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집회 불허에도 주최측 "시위대 나타날 것"
29일 시위, 곳곳서 폭력…150명 체포·48명 부상
【서울=뉴시스】양소리 기자 = 홍콩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를 주도해 온 민간인권전선은 10월1일 신중국 건국 70주년 국경절에 맞춰 대규모 시위를 연다고 밝혔다.
3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AP통신 등에 따르면 민간인권전선은 중국 국경절을 '애도의 날'로 선포하고 오후 2시께 빅토리아 공원에서 모여 홍콩 도심인 센트럴까지 행진하는 대규모 시위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민간인권전선의 지미 샴(岑子杰) 대표는 "홍콩 주권반환이 이뤄진 1997년 이후 22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홍콩은 시위도 할 수 없는 곳이 됐다"며 "홍콩은 점점 베이징 같은 곳으로 변하고 있다"고 시위의 이유를 설명했다.
홍콩 경찰은 폭력 시위가 우려된다며 이번 시위를 불허했다.
민간인권전선은 홍콩 공공집회·행진 상소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상소위원회는 "몇 주간 이어진 시위로 도시 내 폭력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집회 주최자들이 참가자들을 보호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경찰의 손을 들었다.
민간인권전선은 "시위대는 상소위원회의 결과에 상관없이 나타날 것이다. 평화로운 행진을 막는 것은 폭력을 가속시킬 뿐이다"고 경고했다.
국경절 기념식 참석을 위해 정계, 재계, 법조계, 교육계 등 240명의 대표단과 함께 중국을 방문한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시위를 우려해 기념식을 마친 뒤 빠르게 홍콩으로 귀국한다.
홍콩 정부는 국경절 행사가 열리는 컨벤션 센터 주변의 경비를 강화했다. 중국 국기 게양식은 일반 시민에 공개가 금지됐다. 매해 열리는 불꽃놀이 역시 취소됐다.
앞서 이날 오후 홍콩 도심에서는 중고등학교 학생 1500여 명이 참여한 송환법 반대 집회가 열렸다.
200여개 중고등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이들 시위대는 정부를 향해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을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홍콩 시민들을 향해 요청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국경절(1일)부터 일주일 동안 총파업(罷工), 동맹휴학(罷課), 철시(罷市) 등 '3파(罷) 투쟁'을 전개하자고 제안했다.
홍콩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은 ▲송환법 완전 철폐 ▲경찰의 시위대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이다.
시위대는 이날 저녁 침사추이에 모여 홍콩 시위대를 상징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페페(Pepe) 인형, 포스터 등을 들고 인간 띠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이곳에서 프린스에드워드 역까지 행진하며 지난달 31일 프린스에드워드 전철역 내에서 벌어진 경찰의 강경 진압을 해명하라고 강조했다.
당시 홍콩 경찰은 프린스에드워드 역에 특수부대 '랩터스'를 투입해 시위대에 곤봉을 휘두르고 최루액을 발사했다. 이날 경찰은 지하철 객차 등을 급습하며 63명을 체포했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부상자도 발생했다.
한편 29일 밤 늦게까지 이어진 시위는 폭력적인 양상을 띠며 시위대와 경찰의 격렬한 충돌로 이어졌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홍콩 경찰은 "시위대가 100개 이상의 가솔린 폭탄을 투하하고 거리에서 큰 불을 질렀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물대포를 쏘고 328개의 최루탄을 발사하는 등 강경한 대응에 나섰다.
이날 경찰은 12세와 53세 사이의 시위 참여자 157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SCMP는 인도네시아인 여성 기자 베비 메가 인다는 등을 포함해 48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부상자 중 한 명은 중태에 빠진 것으로 확인된다.
이날 경찰은 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여한 배우 '그레고리 웡', 활동가 '벤터스 라우', 야당인 열혈공민(熱血公民)이 운영하는 '열혈시보'의 '마카이청' 기자 등 3명을 체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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