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용산구 위주로 증여건수 증가해
2~3채 가진 다주택자, 보유 압박에 증여
대출 받기 위해 법인명의 부동산 매입도
물건을 내놓아도 팔리지 않아 증여 선택
"증여 늘면 매물 없어…집값 하락 더딜듯"
【서울=뉴시스】김가윤 기자 = 대출규제, 세금인상 등 정부의 강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다주택자들은 집을 내놓는 대신 '버티기'에 들어갔다.
다주택자들이 매매 대신 증여나 법인명의 매입 등을 택해 시장에 나오는 매물이 줄어들면, 하반기까지 거래 절벽은 이어지고 집값 하락폭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 전체 증여건수는 2020건으로 전월 1813건에 비해 200여건 늘었다.
지난 1월 증여건수 2457건을 기록한 이후 공시가격 발표가 이어지던 2~3월 증가세가 주춤했으나, 공시가격이 확정되고 재산세 부과 기준일(6월1일)이 가까워오자 점차 증여건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고가주택이 모여 있는 강남구와 용산구 위주로 증여건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용산구의 경우 지난달 증여건수는 167건으로 전월 92건 대비 급격하게 늘었다. 강남구의 지난달 증여건수는 318건으로 전월 130건 대비 크게 늘었다.
증여는 다주택자들이 세금폭탄을 피하기 위한 절세 방법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지난해 4월 양도세 중과조치 적용 이전인 3월 3602건이나 증여되기도 했다.
지난해 말부터 9.13 대책으로 다주택자들의 보유세 부담이 커졌을 뿐만 아니라 대출도 막혀, 올해 상반기에 주택을 처분하려는 문의가 은행에 쇄도하고 있다.
강태욱 한국투자증권 PB부동산팀장은 "대부분의 다주택자들이 세금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문의한다"며 "높은 양도세까지 내면서 매각을 한다고 해도 매각하며 생긴 현금을 자녀에게 증여하면 또 증여세를 내야하기 때문에 사실상 세금만 놓고 보면 증여 외엔 답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강 팀장은 "특히 2~3채를 갖고 있는 다주택자들이 보유세 압박을 느끼고 절세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보유세가 너무 많으니까 본인이 여러 채 갖고 있기 부담스러워 법인으로 넘기거나 증여를 하는 등 명의를 변경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 역시 "다주택자일 경우 양도할 때 할증될 세금과 증여했을 때 부담하게 될 세금을 비교해 어떤 것이 더 유리한지 묻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다주택자 대출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법인대출을 받거나 1주택자 혜택을 누리기 위해 법인명의로 부동산을 매입하는 사례도 증가했다.
토지·건물 정보플랫폼 밸류맵이 2018년 1분기와 2019년 1분기 실거래가 신고된 서울 단독·다가구 주택 5479건의 소유자 자료를 전수 조사한 결과, 법인의 단독·다가구 주택 매입 비중이 2018년 1분기 11.2%에서 2019년 1분기 21.9%로 증가했다.
안 부장은 "법인명의로 부동산을 사면 법인세, 배당세 등 세금이 따로 붙기 때문에 절세 방법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대출 때문에 법인으로 사겠다는 사람들이 많다"며 "현재 양도세와 보유세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다주택자들이 버티다 못해 물건을 내놓아도 팔리지 않아 증여를 택하기도 한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전문위원은 "정부가 다주택자를 범죄자 취급하니까 팔아버리고 싶은데 내놔도 안 팔려서 상반기 중에 정리하려고 증여를 택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기본적인 절세 방법인 공동명의 등은 이미 해놓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안 팔리는 것은 증여 외엔 답이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다주택자들이 증여나 법인명의 매입으로 버티기에 들어가면, 시장에 나오는 매물은 점차 줄어들고 가격 조정도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이 다주택자들을 옥죄는 데는 효과를 내고 있지만 집값을 크게 하락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 위원은 "보유세 강화나 대출 규제 압박을 통해서 가격을 떨어뜨린 매물들이 나오고 거래가 돼서 가격이 안정되길 정부는 바라는 건데, 다주택자들이 증여를 많이 선택하면 가계 기준으로 주택수 분산 효과는 떨어진다"며 "시중에 여전히 저가 매물이 안 나온다는 거니까 가격이 하락하는 정도나 속도에 실망감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부동산 거래돼야 하는데 편법으로 증여하거나 편법으로 기업체가 매입하게 되면 일반 매입자와 매수자간 거래가 안 된다"며 "모두가 증여를 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정부 정책이 효과가 없다고는 말할 수 있지만, 정부 규제로 정상거래가 이뤄지지 못하고 왜곡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email protected]
다주택자들이 매매 대신 증여나 법인명의 매입 등을 택해 시장에 나오는 매물이 줄어들면, 하반기까지 거래 절벽은 이어지고 집값 하락폭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 전체 증여건수는 2020건으로 전월 1813건에 비해 200여건 늘었다.
