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김준수도, 아서도 성장했다···뮤지컬 '엑스칼리버'

기사등록 2019/06/28 06:01:00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어린 시절에 본 ‘아서왕의 전설’은 마법과 우정의 박물관이었다. 선한 이미지의 정형화된 것들이 박제돼 있었다.

이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막한 EMK뮤지컬컴퍼니의 국산 창작뮤지컬 ‘엑스칼리버’(연출 스티븐 레인)는 아서의 그로테스크한 성장에 방점을 찍는다. 아서왕의 본격적인 성인식이라고나 할까.

‘엑스칼리버’는 영국의 건국 신화를 담은 ‘아서왕 이야기’가 바탕이다. 평범하게 살다가 왕의 운명을 힘들게 받아들이는 아서는 완전무결한 존재가 아니다. 용의 기운을 타고 난 그는 순간마다, 불 같은 성격을 드러낸다. ‘용의 불길을 다스려 숨결을 가져와’야 하는데 이런 그의 성정은 갈등을 만들어낸다.

2부에서 양아버지가 이복누나 ‘모르가나’의 음모로 죽음을 맞이한 뒤 평정심을 잃고 자신의 오른팔 ‘랜슬럿’, 심지어 아내 ‘기네비어’까지 몰아세운다. 이는 랜슬럿, 기네비어가 사랑을 나누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자신을 배신한 랜슬럿, 기네비어를 처단하려는 순간 아서는 성장한다. 칼을 내려놓고 그들을 캐멀럿에서 추방하는 것으로 일을 마무리한다. 갖은 고난에도 그는 나라를 구하기 위해 칼을 든다.

아서의 성장과 함께 이 역을 맡은 김준수(32)의 성장도 도드라진다. 아서는 가창력뿐만 아니라 내면의 연기력까지 필요한 캐릭터인데, 김준수는 공연의 전체 리듬을 파악하고 연기 톤의 강약을 조절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평온한 세상에서 다소 유약한 아서를 연기하는 1막에서 특유의 쇳소리를 자제하고 넘버를 부드럽게 소화한 것이 예다. 단지 이름값과 가창력으로만 톱 뮤지컬 배우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증명하는 작품이다. 같은 혼란스러운 감정이더라도, 보컬의 이완을 조절하며 채도를 다르게 만들었다. 아서왕의 카리스마가 극에 달하는 2막에서는 그의 철성(鐵聲)이 극화된다.

김준수는 전 소속사와 갈등으로 힘겨운 시절을 보내던 2010년 바로 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벼락 같이 뮤지컬배우로 데뷔했다. EMK의 첫 작품이던 뮤지컬 ‘모차르트!’의 타이틀롤이었다.

이 뮤지컬 역시 성장담이었는데, 당시에는 소년의 서사였다. ‘엑스칼리버’는 어른의 서사다. 김준수는 이렇게 폭풍처럼 성장했다. 비현실적으로 여겨질 것 같던 성장담은, 바로 여기 성장통으로 치환된다. 뮤지컬만이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였던 김준수, 엑스칼리버로만 세상과 소통하려던 아서는 모두 세상의 풍파에 깨지고 긁힌 상처를 망토에 감추고 성인이 되는 방법을 완전히 익혔다.

엄홍현 총괄 프로듀서가 이끄는 EMK도 마찬가지로 성숙했다.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은 EMK는 ‘모차르트!’, ‘엘리자벳’ 등 주로 대형 유럽풍의 라이선스 뮤지컬을 선보이며 성장했다. 최근 몇 년 새 ‘마타하리!’, ‘웃는남자’ 등 대형 창작 뮤지컬 제작에 주력하고 있다. ‘엑스칼리버’는 이 회사의 세 번째 창작뮤지컬이다.

국내에서 ‘지킬앤하이드’로 이름을 알린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마타하리’ ‘웃는남자’ 그리고 ‘엑스칼리버’에 모두 참여했다. ‘엑스칼리버’의 음악은 와일드혼의 종합 선물세트라 부를 법하다. 감미로운 발라드, 웅장한 현악 편성의 넘버 등이 고루 섞였다.

특히 아서 넘버의 전주에 등장하는 켈틱 플루트, 기네비어 넘버에 자주 등장하는 기타 선율 등 캐릭터에 맞는 주제 넘버 설정이 특기할 만하다.

‘엑스칼리버’는 2014년 3월 스위스의 세인트 갈렌 극장에서 '아더-엑스칼리버(Artus-Excalibur)'라는 타이틀로 첫 선을 보이며 개발 중이던 작품이다.

이후 EMK가 월드와이드 공연 판권을 확보, 작품의 타이틀을 뮤지컬 ‘엑스칼리버’(Xcalibur)로 변경했다. 5년 간 100억원대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으로 그로테스크한 무대와 서정적인 조명 사용이 일품이다. 대작 치고도 많은 70명이 무대 위에 등장하는 등 돈을 들인 티가 팍팍 난다. 

대작은 헐렁한 이야기를 눈감아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마타하리’ ‘데스노트’ 극작가 아이반 멘첼이 손 댄 대본은 수긍할 만한 설득력도 갖췄다. 어린 시절 천대 받았던 트라우마로 이복동생 아서로부터 후계자 지위를 찬탈하려는 모르가나 사연이 예다. 특히 그간 수동적으로 여겨지던 기네비어를 무술에 능하며 자신의 앞길을 개척하려는 여성으로 그린다. 남성 서사로 무게추가 쏠릴 뻔했는데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를 했다.

김준수의 아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랜슬럿의 이지훈, 모르가나 역의 신영숙, 기네비어 역의 민경아 등 주연급 등이 고루 활약한다. 아서는 뮤지컬스타 카이, 이 작품으로 뮤지컬에 데뷔하는 그룹 ‘세븐틴’의 도겸이 나눠 맡는다. 8월4일까지 세종문화화관 세종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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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김준수도, 아서도 성장했다···뮤지컬 '엑스칼리버'

기사등록 2019/06/28 06:01: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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