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2호선에 폭발물이"…가상훈련에 시민들 '패닉'

기사등록 2019/10/29 16:45:18

29일 오후 3시 서울교통공사 재난대응훈련 실시

신고 접수 20분 만에 상황 정리…복구까지 1시간

"스크린도어 처음 열어봐…실제상황에 도움될 것"

【서울=뉴시스】정성원 수습기자 = 29일 오후 3시께 서울 구로구 2호선 신도림역 일대에서 진행된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에서 소방 관계자들이 열차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2019.10.29
【서울=뉴시스】정성원 수습기자 = 29일 오후 3시께 서울 구로구 2호선 신도림역 일대에서 진행된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에서 소방 관계자들이 열차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2019.10.29
【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정성원 수습기자 = 평화롭던 29일 오후, 서울 구로구 2호선 신도림역사 일대가 패닉에 휩싸였다. 검은 옷을 입고 검은 모자를 착용한 남성 두 명이 열차에 폭발물을 두고 사라졌다는 신고가 접수되면서다.

물론 실제상황은 아니다. 훈련을 위한 가상상황이다. 이후 진행된 상황은 이랬다. 이날 오후 3시5분께 신도림역 4번 승강장으로 진입하던 열차의 네 번째 객실에서 역사 진입과 동시에 굉음이 울리며 폭탄이 터졌다. 신고가 접수된 지 딱 1분 만의 일이다.

열차 내부를 가득 메운 연기는 열차 밖으로 삐져 나와 승강장까지 번지기 시작했다. 흐려진 시야에 지하철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갈 곳을 잃고 우왕좌왕할 뿐이었다.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를 연신 외치며 객실 안에서 창문을 두드리던 승객들이 스크린도어를 직접 열고 대피를 시작한 것은 오후 3시7분께다. 입과 코는 손 또는 수건으로 가리고 자세는 한껏 낮췄다.

1번 출구를 향해 60여명의 승객들이 대피 중인 가운데 소방 관계자의 무전기에서는 "초기진압반이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내용의 무전이 흘러 나왔다. 초기 진화에 실패한 탓에 불길은 더욱 크게 번지기 시작했다.

2분 뒤인 3시9분께 시민과 역무원이 힘을 합쳐 숨어 있던 테러범 중 한 명을 진압해 경찰에 넘기면서 위급 상황은 마무리되는 듯 했다.
【서울=뉴시스】 2018. 5. 10.(목) 오후 2시~3시 7호선 노원역에서 실시한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 2019.10.29. (사진=서울시 제공)
【서울=뉴시스】 2018. 5. 10.(목) 오후 2시~3시 7호선 노원역에서 실시한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 2019.10.29. (사진=서울시 제공)
소방 및 시설당국도 우선 신도림역사 내 시설물 점검과 응급 복구에 나섰다.

그러나 수습이 한창이던 오후 3시17분께 몸을 숨기고 있던 다른 테러범이 갑자기 나타나 사람들을 향해 "왜 살아있냐"고 소리를 지르며 폭탄이 담긴 것으로 보이는 가방을 투척해 재차 긴장이 고조됐다.

두 번째 테러범은 가방 투척과 동시에 신도림역 1번 출구 앞 광장에서 바로 군관에 진압됐다. 테러범이 던진 가방에 폭탄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오후 3시부터 3시20분께까지 서울교통공사에서 진행한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은 완전한 수습 및 열차 운행 재개까지 약 1시간이 소요됐다. 오후 4시께 현장이 정리됐다.

훈련은 신원 미상의 테러범이 신도림역 진입 열차에 폭발물을 설치해 화재까지 발생한 가운데 인근 현대백화점에 추가로 불을 지르는 것을 가정해 실시됐다.

【서울=뉴시스】 2018. 5. 10.(목) 오후 2시~3시 7호선 노원역에서 실시한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 2019.10.29. (사진=서울시 제공)
【서울=뉴시스】 2018. 5. 10.(목) 오후 2시~3시 7호선 노원역에서 실시한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 2019.10.29. (사진=서울시 제공)
공사와 구로구청이 공동 주관한 이번 훈련에는 군, 경찰, 소방서, 보건소, 인근 민간 기업을 포함해 17개 유관기관 470여명과 시민 60여명이 참여했다.

승객으로 훈련에 참여한 김성혁(22)씨는 "오늘 스크린도어를 처음 열어봤다"며 "이런 상황이 실제로 닥치면 당황은 하겠지만 훈련의 기억을 더듬어 현장의 통제에 따르게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테러범을 연기한 박성혁(39)씨는 "모형이지만 폭발무기를 사용해 생생하게 실제상황을 연출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대구지하철 사건 등 지하철에서 안전을 위협하는 사건이 많은데 이런 훈련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현장에서 부상자 응급처치 역할을 담당한 문영신 구로보건소장은 "재난상황에서 부상자 구조 및 응급처치를 통해 사상자를 줄이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데 보건소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이런 훈련을 통해 유관기관 간 소통을 강화하고 대응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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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2호선에 폭발물이"…가상훈련에 시민들 '패닉'

기사등록 2019/10/29 16:45:18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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