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외고 폐지 정책 제동…국교위 설립 동력 의문
고교학점제·내신절대평가·공영형사립대 도입 늦어져
대입개편·방과후 영어·직업계고 현장실습 정책 '유턴'
【세종=뉴시스】 이연희 기자 = 10일부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2년이 지났다. 지난 2년간 교육 공공성 강화 기조에 따라 사립유치원 회계투명성 제고 등 성과도 있었지만, 현장과 동떨어진 정책을 섣부르게 추진했다가 감당해야 하는 진통이 적지 않았다.
특히 큰 물줄기를 바꾸는 교육개혁 과제는 아직 진행 중이다. 야당의 반대로 입법과정이 순탄치 않거나 사법부의 제동에 걸린 공약 등도 험로를 걷고 있다. 학생부 전형대신 정시 수능 위주 전형을 늘린 2022 대입개편 공론화처럼 여론 반발에 끝내 공약을 포기해야 했던 순간도 종종 연출됐다.
◇2년만에 체제개편 역부족…입법환경 녹록치 않아
문재인 정부는 국가교육위원회를 설립하고 초·중등 교육은 각 시도교육청에 이양해 교육정책 거버넌스를 바꾸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교육부는 고등·평생교육 정책을 집행하는데 한정하게 된다.
이를 위해 임기 첫해인 2017년 12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국가교육회의를 설립했다. 지난 3월에는 이후 10년 이상의 중·장기 교육정책을 맡게 될 국가교육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합의제 기구로 세우는 법안을 발의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설치하겠다는 구상을 내놨지만 추진 동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권 중반을 향해 가는 상황인 데다 내년에 총선거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7일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국가교육위원회 설립법은 지난 대선 당시 모든 정당의 공약이었던 만큼 여야에서 신속히 처리해 줬으면 한다"고 국회에 특별히 당부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자립형사립고·국제고·외고에서 떨어지면 선호하는 일반고에 진학하지 못하도록 한 '이중지원 금지' 정책은 지난달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다만 자사고 우선선발을 금지한 정책은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각 교육청이 지난달부터 진행 중인 2주기 자사고 평가기준을 높여 서울·전북 등 일부 지역 자사고가 다시 행정소송 등 불복을 예고한 상태다.
교육부는 지난 2017년 학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립대 입학금을 2022년까지 폐지하도록 했다. 재정난이 심각하다는 대학들의 아우성이 높아지자, 이후 사립대 정책은 상대적으로 느슨해졌다는 평이 나온다.
지난해 실시한 2주기(2017~2019)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에 따라 하위대학은 퇴출하고, 상위 대학은 정원을 줄이지 않아도 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국고사업과 연계해 중위권 대학은 정원감축을 유도하기는 했으나, 2021년 기본역량진단 전까지 1만명을 줄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하위대학을 퇴출하기 위한 법·제도조차 아직 국회에 계류돼 있다.
당초 올해 도입하기로 했던 '공영형 사립(전문)대' 정책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지역 사립대에 운영비 일부를 지원하고, 공공성을 높이는 정책이지만, 재정당국은 사립대에 운영비를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올해 한 차례 정책효과를 살피기 위한 연구만 발주해, 내년도에 반영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태다.
문재인 정부는 서남대 폐교로 사학비리 정책의 본보기를 보이는 듯 했다. 주로 언론에 폭로된 사안에 중점을 두고 강도 높은 감사를 실시했다. 해당 대학들이 반발해 행정소송으로 맞대응하는 경우도 있어, 아직 사학비리를 잡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유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 3년차부터는 교육 신뢰 회복을 위해 사학혁신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상반기 중에는 고등교육 혁신방안을 내놓기로 한 만큼 대학에 대한 드라이브도 강해질 전망이다.
◇현장 혼란·반발에 오락가락 갈지자 행보도
임기 초반 개혁 속도를 높이다 현장 반발에 부딪혀 방향 전환한 정책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정책이 2022학년도 대입개편이다. 학생부 위주 전형으로 대입전형을 간소화하고 수능 절대평가, 고교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를 실시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지만 모두 좌초됐다.
교육부는 당초 2017년 2021학년도 대입제도를 개편하려다 학생부종합전형이 불공정하다는 여론에 부딪혀 1년을 미뤘다. 유례없이 4가지 시나리오를 두고 국가교육회의 차원의 국민적 공론화도 거쳤다. 그러나 결국 문재인 정부 공약과 달리 정시 수능 위주 전형을 늘리고 상대평가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에 교육부는 2022학년도부터 각 대학에 정시 비율을 지난해 기준 23.8%에서 30%로 높이도록 권고했다. 수능 주요과목을 지금처럼 상대평가 체제로 유지하기로 했다.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시기도 2022년에서 다음 정권인 2025년으로 3년을 미뤘고, 내신 절대평가제 역시 2025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유치원과 초등 1·2학년의 방과후 영어 수업도 현장의 혼란이 만만치 않았다. 지난 2014년 공교육정상화법을 시행으로 초등 1·2학년 영어교육이 금지되면서 방과후 영어 수업은 지난해 2월 28일까지만 한시적으로 허용된 바 있다.
