며 "가시적인 성과가 충분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국가가 자신에게 부여된 작위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작위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작위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을 전제로 위헌을 주장하는 심판 청구는 부적법하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국가가 사할린 강제징용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취지다.

한편 이종석 재판관은 "헌법재판소가 한일 협정에 따른 외교적 노력을 하라고 선언하는 것은 작위의무의 내용도 구체적으로 확정하지 못하고,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에 반(反)해 행정부의 권한만을 침해할 소지만 발생시킨다"고 의견을 냈다.

이 재판관은 "사할린 강제징용 피해자 또는 그 가족인 청구인들에 대해 어떠한 방법으로든 국가적 노력을 다해줬으면 하는 바람은 우리 모두 간절하다"면서도 "헌법재판소가 행정부에 외교적 노력을 하라는 의무를 강제한들 이는 막연하고 선언적인 의미 이상을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며 "정부는 사할린 한인들의 피해 문제 해결을 위해 가능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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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사할린 징용 피해, 헌법소원 심판 대상 아니다"(종합)

기사등록 2019/12/27 18:33:55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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