지난 1월 증여건수 2457건을 기록한 이후 공시가격 발표가 이어지던 2~3월 증가세가 주춤했으나, 공시가격이 확정되고 재산세 부과 기준일(6월1일)이 가까워오자 점차 증여건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고가주택이 모여 있는 강남구와 용산구 위주로 증여건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용산구의 경우 지난달 증여건수는 167건으로 전월 92건 대비 급격하게 늘었다. 강남구의 지난달 증여건수는 318건으로 전월 130건 대비 크게 늘었다.
증여는 다주택자들이 세금폭탄을 피하기 위한 절세 방법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지난해 4월 양도세 중과조치 적용 이전인 3월 3602건이나 증여되기도 했다.
지난해 말부터 9.13 대책으로 다주택자들의 보유세 부담이 커졌을 뿐만 아니라 대출도 막혀, 올해 상반기에 주택을 처분하려는 문의가 은행에 쇄도하고 있다.
강태욱 한국투자증권 PB부동산팀장은 "대부분의 다주택자들이 세금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문의한다"며 "높은 양도세까지 내면서 매각을 한다고 해도 매각하며 생긴 현금을 자녀에게 증여하면 또 증여세를 내야하기 때문에 사실상 세금만 놓고 보면 증여 외엔 답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강 팀장은 "특히 2~3채를 갖고 있는 다주택자들이 보유세 압박을 느끼고 절세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보유세가 너무 많으니까 본인이 여러 채 갖고 있기 부담스러워 법인으로 넘기거나 증여를 하는 등 명의를 변경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 역시 "다주택자일 경우 양도할 때 할증될 세금과 증여했을 때 부담하게 될 세금을 비교해 어떤 것이 더 유리한지 묻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다주택자 대출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법인대출을 받거나 1주택자 혜택을 누리기 위해 법인명의로 부동산을 매입하는 사례도 증가했다.
토지·건물 정보플랫폼 밸류맵이 2018년 1분기와 2019년 1분기 실거래가 신고된 서울 단독·다가구 주택 5479건의 소유자 자료를 전수 조사한 결과, 법인의 단독·다가구 주택 매입 비중이 2018년 1분기 11.2%에서 2019년 1분기 21.9%로 증가했다.
안 부장은 "법인명의로 부동산을 사면 법인세, 배당세 등 세금이 따로 붙기 때문에 절세 방법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대출 때문에 법인으로 사겠다는 사람들이 많다"며 "현재 양도세와 보유세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다주택자들이 버티다 못해 물건을 내놓아도 팔리지 않아 증여를 택하기도 한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전문위원은 "정부가 다주택자를 범죄자 취급하니까 팔아버리고 싶은데 내놔도 안 팔려서 상반기 중에 정리하려고 증여를 택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기본적인 절세 방법인 공동명의 등은 이미 해놓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안 팔리는 것은 증여 외엔 답이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다주택자들이 증여나 법인명의 매입으로 버티기에 들어가면, 시장에 나오는 매물은 점차 줄어들고 가격 조정도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이 다주택자들을 옥죄는 데는 효과를 내고 있지만 집값을 크게 하락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 위원은 "보유세 강화나 대출 규제 압박을 통해서 가격을 떨어뜨린 매물들이 나오고 거래가 돼서 가격이 안정되길 정부는 바라는 건데, 다주택자들이 증여를 많이 선택하면 가계 기준으로 주택수 분산 효과는 떨어진다"며 "시중에 여전히 저가 매물이 안 나온다는 거니까 가격이 하락하는 정도나 속도에 실망감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부동산 거래돼야 하는데 편법으로 증여하거나 편법으로 기업체가 매입하게 되면 일반 매입자와 매수자간 거래가 안 된다"며 "모두가 증여를 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정부 정책이 효과가 없다고는 말할 수 있지만, 정부 규제로 정상거래가 이뤄지지 못하고 왜곡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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