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비정규직 파업 D-1…"취지는 알겠는데 아이들은?"

기사등록 2019/07/02 11:42:05

급식·돌봄 노동자 9만5000여명 총파업 예고

"아이 볼모로 파업…어른이 해선 안될 행동"

"불편 감수해야…노동권 배우는 계기" 반론

2일 오후 교육당국·비정규직노조 막판 협상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지난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서울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회원들이 '학교비정규직노동자 총파업 돌입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07.01.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지난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서울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회원들이 '학교비정규직노동자 총파업 돌입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07.01.myj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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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인우 고가혜 기자 = "초등학교 1학년인 우리 아이가 학교에 갔다가 돌아와서 저와 남편이 퇴근할 때까지 아무도 돌봐주는 사람 없이 혼자 있을 생각을 하면, 공포스럽죠."
 

8살 딸을 둔 직장인 황모(35)씨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오는 3일부터 예고된 학교비정규직의 총파업 때문이다.
 
아직 방학을 맞지 않은 전국 대부분 학교에 향후 사흘 간 급식·돌봄 공백 사태가 닥칠 것으로 보인다.
 
급식조리사·돌봄전담사 등 교육공무직 노동자 9만5000여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가 오는 3~5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총파업에 참여하기로 하면서다.
 

이들은 비정규직 철폐와 차별 해소에 관한 정부 정책이 퇴보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기본급 인상, 복리후생비 수당 차별 해소 등을 요구하고 있다.
 
황씨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면 파업도 가능한 권리"라면서도 "그런데 파업으로 아이들이 피해를 본다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를 혼자 남겨두는 것에 대한 공포를 알면서도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어른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또 "아이 엄마인 친구들 중 일부는 매우 혼란스러워하며 부모 중 한 명이 휴가를 써야겠다고도 했다"며 "휴가를 쓰지도 못하고, 방과 후 학원을 보낼 수도 없고, 아이를 맡길 곳도 없는 부모들은 그냥 당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학부모들이 많이 모이는 온라인 카페에서도 이같은 우려가 쇄도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비정규직 근무 조건을 개선하자는 취지의 투쟁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아이들의 급식까지 중단해가며 아이들을 볼모로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불만을 표했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박백범 차관 주재로 학교 비정규직 총파업 대응방안 마련을 위해 열린 전국 시도부교육감 회의에서 한 참석자가 고민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오는 3일부터 학교 급식조리원과 돌봄전담사 등 전국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임금인상과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돌입할 예정이다. 2019.07.01.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박백범 차관 주재로 학교 비정규직 총파업 대응방안 마련을 위해 열린 전국 시도부교육감 회의에서 한 참석자가 고민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오는 3일부터 학교 급식조리원과 돌봄전담사 등 전국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임금인상과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돌입할 예정이다. 2019.07.01.  ppkjm@newsis.com
또 다른 네티즌은 "학부모회에서 간단한 음식을 준비하겠다고 했는데도 안된다고 했다더라"며 "도시락을 준비 못하는 아이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파업의 취지를 생각하면 이같은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 네티즌은 "불편한 것이 파업"이라며 "방학 때 파업하는 것은 아무 효과가 없다. 아이들을 볼모로 하지 말라는 것은 역으로 말하면 아이들을 볼모로 비정규직의 파업권을 막는 것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다른 네티즌은 "노동자의 파업권에 대해 일찍부터 교육하는 계기도 될 것"이라며 "아이들 역시 불편하겠지만 누군가의 권리를 찾는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고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실질적으로 아이들에게는 큰 지장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도 있다.
 
8살 아이의 아버지인 이모(39)씨는 "아이가 급식 먹는 걸 싫어해서 신청을 해놓고도 다른 음식을 싸주거나 밖에서 사먹게 한다"며 "방과 후에도 바로 학원 차를 타고 가기 때문에 평상시에 돌봄을 학교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했다.
 
학교 주변 태권도장 등 학원에서 부모의 퇴근시까지 아이들을 맡아 주겠다고 나선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교육당국과 학비연대는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모처에서 막판 교섭을 벌인다. 파업을 하루 앞두고 극적인 타결로 급식·돌봄 공백을 막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join@newsis.com, gahye_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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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19/07/02 11:42:05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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