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제산업성 양식 맞춰 수출허가 서류 준비해야
서약서에 "대량살상무기 생산에 수입제품 사용 불가" 명시
수입업체 사장 직접 서명…최종 사용 국가까지 밝혀야
최근 3년간 불화수소 조달 실적·제조공정 등 요구
서류 준비에만 1~2주 소요…최종 승인까지 최대 90일
【서울=뉴시스】이승재 기자 = 일본 정부가 '불화수소 등 전략물자를 민간 목적으로만 사용하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국내 기업들에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한 이후 새로 생긴 서류 절차다.
13일 뉴시스가 입수한 일본 수출허가 관련 서약서에는 이런 내용이 담겼다. 이 서약서는 일본 경제산업성에서 요구하는 양식으로 최종 수입업체의 사장 또는 준하는 권한을 가진 자가 직접 서명해야 한다.
일본은 지난 4일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조과정에 필요한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와 포토레지스트(감광액),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개 소재·부품에 대한 한국으로의 수출규제 절차 강화를 공식 발표했다.
이전까지 일본 기업들은 이 3개 품목을 한국에 수출할 때 한 번만 포괄적으로 허가를 받으면 3년간 개별품목에 대한 심사를 면제받았다.
서약서를 보면 수입한 전략물자는 핵무기나 생화학무기, 미사일과 같은 대량살상무기(WMD) 생산에 사용할 수 없다고 나와 있다. 또한 제품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세이프가드(안전조치)에 적용되지 않고 민간 목적으로만 쓰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국내 기업은 수입하려는 소재·부품과 이를 활용해 만드는 제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기재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구매자와 위탁자, 사용자 정보를 모두 적고 최종 사용지(국가)까지 밝히도록 했다. 해당 제품은 역수출할 수도 없다. 이 경우 일본 경제산업성에 사전 동의를 얻어야 한다.
불화수소 수입 절차는 더 까다롭다. 서약서 말고도 수입자의 사업 내용과 등기부 등 회사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최근 3년간 불화수소 조달 실적과 최종 제품 생산 상황도 알려야 한다. 해당 제품을 사용하는 공장의 제조 공정 관련 자료도 필요하다.
불화수소는 금속 제련과 반도체, 화합물 제조 등에 쓰인다. 군사용으로는 신경작용제에 활용할 수 있다. 실제 수출통제체제 국제협약인 호주그룹(AG)은 생화학무기 전용 가능성을 이유로 불화수소를 통제하고 있다.
앞서 일본 측은 이번 수출규제 강화 조치의 주요 원인이 일본산 불화수소 불법 반출에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일본으로부터 수입된 불화수소가 북한을 포함한 국제연합(UN) 결의 제재 대상국으로 유출됐다는 어떠한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라고 반박한 바 있다.
이 자료들은 전략물자를 수출하는 일본 기업에 먼저 보내진다. 해당 업체는 이를 기반으로 양식에 맞춰 서류를 작성하고 이후에 일본 경제산업성에 제출하게 된다. 즉, 수출 허가 심사에 앞서 서류 준비에 들어가는 기간만 1~2주가 추가된 셈이다. 이후 심사 절차에는 최대 90일이 걸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류가 갖춰지지 않으면 심사 자체가 진행되지 않는다"며 "이미 일본 업체에서는 이달 안으로 제품을 선적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상황이라고 전달해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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