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미 경고 중단하고 대남 군사 압박 몰두

기사등록 2019/07/31 10:10:37

미 공격 미사일 탑재 잠수함 시찰했던 김정은

단거리 미사일 거듭 발사하며 대남 경고 집중

동맹 경시, 대선만 신경쓰는 트럼프 악용하는 듯

【서울=뉴시스】북한이 지난 25일 발사한 이스칸데르형 신형 미사일 시험 발사 장면. 북한은 31일에도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해 대남군사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2019.07.26. (출처=노동신문)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북한이 지난 25일 발사한 이스칸데르형 신형 미사일 시험 발사 장면. 북한은 31일에도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해 대남군사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2019.07.26. (출처=노동신문)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강영진 기자 = 북한이 또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불장난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다만 북한의 행보에는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이런 변화에는 미국도 은연중 관여돼 있다는 흐름도 느껴진다.

북한은 당초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을 미국을 향해 직접 요구하고 이를 관철하려고 군사적 압박을 시도했으나 자칫 미국을 잘못 건드렸다간 트럼프-김정은 러브라인(love line)이 깨질 염려가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이후 북한은 미국을 향한 경고는 중단하고 대남 경고에만 집중하고 있다. 한미군사훈련 중단과 F-35 전투기 도입 중단을 요구하는 압박을 미국이 아닌 한국을 향해서만 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갑작스럽게 조우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달 중순 핵실무협상을 시작하겠다고 합의했었다. 그런데 실무협상 시작 시한이 임박한 16일 북한 외무성은 8월 실시예정인 한미합동군사훈련 '동맹 19-2'의 중단을 요구하면서 실무협상이 열리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을 향한 직접적인 경고였다.

이어 지난 23일 김정은 위원장이 3,000t급 잠수함 건조현장을 방문해 미국에 대한 잠수함발사미사일(SLBM) 발사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과시했다. 이는 미국을 향한 군사적 압박 행보로 해석됐다.

흥미롭게도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한 외무성과 김위원장의 대미 압박 행보에 반응하지 않았다. 자신과 김위원장의 관계가 좋다고 주장해온 것과 상충하는 일이어서 입에 담기 껄끄러웠는지 모른다.

이어 북한은 25일에는 원산에서 지난 5월 시험발사한 것과 동일한 이스칸데르형 미사일 시험발사를 했다. 이날 김정은 위원장은 '남조선당국자'(문재인 대통령)를 향해 "최신무기 반입이나 군사연습과 같은 자멸적 행위를 중단하고 하루빨리 지난해 4월과 9월과 같은 바른자세를 되찾기 바란다는 권언을 남쪽을 향해 오늘의 위력시위사격소식과 함께 알린다"고 발언했다. 매우 이례적이고 무례한 발언이었다.

그런데 김위원장이 잠수함 현장을 방문한 사건을 무시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번엔 오히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미국의 안보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식으로 의미를 축소하는 발언을 거듭했다. 심지어는 남북한 사이에 오랜 분쟁이 있기 때문에 늘상 벌어지는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스칸데르형 미사일이 한미연합군의 대북 미사일 방어망을 무력화할 위험성이 있다는 경고는 애써 모른 척하는 모습이었다.

한편 미 백악관 고위당국자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25일을 전후해 판문점에서 북한과 접촉했고 이 자리에서 북한은 실무협상이 "빠른 시기에 열릴 것"이라고 미측에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런 뒤 북한은 31일 새벽 다시 단거리 미사일 2발을 발사했고 이를 두고 미 당국자들은 다시 미국의 안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의미를 축소하는 발언을 했다.

일련의 과정을 보면 북한 외무성이 실무협상 무산을 경고하자 미국이 실무협상 약속 준수와 대미 군사압박 중단을 요구했고 미국의 경고에 놀란 북한이 이를 받아들인 듯한 모양새다. 미국에 대한 압박을 중단한 것은 물론 실무협상을 곧 열 것이라고 달랜 것이다. 김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친밀감을 강조하면서 '남쪽은 끼어들지 말라'고 문대통령을 배척해온 북한이 충분히 취할 만한 행보였다.

이후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용인하는 듯한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거듭함으로써 대남 군사 압박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이와 발맞추듯 '우리민족끼리'나 '메아리'와 같은 대남 매체들도 한미합동군사훈련과 F-35 도입과 관련해 한국 정부를 맹비난하는 기사를 매일 내보내고 있다. 한미군사훈련을 핑계로 당초 미국을 향해 발했던 실무협상 무산 경고는 사라지고 대남 압박만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의미나 중요성은 전혀 안중에 두지 않는 모습이다. 김위원장과 자신 사이의 러브라인을 과시해 (북미 핵협상이) 잘 될 것이라는 기대가 사그라들지 않도록 하는데만 집중하는 듯하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북한이 자신의 재선에 재를 뿌리는 행동만 하지 않는다면 한미동맹은 어떻게 되든 신경쓰지 않는지 모른다.

이같은 흐름은 북미가 은연중에 손잡고 한국을 압박하는 모양새라는 의심마저 일으킨다. 음모론일 수 있으나 최소한 한미동맹을 중시하지 않는 듯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태도를 북한이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알 수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이같은 태도는 한국 정부의 한미동맹에 대한 의지를 테스트하면서 내년 주한미군 주둔비 협상에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일으키고 있다. 최근 방한한 볼튼 미 안보보좌관이 내년도 주둔비를 50억 달러로 5배까지 늘릴 것을 요구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이를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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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대미 경고 중단하고 대남 군사 압박 몰두

기사등록 2019/07/31 10:10:37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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