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文친서 받았지만…한·아세안 정상회의 참석 이유 못 찾아"(종합)

기사등록 2019/11/21 16:42:55

"남북관계 해결 계기점 만들려는 文고뇌 이해"

"지금이 남북 정상회담 할 때인가…관계 험악"

"외세의존해 남북관계 풀려는 입장 탈피 못해"

"주소 틀린 마당에서 남북관계 논의라니 의아"

전문가 "단순한 불참 통보 아니라 불만 반영돼"

[서울=뉴시스]조선중앙TV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8월 25일 수산사업소와 새로 건설한 통천 물고기 가공사업소를 현지지도했다고 20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19.11.2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선중앙TV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8월 25일 수산사업소와 새로 건설한 통천 물고기 가공사업소를 현지지도했다고 20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19.11.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지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해줄 것을 초청하는 친서를 보냈지만 김 위원장은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북한 매체가 21일 보도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모든 일에는 때와 장소가 있는 법이다' 제목의 기사에서 "오는 25일부터 부산에서 열리게 될 아세안 나라들의 특별수뇌자회의 준비사업이 마감단계에서 추진되고있다"며 "지난 11월5일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께서 이번 특별수뇌자회의에 참석해주실 것을 간절히 초청하는 친서를 정중히 보내여왔다"고 밝혔다.

통신은 "우리는 보내온 친서가 국무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진정으로 되는 신뢰심과 곡진한 기대가 담긴 초청이라면 굳이 고맙게 생각하지 않을 까닭이 없다"며 "남측이 국무위원회 위원장의 부산 방문과 관련한 경호와 의전 등 모든 영접 준비를 최상의 수준에서 갖추어놓고 학수고대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이 기회라도 놓치지 않고 현 북남관계를 풀기 위한 새로운 계기점과 여건을 만들어보려고 하는 문 대통령의 고뇌와 번민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문 대통령의 친서가 온 후에도 몇 차례나 '국무위원회 위원장께서 못 오신다면 특사라도 방문하게 해 달라'는 간절한 청을 보내온 것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통신은 "하지만 흐려질대로 흐려진 남조선의 공기는 북남관계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며 남조선당국도 북남 사이에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의연히 민족공조가 아닌 외세의존으로 풀어나가려는 그릇된 입장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엄연한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미국 방문을 언급하며 "자주성도 독자성도 없이 모든 것을 외세의 손탁에 전적으로 떠넘기고 있는 상대와 마주앉아 무엇을 논의할 수 있고 해결할 수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과연 지금의 시점이 북남수뇌분들이 만날 때이겠는가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며 "모처럼 찾아왔던 화해와 협력의 훈풍을 흔적도 없이 날려보내고 있는데도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 하고 있는 남조선 당국이 종이 한 장의 초청으로 조성된 험악한 상태를 손바닥 뒤집듯이 가볍게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보다 더한 오산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판문점=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끝내고 북으로 돌아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포옹을 하고 있다. 2019.06.30. pak7130@newsis.com
【판문점=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끝내고 북으로 돌아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포옹을 하고 있다. 2019.06.30. [email protected]
또 "민족의 운명과 장래문제에 아무런 관심도 없는 다른 나라 손님들을 요란하게 청해놓고 그들의 면전에서 북과 남의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북과 남 사이의 근본문제, 민족문제는 하나도 풀지 못하면서 북남수뇌들 사이에 여전히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냄새나 피우고 신남방정책의 귀퉁이에 북남관계를 슬쩍 끼워넣어 보자는 불순한 기도를 무턱대고 따를 우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판문점과 평양, 백두산에서 한 약속이 하나도 실현된 것이 없는 지금의 시점에 형식뿐인 북남수뇌상봉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면서 "더우기 북남관계의 현 위기가 어디에서 왔는가를 똑바로 알고 통탄해도 늦은 때에 그만큼 미국에 기대다가 낭패를 본 것도 모자라 이제는 주소와 번지도 틀린 다자협력의 마당에서 북남관계를 논의하자고 하니 의아할 따름"이라고 부연했다.

통신은 "다시금 명백히 말하건대 무슨 일이나 잘되려면 때와 장소를 현명하게 선택해야 한다"며 "남측의 기대와 성의는 고맙지만 국무위원회 위원장께서 부산에 나가셔야 할 합당한 이유를 끝끝내 찾아내지 못한 데 대해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한 물밑대화를 관영매체를 통해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 주목된다. 정상 간 관계를 고려해 메시지 수위를 조절했지만 현 남북관계에 대한 불만이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겉으로는 정중하고 수위를 조절한 듯한 거절로 보이지만 단순히 불참 통보가 아니다"며 "불참 통보라면 친서나 다른 방법도 많았는데 굳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밝힌 것은 우리에게 가진 불만과 실망감을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北 "文친서 받았지만…한·아세안 정상회의 참석 이유 못 찾아"(종합)

기사등록 2019/11/21 16:42:55 최초수정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