김상곤 전 부총리는 유치원도 방과후 영어수업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오히려 사교육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자 정책숙의 과제로 정했다. 지난해 10월 유 부총리는 취임 직후 유치원 영어 방과후 교육을 허용하고 나섰다. 이미 법으로 금지됐던 초등 1·2학년 영어 방과후 교육도 다시 법 개정을 해야 했다.
직업계고 현장실습 정책도 2년간 변화 폭이 컸다. 지난 2017년 제주도에서 고(故) 이민호군을 비롯한 직업계고 학생들이 현장실습 도중 사고로 연달아 사망하자 현장실습 안전 규정이 대폭 강화했다. 조기취업 형태의 현장실습을 폐지하고, 3개월 내 제한적으로 학습중심의 현장실습을 허용했다.
그 결과 현장실습에 참여하는 기업 수가 급감했고 취업률도 급락했다. 현장실습에 참여하며 최저임금을 받던 학생들이 월 20만원의 현장실습비만 받게 되자 현장의 원성이 높았다.
그러자 교육부는 지난 1월 다시 현장실습 참여 기업에 대한 잣대를 낮추고 기업 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유턴(U-turn)했다. 대신 각 직업계고에 전담 노무사를 배치하고 학생들이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했다.
대학교 시간강사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강사법은 지난 2011년 제정됐으나 대학과 강사가 모두 반발하며 7년간 유예되다 지난해 12월 개정으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8월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현장의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 2학기 2주치의 방학 중 임금 예산을 확보했고 해고 위기의 강사들에게 지원할 연구비 예산도 추경으로 288억원 확보했다. 대량해고를 막기는 어렵다는 대학가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강사단체들은 이미 2만 명이 1학기에 해고됐다고 추정했다.
교육부는 지난 2년간 "교육현장에서 신뢰가 낮은 측면이 있고, 현안 대응에 치중하다보니 장기정책에 대한 준비가 미흡했다는 점이 아쉽다"고 자체평가를 내렸다. 현장에서 소통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언급했다.
대구대학교 김민희 교수(교육학)는 "추진동력이 높은 정권 초반에 국가교육위원회 설립 등 법 개정이 필요한 체제 개편을 우선 실시하고 후반부에 구체적인 정책을 챙기는 방식을 택했어야 하는데 초반부터 민감한 대입개편을 공론화 방식으로 결정하면서 교육정책 신뢰도까지 떨어진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초·중·고 단위 교육정책은 일부 성과를 거두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대학교육 등 정책에 집중하는 것이 유효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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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큰 물줄기를 바꾸는 교육개혁 과제는 아직 진행 중이다. 야당의 반대로 입법과정이 순탄치 않거나 사법부의 제동에 걸린 공약 등도 험로를 걷고 있다. 학생부 전형대신 정시 수능 위주 전형을 늘린 2022 대입개편 공론화처럼 여론 반발에 끝내 공약을 포기해야 했던 순간도 종종 연출됐다.
◇2년만에 체제개편 역부족…입법환경 녹록치 않아
문재인 정부는 국가교육위원회를 설립하고 초·중등 교육은 각 시도교육청에 이양해 교육정책 거버넌스를 바꾸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교육부는 고등·평생교육 정책을 집행하는데 한정하게 된다.
이를 위해 임기 첫해인 2017년 12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국가교육회의를 설립했다. 지난 3월에는 이후 10년 이상의 중·장기 교육정책을 맡게 될 국가교육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합의제 기구로 세우는 법안을 발의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설치하겠다는 구상을 내놨지만 추진 동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권 중반을 향해 가는 상황인 데다 내년에 총선거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7일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국가교육위원회 설립법은 지난 대선 당시 모든 정당의 공약이었던 만큼 여야에서 신속히 처리해 줬으면 한다"고 국회에 특별히 당부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자립형사립고·국제고·외고에서 떨어지면 선호하는 일반고에 진학하지 못하도록 한 '이중지원 금지' 정책은 지난달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다만 자사고 우선선발을 금지한 정책은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각 교육청이 지난달부터 진행 중인 2주기 자사고 평가기준을 높여 서울·전북 등 일부 지역 자사고가 다시 행정소송 등 불복을 예고한 상태다.
교육부는 지난 2017년 학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립대 입학금을 2022년까지 폐지하도록 했다. 재정난이 심각하다는 대학들의 아우성이 높아지자, 이후 사립대 정책은 상대적으로 느슨해졌다는 평이 나온다.
지난해 실시한 2주기(2017~2019)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에 따라 하위대학은 퇴출하고, 상위 대학은 정원을 줄이지 않아도 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국고사업과 연계해 중위권 대학은 정원감축을 유도하기는 했으나, 2021년 기본역량진단 전까지 1만명을 줄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하위대학을 퇴출하기 위한 법·제도조차 아직 국회에 계류돼 있다.
