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학교 고통' 집회소음, 사실상 무대책…"규제" 의견도

기사등록 2019/12/25 15:00:00

서울맹학교 "집회로 학생들 보행 수업도 못해"

집시법, 소음 기준 주간 65㏈, 야간 60㏈ 이하

기준치 넘겨도 '증거 불충분'으로 대부분 무죄

"집시법 소음 기준 나누는 지역 세분화 필요"

"주간, 야간, 심야로 시간대 구분해 다른 기준"

"순간최고소음도로 제재할 방법 마련해 줘야"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지난 21일 오후 서울맹학교 학부모회 등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집회 소음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19.12.21 s.won@newsis.com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지난 21일 오후 서울맹학교 학부모회 등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집회 소음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19.12.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최근 한기총의 청와대 인근 집회로 서울맹학교 학생들의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 등이 나오면서 집회 소음에 대한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25일 경찰 등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집회 소음 허용 기준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시행령 제14조에 마련돼 있다. 시행령에 따르면 주거지역·학교·종합병원·공공도서관이 있는 곳에서는 주간 65데시벨(㏈) 이하, 야간 60㏈ 이하까지 소음이 제한된다. 이 밖에 기타 지역의 소음 허용 기준은 주간 75㏈ 이하, 야간 65㏈ 이하이다.
 
문제는 집회 소음이 기준치를 넘더라도 관리 주체인 경찰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시위 주최자만을 처벌하게 돼 있어 주최자가 현장에 없거나 숨는 경우도 다반사다. 10분 동안 소음을 측정해 평균치를 내는 방식으로 소음을 측정하는데, 집회 참가자들이 이를 악용해 소음을 키웠다 줄였다하면서 평균치를 낮추기도 한다.
 
경찰청이 올해 8월5일부터 12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 여론조사에서는 집회 소음 민원에 대한 경찰 대응 만족도가 22.2%에 불과했다. 
 
관련 법령이나 시행령 개정 없이 효과적으로 집회 소음을 관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현실이 만족도 조사로 증명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희훈 선문대 법·경찰학과 교수는 "시간대나 장소별로 소음 규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번 맹학교 사태에서 봤듯이 같은 학교라도 특수학교의 (인근일) 경우 소음 기준이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며 "소음 기준을 세우는 지역을 2개에서 3개 정도까지 분류를 세분화해야 한다"고 봤다.

종합병원이나 맹학교 등 특수 기관 주변 지역을 새로 신설해 소음 기준을 기존보다 더 강화해 적용하자는 의미다.
 
이 교수는 집시법상 야간과 주간으로만 나누어진 시위 기준에서 '심야 시위'를 추가하자는 의견도 전했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1차 농성장 자진철거 시한인 지난 19일 오후 청와대 사랑채 인근 농성장에 적재물이 그대로 쌓여 있다. 2019.12.19.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1차 농성장 자진철거 시한인 지난 19일 오후 청와대 사랑채 인근 농성장에 적재물이 그대로 쌓여 있다. 2019.12.19. [email protected]
이 교수는 "소음 진동 관리규제법에서 생활소음을 규제할 때는 주간과 저녁, 야간시간을 나눈다"며 "하지만 집시법은 집회 시간 기준을 주간과 야간으로만 나눠 났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자정에 가까운 심야 시간에 더 강한 소음 규제 기준을 마련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프랑스나 러시아 등의 경우에는 오후 11시 이후 열리는 집회의 경우 심야 시간대로 보고 소음 규제를 더 강화해 적용한다고 한다.
 
평균 소음 측정 방식이 악용되는 것에 대해서는 '순간최고소음도'를 측정해 규제하자는 방안도 제시됐다. 시위 중 3~5초의 짧은 시간이라도 기준치를 넘는 소음이 3회 정도 발생할 경우 제재를 가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이 교수는 "실제로 일본의 경우에는 폭소음이라는 명칭으로 이런 규제를 시행한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소음 규제를 어겨도 별다른 제재를 가할 수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는 소음 규제를 어기면 형사처벌을 해야 한다.

이 교수는 "형사처벌은 입증이 중요한데 혼잡한 상황에서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며 "어렵게 입증해 기소해도 보통 최대 300만원의 벌금만 물고, 이마저도 대부분 증거불충분으로 무죄가 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즉시 적용할 수 있고 시위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과태료가 더 효과적이라는 의미다. 과태료 처분 이력이 향후 형사처벌에 증거로 작용할 수도 있다.
 
다만 집회 소음에 대한 규제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헌법 제37조 2항에는 비례의 원칙에 저촉되지 않는 필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집시법 등의 법령에 근거해 적정한 범위에서 집회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며 "주민들의 생활권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적정한 정도의 규제는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찰은 청와대 인근에서 약 3개월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국민투쟁본부)의 집회를 4일 이후부터는 금지하기로 했다.
 
이용표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사에서 진행된 출입기자단과의 정례간담회에서 "3일까지는 범국민투쟁본부 집회가 이미 신고돼 있었다"며 "4일 이후부터는 청와대 사랑채 앞 등 주민들에게 영향을 주는 곳의 집회는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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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학교 고통' 집회소음, 사실상 무대책…"규제" 의견도

기사등록 2019/12/25 15: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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