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프장 참사' 재구성…무전기 있었지만 터널서 무용지물

기사등록 2019/07/31 18:30:15

최종수정 2019/07/31 18:46:29

오전 7시10분 2명 들어가…이후 수문개방 통보

현대건설 직원, 대피시키러 들어갔다 함께 고립

현장소장 "오전 7시30분 전까지 비 안 왔었다"

기상청, 오전 5시 '서울·경기 등 비' 예보에 포함

터널 작업자와 현장관계자 소통방법도 전무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중부지방에 갑작스러운 폭우가 내린 31일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펌프장에서 작업자 3명이 고립되는 사고가 발생, 소방관계자들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이 중 1명은 구조됐으나 사망했다. 2019.07.3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중부지방에 갑작스러운 폭우가 내린 31일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펌프장에서 작업자 3명이 고립되는 사고가 발생, 소방관계자들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이 중 1명은 구조됐으나 사망했다. 2019.07.3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안채원 기자 = 31일 서울 시내 빗물펌프장 저류시설에서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된 가운데, 예고된 비 소식에도 무리하게 시설점검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 설명을 종합하면 이날 오전 7시10분께 현대건설 협력업체 직원 K(65)씨와 같은 소속 20대 미얀마 국적 직원 S씨는 펌프장 저류시설로 내려갔다. 전자자재 수거 방법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는데, 일상적으로 진행하는 시설점검 차원이었다.

그러나 곧 비가 내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전역엔 이날 오전 7시16분께부터 폭우가 쏟아졌다. 오전 7시30분 호우주의보가 내려졌고, 소방은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시설의 유지관리를 맡은 양천구는 오전 7시38분에 이를 현대건설에 알렸다. 각각 일정 수위가 되면 열리는 상류쪽 수문은 2분 뒤인 7시40분과 7시44분께 차례로 열렸다.

빗물은 시설작업 중인 K씨 등 직원 2명이 있는 하류 쪽으로 흘러왔다.

이후 이들에게 관련 소식을 알리기 위해 오전 7시50분 현대건설 대리 A(30)씨가 들어갔다. 그때까지 K씨 등은 틈새 작업 중이었다. 그리고 오전 8시10분께 이들이 나가야 하는 수문이 수압으로 인해 자동으로 잠기면서 이들 3명은 그대로 고립된 것이다.

현장 관계자들은 이날 현장점검은 일상적이었으며 비를 예측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현장소장은 "비가 오면 작업을 전면 중단시킨다"며 "오전 7시30분 전에는 비가 오지 않고 예보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상적으로 예보를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날 오전 5시 기상청 예보에도 서울과 경기도 지역 등에 비가 내릴 것이란 내용은 포함돼있었다.
【서울=뉴시스】서울 양천소방서에 따르면 31일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서울 시내 공사장에서 일하던 근로자 3명이 고립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직원 1명은 구조됐으나 사망했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서울=뉴시스】서울 양천소방서에 따르면 31일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서울 시내 공사장에서 일하던 근로자 3명이 고립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직원 1명은 구조됐으나 사망했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터널 내 작업자들과 밖에 있는 현장 관계자들이 원격으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 관계자는 "작업자들이 무전기를 들고 들어간 것으로 안다"면서도 "터널 안에서는 무전이 안 통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직원이 들어가있는 만큼 수문을 수동적으로 열고 닫을 수 없었는지와 관련해 도시기반시설본부장 관계자는 "이곳에서 5㎞ 정도 떨어진 현장 상류로 가서 직접 개폐를 해야 한다"며 "시운전 중이라 현장에 상주하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서울 양천소방서는 이날 오전 8시24분께 서울 목동운동장 인근 빗물펌프장 저류시설에서 근로자 3명이 고립됐다는 신고를 받았다.

사고 발생 약 2시간 뒤인 오전 10시26분께 현대건설 협력업체 직원 K씨는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오전 11시2분께 숨졌다.

K씨와 함께 고립됐던 A씨와 미얀마 국적의 직원은 수색 중이다.

소방당국은 오후 3시부터 수중 수색작업과 함께 배수 작업도 실시하고 있다. 시간당 수심 40㎝ 정도의 빗물이 빠지는 속도를 보이면서 향후 수색 작업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소방당국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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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프장 참사' 재구성…무전기 있었지만 터널서 무용지물

기사등록 2019/07/31 18:30:15 최초수정 2019/07/31 18:4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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