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거리미사일 韓 배치시 '제2의 사드' 우려…가능성은 낮아

기사등록 2019/08/05 12:08:54

美, INF 탈퇴…중·러 新 조약에 묶기 위한 '포석'

美실전배치 가능성 높지만 韓 배치 가능성 작아

배치 된다면 "사드 이상 폭발력"…국내·외 반발

수개월 안에 배치 韓 힘들어…미국령 괌 가능성

【워싱턴=AP/뉴시스】 마크 에스퍼 신임 국방장관이 25일(현지시간) 펜타곤에서 열린 자신의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에스퍼 장관은 취임사를 통해 "평화를 지키고 미국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군대를 강화하고 충돌을 억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9.07.26.
【워싱턴=AP/뉴시스】 마크 에스퍼 신임 국방장관이 25일(현지시간) 펜타곤에서 열린 자신의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에스퍼 장관은 취임사를 통해 "평화를 지키고 미국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군대를 강화하고 충돌을 억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9.07.26.
【서울=뉴시스】김성진 기자 =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태평양 지역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한다고 언급하면서 한국 배치 가능성에 국내외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 배치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아 보이지만, 한반도에 중거리 미사일이 실전 배치가 될 경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이상의 외교적 파장이 예상돼 벌써부터 우려가 나온다.

에스퍼 장관은 지난 2일(현지시간) 호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와 냉전시기 군축조약(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공식 탈퇴한 만큼 태평양 지역에 몇 달 안에 중거리 재래식 미사일을 배치하고 싶다"고 밝혔다.

에스퍼 장관은 배치 시점과 관련해 "우리는 늦기 전에 미사일을 배치하고 싶어한다"며 "나는 몇 달 안에 하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시간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INF 조약은 냉전 중이던 1987년 당시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맺은 협정이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 국방부에서 열린 마크 에스퍼 신임 국방장관 취임식에 참석해 함께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임 국방장관이 전쟁과 평화의 시간 속에서 자신의 임무에 충실했고 실패하지 않은 용감한 남자"라고 소개하며 "현재 미군은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라고 강조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2019.07.26.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 국방부에서 열린 마크 에스퍼 신임 국방장관 취임식에 참석해 함께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임 국방장관이 전쟁과 평화의 시간 속에서 자신의 임무에 충실했고 실패하지 않은 용감한 남자"라고 소개하며 "현재 미군은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라고 강조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2019.07.26.
미국과 옛 소련이 보유한 사정거리 500~5500㎞의 지대지 탄도미사일과 순항 미사일 등의 생산과 실험, 배치를 전면 금지하고 전량 폐기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미국 정부는 지난 2014년부터 러시아가 INF 협약을 위반했다고 문제를 제기해왔으며, 러시아가 새로운 형태의 크루즈 미사일을 개발해 INF 조약을 위반했다는 것을 명분으로 결국 지난 2일 조약에서 공식 탈퇴했다.

미국의 INF 조약 탈퇴 목적은 일차적으로 러시아와 함께 최근 군사력이 증강되고 있는 중국을 새로운 핵·미사일 조약에 끌어들이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분명 어느 시점에 중국도 포함되길 희망한다"며 새로운 조약 체결은 "세계를 위한 멋진 일"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과 함께 G2국가를 형성하고 있는 중국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응해 남중국해를 비롯한 서태평양 전 지역에서 사실상 전선(戰線)을 형성하고 전략적으로 마찰을 빚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중국을 새로운 조약에 끌어들임으로써 무력 증강에 제한을 걸 필요가 있다.