당초 올해 도입하기로 했던 '공영형 사립(전문)대' 정책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지역 사립대에 운영비 일부를 지원하고, 공공성을 높이는 정책이지만, 재정당국은 사립대에 운영비를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올해 한 차례 정책효과를 살피기 위한 연구만 발주해, 내년도에 반영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태다.
문재인 정부는 서남대 폐교로 사학비리 정책의 본보기를 보이는 듯 했다. 주로 언론에 폭로된 사안에 중점을 두고 강도 높은 감사를 실시했다. 해당 대학들이 반발해 행정소송으로 맞대응하는 경우도 있어, 아직 사학비리를 잡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유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 3년차부터는 교육 신뢰 회복을 위해 사학혁신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상반기 중에는 고등교육 혁신방안을 내놓기로 한 만큼 대학에 대한 드라이브도 강해질 전망이다.
◇현장 혼란·반발에 오락가락 갈지자 행보도
임기 초반 개혁 속도를 높이다 현장 반발에 부딪혀 방향 전환한 정책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정책이 2022학년도 대입개편이다. 학생부 위주 전형으로 대입전형을 간소화하고 수능 절대평가, 고교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를 실시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지만 모두 좌초됐다.
교육부는 당초 2017년 2021학년도 대입제도를 개편하려다 학생부종합전형이 불공정하다는 여론에 부딪혀 1년을 미뤘다. 유례없이 4가지 시나리오를 두고 국가교육회의 차원의 국민적 공론화도 거쳤다. 그러나 결국 문재인 정부 공약과 달리 정시 수능 위주 전형을 늘리고 상대평가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에 교육부는 2022학년도부터 각 대학에 정시 비율을 지난해 기준 23.8%에서 30%로 높이도록 권고했다. 수능 주요과목을 지금처럼 상대평가 체제로 유지하기로 했다.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시기도 2022년에서 다음 정권인 2025년으로 3년을 미뤘고, 내신 절대평가제 역시 2025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유치원과 초등 1·2학년의 방과후 영어 수업도 현장의 혼란이 만만치 않았다. 지난 2014년 공교육정상화법을 시행으로 초등 1·2학년 영어교육이 금지되면서 방과후 영어 수업은 지난해 2월 28일까지만 한시적으로 허용된 바 있다.
김상곤 전 부총리는 유치원도 방과후 영어수업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오히려 사교육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자 정책숙의 과제로 정했다. 지난해 10월 유 부총리는 취임 직후 유치원 영어 방과후 교육을 허용하고 나섰다. 이미 법으로 금지됐던 초등 1·2학년 영어 방과후 교육도 다시 법 개정을 해야 했다.
직업계고 현장실습 정책도 2년간 변화 폭이 컸다. 지난 2017년 제주도에서 고(故) 이민호군을 비롯한 직업계고 학생들이 현장실습 도중 사고로 연달아 사망하자 현장실습 안전 규정이 대폭 강화했다. 조기취업 형태의 현장실습을 폐지하고, 3개월 내 제한적으로 학습중심의 현장실습을 허용했다.
그 결과 현장실습에 참여하는 기업 수가 급감했고 취업률도 급락했다. 현장실습에 참여하며 최저임금을 받던 학생들이 월 20만원의 현장실습비만 받게 되자 현장의 원성이 높았다.
그러자 교육부는 지난 1월 다시 현장실습 참여 기업에 대한 잣대를 낮추고 기업 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유턴(U-turn)했다. 대신 각 직업계고에 전담 노무사를 배치하고 학생들이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했다.
대학교 시간강사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강사법은 지난 2011년 제정됐으나 대학과 강사가 모두 반발하며 7년간 유예되다 지난해 12월 개정으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8월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현장의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 2학기 2주치의 방학 중 임금 예산을 확보했고 해고 위기의 강사들에게 지원할 연구비 예산도 추경으로 288억원 확보했다. 대량해고를 막기는 어렵다는 대학가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강사단체들은 이미 2만 명이 1학기에 해고됐다고 추정했다.
교육부는 지난 2년간 "교육현장에서 신뢰가 낮은 측면이 있고, 현안 대응에 치중하다보니 장기정책에 대한 준비가 미흡했다는 점이 아쉽다"고 자체평가를 내렸다. 현장에서 소통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언급했다.
대구대학교 김민희 교수(교육학)는 "추진동력이 높은 정권 초반에 국가교육위원회 설립 등 법 개정이 필요한 체제 개편을 우선 실시하고 후반부에 구체적인 정책을 챙기는 방식을 택했어야 하는데 초반부터 민감한 대입개편을 공론화 방식으로 결정하면서 교육정책 신뢰도까지 떨어진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초·중·고 단위 교육정책은 일부 성과를 거두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대학교육 등 정책에 집중하는 것이 유효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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