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8차 사건 윤씨, 범인 아니라 확신한다"

기사등록 2019/10/27 10:00:00

윤씨 자립 도운 나호견 뷰티플라이프 원장

"윤씨만큼 언행일치되는 사람 본 적 없어"

"그가 명예 되찾고 행복한 삶 살기를 기도"

【청주=뉴시스】조성현 기자= 화성 8차 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20년간 옥살이를 한 윤모(52)씨와 나호견(69) (사)뷰티플라이프 원장이 지난 25일 충북 청주시 서원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10.27.jsh0128@newsis.com
【청주=뉴시스】조성현 기자= 화성 8차 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20년간 옥살이를 한 윤모(52)씨와 나호견(69) (사)뷰티플라이프 원장이 지난 25일 충북 청주시 서원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청주=뉴시스】조성현 기자 = "윤씨의 진심이 느껴졌다. 그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

나호견(69) (사)뷰티플라이프 교화복지회 원장은 25일 뉴시스와의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2007년 청주교도소 교정위원으로 윤씨와 처음 만났다. 그 만남을 시작으로 출소 후 윤씨의 자립까지 도우며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

나 원장은 "윤씨에 대한 첫인상은 좋지 않았다. 인상도 그렇고, 몸도 불편해 보였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교도소 내에서 그만큼 악조건을 갖추고 있는 사람은 드물었다. 다리는 불편하고, 집도, 돈도 없었다. 이런 조건으로 교도소에서 사는 건 대단히 힘들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윤씨는 교도소에서 늘 당당했고, 열심히 생활했다"고 설명했다.

화성 8차 살인사건으로 지목돼 20년간 옥살이를 한 윤모(52)씨는 2009년 가석방됐다.나 원장은 당시 갈 곳 없던 윤씨를 따뜻하게 안아줬다.

그는 "윤씨가 가석방된 후 처음 출소자의 집에 온 날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며 "그때 윤씨의 진심이 느껴져서 그가 범인이 아니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나 원장은 2009년 8월14일 윤씨가 출소 후 그에게 한 말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윤씨가 '세상 사람 모두가 날 살인범이라고 손가락질 하지만, 난 진짜 안 그랬다. 원장님 한 분이라도 내가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믿어주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하는데 거기서 진심이 느껴졌다"며 "가짜 범인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씨가 너무 안타까웠고, 불쌍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씨는 출소자의 집에서 3년간 생활하고, 7년 넘도록 옆집 이웃으로 지내고 있다"며 "그를 알고 지낸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윤씨를 누구보다 가까이 지켜봤다. 그만큼 언행일치가 되는 사람은 여지껏 본 적이 없다"고 윤씨의 무죄를 확신했다.

【청주=뉴시스】조성현 기자= 지난 25일 나호견(69) (사)뷰티플라이프 원장이 취재진과 만나 화성 8차 사건인 윤모(52)씨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10.27.jsh0128@newsis.cocm
【청주=뉴시스】조성현 기자= 지난 25일 나호견(69) (사)뷰티플라이프 원장이 취재진과 만나 화성 8차 사건인 윤모(52)씨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나 원장이 운영하고 있는 출소자의 집은 몇가지 규칙이 있다. 첫째 술을 마시면 안 되고, 둘째 반드시 일을 해 월급의 반을 적금할 것, 셋째는 오후 10시까지 귀가하는 것 등이다.

윤씨는 3년 동안 단 한 번도 규칙을 어기지 않았다고 한다.

나 원장은 "출소 후 범죄자의 재범률은 70%가 넘는다. 갈 곳 없고 받아주는 곳 하나 없는 사회에서 그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며 "하지만 윤씨는 출소 후 10년 넘게 사고 한 번 치지 않았다. 생각해봐라, 극악무도한 범죄자라면 10년이 넘도록 그런 충동을 참고 어떻게 생활할 수 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윤씨가 남들과의 약속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신뢰와 명예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오길 10여년, 차츰차츰 화성 사건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힐 때쯤 화성 8차 사건에 대한 유력 용의자인 이모(57)씨의 자백이 나왔다.

나 원장은 "뉴스를 접한 날 윤씨가 찾아와 '이제 죽어서 부모님 얼굴을 떳떳하게 볼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고 말하는데 눈물이 글썽거렸다"며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나는 안 죽였다', '나는 범인이 아니다'라고 초지일관되게 살아온 윤씨를 하느님께서 도와주신 것 같다"고 말하며 감정에 북받친 듯 울먹였다.

나 원장은 윤씨가 재심 후 무죄가 밝혀져 남은 인생을 행복하게 살기를 기도했다.

"제가 만약 윤씨였다면 너무 억울해서 사람답게 못 살았을거에요. 이제라도 진실이 밝혀져 윤씨가 남은 삶을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의 명예가 회복되고 앞으로 남을 도우며 보람 찬 삶을 살아갈 거라 확신합니다."

윤씨는 1988년 9월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A(13)양의 집에 들어가 A양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이듬해 10월 1심 선고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는 경찰 고문에 의한 허위자백을 주장했으나 상급심이 받아들이지 않아 20년간 옥살이를 했다. 사건 발생 31년이 지난 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 이씨는 윤씨가 범인으로 지목된 화성 8차 사건도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재수사에 나선 경찰도 당초 모방범죄로 알려졌던 화성 8차 사건을 이씨의 소행으로 잠정 결론냈다.

지난 26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윤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3번째 조사를 했다.

경찰 관계자는 "처음에는 만나서 윤씨의 이야기를 들었고, 두 번째부터 참고인 진술 조서를 받았다. 이번 조사에서는 당시 상황에 대한 전체적인 내용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 조사에서 윤씨가 검거됐을 당시 진술한 내용과 고문 등 강압수사 여부 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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