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차 발생농장 관련 차량, 전국 농장 326곳 들려"
"ASF 바이러스 북에서 남하 가능성…임진강과 밀접"
농식품부 "차량에 의한 전파인지 예단할 수 없는 상황"
"접경지역 특별한 문제 없어…최대한 방역조치 중"
【세종=뉴시스】박영주 기자 = 지난 17일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을 전파시킨 매개체로 '차량'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사료·분뇨 등을 싣거나 도축장을 출입하는 차량이 ASF 잠복기에 전국 농장을 돌며 바이러스를 퍼트렸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ASF가 처음 발생한 파주 연다산동 농가와 2차(연천 백학면), 3차(김포 통진읍), 4차(파주 적성면) 발생 농가 사이에 '차량 역학' 관계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공기 중으로 전파되는 구제역과 달리 ASF는 접촉에 의해서만 전파되는 만큼 역학 조사 결과는 유입 경로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단서로 활용될 수 있다.
발생일 이전 21일인 역학조사 기간 파주 연다산동에 출입한 축사 관련 운반차량은 2차 농장에 출입했다. 2차 농장에서 출하한 돼지 운반 차량이 출입한 축산시설에는 3차 농장에서 출하한 돼지 운반 차량도 들렸다. 또 4차 농장에 출입한 축산 관련 운반차량이 1차 농장에도 출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차량이 이곳저곳을 돌면서 ASF 바이러스를 퍼뜨렸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차량으로 인한 전파가 유력할 경우 ASF가 중점관리지역을 벗어난 충북, 전남 등 남쪽 지역까지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발생 농가를 들린 차량이 이미 방역대를 넘어선 지역까지 움직였기 때문이다.
1, 2차 발생 농장인 파주·연천 농장과 역학 관계가 있는 농장은 전국 326곳이나 된다. 농식품부는 1, 2차 발생 농장을 들렸던 차량이 방문한 농가가 전국 544곳에 달한다고 했다가 25일 326곳으로 정정했다. 중복되는 농가(41호)와 1~2초간 머무른 차량은 제외한 수치다. 1시간 내 머무른 차량과 달리 1~2초 머무른 차량은 농가주변을 단순히 통과한 차량으로 계산한 것이다.
다만 농식품부는 전파 매개체를 '차량'으로 단정 짓는 것은 경계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차량에 의한 전파인지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외국인 근로자의 출국 여부를 포함해 전반적으로 조사하고 종합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추가 확산을 우려해 전날 경기 북부의 6개 시·군으로 지정된 중점관리지역을 경기와 강원, 인천 전역으로 확대했다. 확대된 중점관리지역을 다시 4대 권역으로 구분해 3주간 돼지와 가축 분뇨가 다른 권역으로 이동하거나 반출되는 것을 금지했다. 권역 간 차량 이동도 제한되는 셈이다.
아울러 북한 전역으로 퍼진 ASF 바이러스가 남쪽 접견지역으로 전파됐을 가능성도 나온다. 지난 5월 이미 방역 망이 뚫린 북한은 현재까지 여러 지역에서 지속해서 ASF가 발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처음 ASF가 발생한 파주 농장은 북한과 이어지는 한강, 임진강과 인접해있다. 최근 태풍 '링링'까지 발생하면서 북한의 ASF 바이러스가 한강을 타고 떠내려 왔을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북한에서 온 파리·모기 유입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국가정보원 역시 전날 국회 정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북한은 발병 돼지 살처분, 돼지고기 유통 전면금지, 발병지역 인원 이동 차량 등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7월 이후 여러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발병하고 있다"며 "북한 전역에 돼지열병이 상당히 확산됐다는 징후가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접경지역이 특별히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민간인 통제구역 안을 포함해 농가, 도로, 하천 소독 등 특별관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조치를 최대한 하고 있다"고 조심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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