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산속 군부대 저유고 기름유출 우려 확산

기사등록 2019/06/21 10:07:26

유류 유출 가능성 크지만 제대로 관리·제어 안돼

시민단체 "쉬쉬하던 판도라 상자 열렸다" 지적해

【서울=뉴시스】서초동 옛 정보사 부지.2019.05.31(제공=엠디엠그룹)
【서울=뉴시스】서초동 옛 정보사 부지.2019.05.31(제공=엠디엠그룹)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옛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 부지에서 유류 오염토가 검출된 가운데 서울시내 곳곳에 있는 군부대에서 토양이 상당히 오염돼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초 용산미군기지 안팎의 토양 오염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우리 군이 주둔하는 곳에서도 토양오염이 진행 중일 수 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21일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국방위원회)에 따르면 2015년 12월 경기도 안양으로 이전한 옛 정보사 부지에서 오염물질인 석유계 탄화수소 TPH의 농도가 최대 3만3300ppm 검출됐다. 이는 현행 토양환경보전법상 허용치인 800ppm의 40배 이상이다.

TPH가 검출된 면적은 축구장 3분의 1크기인 2200여m²에 달했다고 김 의원은 설명했다. 해당 구역에는 TPH 외에도 벤젠, 크실렌, 불소 등 오염물질이 기준치의 10배, 18배, 10배 수준으로 검출됐다고 했다.

국방부는 정보사 부지 오염에 대해 “정화공사 추진 작업 중 정밀조사 재실시, 사업방식 재검토 등의 과정을 거치느라 정화공사 시작이 지연됐다"고 해명했다.

지난달에는 용산구에 있는 국방부 영내 일부 부지에서 기름에 오염된 토양이 발견돼 진행 중이던 공사가 중단된 사례가 발생했다. 지난해 6월 시작된 국방부 영내 군 검찰단 신축공사 현장에서 기름에 오염된 토양이 나와 공사가 전격 중단된 것이다. 이 토양에서도 기준치 4배 수준(8896ppm)에 달하는 TPH가 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토양오염 사실이 확인되면서 서울시내 타 군부대에서도 유류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보사 부지를 담당하는 서초구 관계자는 "서울시내 모든 군 시설이 산 속에 있어 도시가스가 없어서 (연료로) 보통 경유를 사용한다"며 "경유를 쓰려면 저장탱크가 필요한데 그 탱크에서 오염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언 서울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팀장은 "서초구 사태는 그간 오염이 발견됐던 곳보다 특별히 더 심하다. 게다가 3년 동안 방치했다는 게 더 큰 문제"라며 "강남 한복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게 하다니 국방부가 안일한 게 아닌가"라고 따졌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고 말했다.

서 위원은 "1980년대까지 지어진 군부대는 기름탱크로 에너지를 공급했는데 탱크와 파이프관 사이 이음새가 약하다. 그리고 그 이음새가 땅 속에 있는 경우가 많아서 부식돼도 파보지 않으면 모른다"며 "정보사 부지 건도 토지 매각 단계에서 토양을 조사하는 단계에서 뒤늦게 밝혀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만 그랬겠냐. 군 내 알만 한 사람을 다 알고 있었다. 군내 군수라인에 유류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장교들은 알고 있었다"며 "1960년대부터 70년대, 80년대까지 서울에 새로 지은 군 시설이 한두동이 아니다. 환경부가 조사를 시작하고 어느 단계가 되면 오염 정도가 봇물 터지듯 드러날 것이고 전수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국방부가 감당 못할 수준까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군 내부의 무사안일주의가 이번 사태에 한몫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서 위원은 "일반 주거지는 연료를 가스로 바꿨지만 군부대는 기름을 계속 썼고 개선사업도 안했다. 1980년대까지는 저유고를 다 금속으로 된 탱크로 만들었다"며 "부대 관리자는 대부분 2년마다 바뀐다. (저유고에) 문제가 있어도 예산이 엄청나게 드니 얘기를 꺼내봐야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아 아예 거론을 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군부대의 오염실태는 용산미군기지 반환 과정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서 위원은 "2000년대 초반에 SOFA 개정 논란 때 협상 테이블에서 미군기지 오염 문제가 다뤄지면 미측 장교들이 '너희도 오염이 심한데 왜 유독 우리한테 그러냐'고 했다. 이 내용은 협상에 들어갔던 국장급 고위 군인으로부터 들은 내용"이라며 "미군이 우리 군부대 상황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알고 있으니 미측이 협상이 불리해지면 우리나라 과장이나 국장한테 그런 식으로 대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에 주둔하는 우리군과 미군의 유류 유출로 인한 토양오염을 방지하려면 유류저장고의 품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담당자들은 조언한다.

서초구 관계자는 "기름 탱크들이 처음에는 문제가 안 되지만 오래되면 녹이 슬면서 저장돼있던 유류가 유출된다"며 "유출되는 게 육안에 보이는 데도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아닐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유류가 새고 있는데 그걸 몰라서 유출량이 많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요즘은 주유소도 저장탱크 주변에 콘크리트로 보호시설을 설치한다"며 "탱크를 오래 사용하면 파손돼 유출이 가능하므로 산에 있는 군 시설도 이중벽 탱크 등 보호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시내 군부대 오염실태를 공개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동언 팀장은 "군사시설이란 이름으로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토양이 오염되면 지하수를 통해서 주변 주민에게 피해를 준다. 특히 지하수는 고여 있어서 언제든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서울과 수도권에 군부대가 많이 있는데 시민과 전문가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공개검증을 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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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산속 군부대 저유고 기름유출 우려 확산

기사등록 2019/06/21 10:07:26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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