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정체성 발언' 지적 vs '비판 핵심은 당 민주주의'
하태경 "우리당, 대선 여론조사 많이 나오는 분 유승민"
문병호 "정체성으로 손대표 신임 묻는다면 명확히해야"
권은희 "손 대표 측근 이찬열, 양아치X 발언…여성 비하"
"양아치는 괜찮고 찌질이는 안 된다는 것이 옳으냐"
【서울=뉴시스】이승주 유자비 기자 =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오신환 원내대표가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폐지하라며 간만에 한목소리를 냈으나, 최고위원들은 '유승민 전 대표의 정체성 훼손' 발언을 두고 바른정당계와 손학규계 간에 또 공방전을 벌였다.
여기에 "손 대표 측근인 이찬열 의원이 바른정당계 의원에게 '양아치X'이라고 발언했다"는 주장까지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손 대표가 임명한 지명직 최고위원인 문병호 전 의원은 5일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유 전 대표가 며칠 전 대학 특강에서 손 대표 체제가 바른미래당 정체성을 훼손한다고 했다"라며 "손 대표 체제가 어떤 정체성을 지향하기에 당 정체성을 훼손한다는 뜻인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손 체제는 중도개혁이나 제3의 길을 지향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어느 누구보다 우리 당 정체성을 제대로 지향한다"라며 "만약 지향점 때문에 우리 당의 정체성을 훼손한다고 본다면, 그런 비판을 하는 유 전 대표야말로 당 정체성을 훼손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 전 대표는 건전하고 개혁적인 중도보수가 우리당 정체성인양 주장했는데 통합선언문이나 창당 정강정책을 읽어보고 하는 말인지 궁금하다"며 "당 정강정책 어디를 봐도 우리당이 건전하고 개혁적인 중도보수를 지향한다는 내용이 없다"라고 했다.
이 같은 발언에 바른정당계 하태경 최고위원은 "문 최고위원을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고 사실관계를 체크하려 한다"며 "유 전 대표의 대학 강연을 봤는데, 지금까지 손 대표 체제의 문제점을 비판한 핵심은 당 민주주의다"라고 말했다.
그는 "개혁적 중도보수란 것은 우리당이 창당할 때 안철수 전 대표와 유 전 대표가 합의해 발표한 '합리적 중도'와 '개혁적 보수'를 합친 것이다. 이 내용이 길어서 '개혁적 중도보수'로 압축해서 쓰는 표현일 뿐 다른 것이 아니다"라며 "창당정신을 그대로 이야기한 것인데 곡해하는 일 없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당에서 대선 여론조사 결과 가장 많이 나오는 분은 유 전 대표다. 소중한 자산이다"라며 불편한 심기를 표했다.
바른정당계 이준석 최고위원도 "문 최고위원 말씀 듣고 깜짝 놀라 유 전 대표의 발언이 창당정신과 합당선언문과 대치되는지 급히 읽어봤다"며 "이 선언문을 단순히 누군가가 일필휘지해 쓴 것이 아니라 양당간 합당과정에서 교감을 통해 마련된 문서인 만큼, 작성 과정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은 해석을 달리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라고 했다.
연이은 반박에 문 최고위원이 다시 받아쳤다. 그는 "이 최고위원 말씀이 제 의견이다"라며 "합리적 중도, 개혁적 보수가 만났으니 그 정체성은 공존하는 것인데, 일부분을 전체인양 오해했다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유 전 대표 말을 정확히 듣지 못했지만, 손 대표 퇴진 요구가 보궐선거 표가 적어서가 아니라 당 정체성을 잘못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중요한 부분이다. 당 정체성에 대해 토론했으면 한다"라고 했다.
이에 이 최고위원은 "상호 재반박 형태라 유감이다"라고 했고, 문 최고위원은 "당 정체성 가지고 대표 체제나 신임을 묻는다면 그 부분을 명확히해달라"고 또 맞받았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전일 의원총회에서 오간 이찬열·이혜훈 의원간 설전도 언급됐다. 권은희 최고위원은 "의총 도중 이찬열 의원이 밖으로 나가며 주변인에게 들리도록 (이혜훈 의원에 대해) '양아치X'이라고 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3선 의원, 그것도 교육위원회 위원장이 동료 여성의원에게 비교육적인 막말하는 것이 놀랍다"라며 "이는 명백한 여성 비하 발언이다. X를 차치하더라도 '양아치'가 뭔가. 흡연피해법 발의해놓고 금연구역에서 담배 피우다 걸리는 것이 양아치 아닌가"라고 비꼬았다.
그는 "이찬열 의원은 유 전 대표를 향해 당 갈등 분열을 조장하는 말을 해서 윤리위원회에 제소됐지만 면제받았다"며 "이 의원은 괜찮고 하 최고위원만 징계절차로 가는 것이 옳은가 오늘도 묻고 싶다"라고 했다. 이어 "양아치는 괜찮고 찌질이는 안 된다는 것이 옳은가. (이언주 의원의 손학규 대표를 향한 발언인) '찌질이'가 당원권 정지 1년 조치가 됐다면 양아치는 그 배 이상이 돼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또 "이찬열 의원은 손 대표의 최측근이자 자신이 손학규라는 말을 들을 정도의 사람이라며, 대표와의 관계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한다"면서 "그런 말을 할 때도 손 대표는 아무 제재 않고 들었다. 이 모든 상황이 손 대표의 복심이란 오해를 충분히 부를 만하다. 든든한 백이 있으니 막말을 해도 전혀 상관 없다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손 대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 같은 공방전이 계속되자 손 대표는 "기자 여러분께 민망하다. 참아달라"며 중재한 뒤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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