【오사카(일본)=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9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는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정상회담을 위해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19.6.29
【오사카(일본)=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9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는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정상회담을 위해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19.6.29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은 INF를 깰 때부터 이미 중국을 새로운 INF 조약에 끌어들이려는 것을 생각했다"며 "중국의 핵·미사일 능력이 증강하고 있어 그 부분을 억제해야 한다는 게 미국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배치 지역이다. 에스퍼 장관은  배치 가능지역을 두고 "동맹국과 협의 등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면서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지만, 미국의 INF 탈퇴 이후 뉴욕타임스 등에서는 자국 전문가를 인용해 한국과 일본 배치 가능성을 언급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5일 "틀림없이 우리나라에도 배치될 것"이라며 "그러면 제2의 사드 사태가 날 수도 있다. 우리는 지정학적으로 도랑에 든 소"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현재로서 한국 배치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는 게 국내 군사·외교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방어라는 명분이 있던 사드와는 달리 사거리 3000㎞ 이상의 중거리 미사일이 한국이나 일본 지역에 배치할 경우 명확하게 중국을 겨냥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또 동북아 지역 내에서 반(反) 핵·미사일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재래식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경우 상대국의 국내 정치적 파장을 피하기가 어렵다는 것도 미국에게는 제한 조건이다. 미국은 아직도 한국에 사드를 '정식'이 아닌 '임시배치'하고 있는 상태다. 에스퍼 장관의 발언대로 몇 달 안에 배치하기에 한국과 일본은 시간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서울=뉴시스】괌 앤더스 공군기지에 계류중인  F-15 이글 전투기 모습. 2017.08.10. (사진=앤더슨 공군기지 홈페이지)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괌 앤더스 공군기지에 계류중인  F-15 이글 전투기 모습. 2017.08.10. (사진=앤더슨 공군기지 홈페이지)[email protected]
신 센터장은 "현재는 중국을 새로운 조약에 끌어들이기 위해 미국이 일부러 '노이즈 마케팅'(고의적 구설수를 이용해 인지도를 높이는 마케팅 기법)을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배치할 경우) 사드 이상의 폭발력이 있을 것"이라며 "중거리 미사일이 한반도에는 필요 없다. 중거리 미사일은 중국만을 타깃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에 배치될 경우 국내외 여론에서 많은 이견이 제기될 것"이라고 짚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 등 동북아 지역을 제외하더라도 미국의 태평양지역 중거리 미사일 실전배치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 보인다. 중국이 새로운 조약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이미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어, 미사일 실전배치를 통한 실질적인 미국의 압박이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장쥔(張軍) 유엔주재 중국 대사는 지난 2일(현지시간) 유엔 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중국이 군축협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중국이 미국, 러시아와 같은 수준이 아니라고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서을=뉴시스】주한미군이 경북 성주 초전면 사드기지에서 중장비 차량을 이용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배치 작업을 위한 평탄화 작업을 하고 있다. 2017.09.08.myjs@newsis.com (사진=뉴시스DB)
【서을=뉴시스】주한미군이 경북 성주 초전면 사드기지에서 중장비 차량을 이용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배치 작업을 위한 평탄화 작업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사진=뉴시스DB)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미국 입장에서는 기존에 미국과 소련 간 맺었던 INF에 중국이 빠지면서 중국을 포함시키는 문제가 시급하다"며 "중국이 응하지 않으면 실전배치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압박용(발언)은 아니고 실질적으로 여론을 보며 추진할 것"이라며 "중국과 협상을 하자고 하면서 협상이 안되면 배치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실전배치가 가장 유력한 지역으로 미국의 서태평양 전진 기지인 괌을 꼽았다. 미국령인 괌에서 베이징까지는 직선거리로 4000㎞ 정도로, 단시간에 배치가 가능하고 압박 메시지를 꾀할 수 있는 입지로 거론된다. 이외에 미군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오키니와 등도 언급된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미국이 한국을 배치 대상에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에 따라 오는 9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에스퍼 장관과 정경두 국방장관 간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중거리 미사일 배치 이야기가 거론될지도 관심이다.

우리 국방부는 이번 한미 국방장관회담 의제로 중거리 미사일 한국 배치에 대해서는 논의 조차 없었다는 입장이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우리 정부의 기본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며 "미국 측과 중거리미사일 도입과 관련해 공식 논의를 하거나 자체적으로 검토한 바 없고, 계획도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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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19/08/05 12:08:54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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