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에 '입시제도 재검토' 주문…"젊은 세대 깊은 상처"
조국 딸 논문·장학금 논란에 20대 文 지지 가장 동요
한달새 긍정평가 51.2→39.9%…부정평가 44.4→55.5%
조국 임명도 20대 가장 부정적…찬성 29.1% 반대 62.1%
"공정·정의 강조한 조국, 자녀 문제선 특권층 혜택 누려"
文 "공정이 최우선 과제"…입시제도 대안 찾기 나설 듯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일 당정청에 입시제도 재검토를 주문한 것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여러 의혹으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번 메시지는 특히 조 후보자 지명에 가장 크게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는 20대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조 후보자의 딸과 관련한 의혹으로 서울대, 고려대, 부산대 등에서 촛불집회가 이어지고 있고, 20대의 대통령 지지율도 빠르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당정청에 "그동안 입시 제도에 대한 여러 개선 노력이 있긴 했지만 여전히 입시 제도가 공평하지 않고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다"며 "특히 기회에 접근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에게 깊은 상처가 되고 있다. 이런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지난달 9일 개각 발표 이후 조 후보자의 딸과 관련한 잇단 의혹 제기로 20대 지지율이 빠르게 하락하는 것에 적지 않게 고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20대(19~29세)의 긍정 평가는 개각 발표 전인 8월 1주차(5~9일) 조사 때 51.2%에서 8월 4주차(26~28일) 조사 때 39.9%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부정 평가는 44.4%에서 55.5%까지 상승했다.
조 후보자에 대한 논란으로 30대 이상의 연령대에서도 전반적으로 긍정 평가가 하락하고 부정 평가는 상승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지만 20대에서 유독 지지율의 변동이 큰 편이다.
조 후보자의 장관 임명에 대한 여론도 20대에서 가장 나빴다.
리얼미터가 최근 조 후보자의 장관 임명에 대한 찬반 여론을 조사한 결과 20대의 찬성 응답 비율은 29.1%에 불과했고, 반대 응답 비율은 62.1%에 달했다.
30대(찬성 44.7%, 반대 47.6%), 40대(찬성 54.0%, 반대 40.4%), 50대(찬성 39.3%, 반대 57.3%), 60세 이상(찬성 31.4%, 반대 61.9%) 등 전 연령대를 통틀어 20대의 여론이 가장 나쁘게 나타난 것이다.
20대의 실망감은 지지율 '데드 크로스'로 이어졌다.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8월 첫주 50.4%에서 넷째주 45.7%까지 떨어졌고, 부정 평가는 44.4%에서 50.8%까지 높아졌다. 부정 여론과 긍정 여론의 격차는 오차범위(±2.5%포인트) 밖으로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진학과 취업 등의 고민을 안고 있는 청년층의 경우 공정과 불공정 문제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이번 논란에 여론이 크게 변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 후보자 딸의 논문·장학금·진학 문제 등이 핵심 이슈로 부상하면서 사회적 지위에 따른 기회의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는 설명이다.
한 전문가는 "특히 20대와 학생층 사이에서는 공정과 정의를 강조했던 조 후보자가 자녀의 진학과 '스펙 쌓기'에 있어서는 특권층 인사들과 비슷한 혜택을 누렸다는 부정적 인식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문 대통령이 공정과 정의의 가치 측면에서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잇따라 제기됐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조 후보자의 거취에 대해 언급하기보다는, 국민적 실망감을 해소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당정청에 "공정의 가치는 경제 영역에 한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사회 영역, 특히 교육 분야에서도 최우선의 과제가 돼야한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전부터 입시 제도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청와대는 부모의 사회적 지위가 자녀의 진학에 영향을 미치는 불공평함은 이명박 정부 당시 추진된 '국제화'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조 후보자의 딸이 어학특기자 전형(세계선도인재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한 것도 이명박 정부 때 입학사정관제를 확대한 것과 관련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당시 보통의 가정에서 자라 일반고에서 정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이같은 제도를 활용해 대학에 입학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다만 문 대통령은 수시 축소와 정시 확대 등 구체적인 정책 대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단순히 정시를 확대할 경우 사교육 과열 등 다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당정청은 향후 시도 교육청, 교육계, 학부모단체 등과의 소통을 통해 입시 제도의 공정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당정청에 "이상론에 치우치지 말고 현실에 기초해서 실행 가능한 방안을 강구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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