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2년, 집값은 잡았지만…거래절벽에 시장은 '깜깜'

기사등록 2019/05/09 14:28:43

'실수요 위주 주택시장 안정화' 일관성 유지

대출·세제·청약규제…'조세형평' 공시가 손질

거래절벽, 하향안정세 vs 시장 위축 엇갈려

주택공급 확대…지방 침체·미분양 '예의주시'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사진=KTV 제공)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사진=KTV 제공)

【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한국 부동산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각종 규제 완화를 통한 부동산경기 부양책으로 청약시장엔 투기 수요가 몰리며 이상과열이 빚어졌고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서민들의 내집 마련의 꿈은 점점 멀어져 갔다. '빚내서 집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민적 광풍이 불면서 부동산시장의 거품은 부풀었고 가계부채 문제도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이의 대척점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투기수요를 억제하고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대출·세제·청약제도를 손봤고 3기 신도시 등 대규모 주택 공급 계획도 발표했다. 전문가들에게선 '참여정부때보다 더한 고강도 규제'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렇다면 취임 만 2년을 맞는 이 시점의 성적표는 어떨까.

부동산업계는 문재인 정부가 치솟는 집값에 어느정도 제동을 거는데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취임후 여러차례에 걸쳐 굵직한 부동산 대책을 통해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시장 안정화' 기조를 실현하기 위해 한 발씩 내딛은 결과다.

정부는 2017년 6월19일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규제를 강화하는 것을 시작으로 8월2일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지정, 재건축·재개발 규제, 양도세 강화 등 단기 투기수요 억제 방안을 내놨다.

같은해 10월24일엔 신DIT 도입,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조기 도입 등 가계부채종합대책을, 11월29일엔 생애주기별·계층별 주거지원 방안 및 공적지원주택 100만 가구 공급을, 12월13일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 등을 각각 발표했다.

이듬해 7월5일엔 신혼부부 및 청년 주거지원 방안을, 8월27일엔 수도권 공공택지 30여곳 추가 개발, 9월13일엔 종부세 최고세율 최고 3.2% 중과, 세부담 상항 300% 상향, 과표 3억~6억원 구간 신설 등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중 집값 하향세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건 9.13대책 이후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둘째주 이후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멈추고 26주 연속 하락했다.

가격 하락폭은 집값이 급격히 올랐던 지난 수년간에 비해서는 미미한 수준이다. 정부 역시 완만한 하향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서민들의 소득 대비 집값이 여전히 비싸다고 보고 있다. 최근 들어 강남 재건축시장 등에서 낙폭이 줄어드는 등 일부 반등 조짐도 보이고 있다.

거래량은 크게 줄었다. 거래절벽이라고 할만한 수준이다. 급매물만 소진될뿐 추격 매수가 따라붙지 않아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5만1357건으로 전년동기대비 44.7% 감소하며 2006년 관련 통계치를 집계한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소유주와 수요자 모두 시장을 관망하고 있는데에서 기인한다. 수요자들은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란 기대감에 섣불리 매수에 나서지 않고 있고 집주인들은 정권이 바뀌면 집값이 다시 오를 수 있다는 경험칙과 양도세 중과 등에 대한 부담 등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 보유세 등의 기준이 되는 올해 토지·주택 공시가격이 예상보다 강력하지 않다는 점도 작용했다.

거래절벽에 대해선 시장의 분석이 엇갈린다. 계단식 하향안정세로 진입해 집값이 조정되고 있다는 분석과 시장 위축 요인이 되고 있다는 우려다. 일각에선 강남 재건축단지 반등으로 바닥을 찍은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대출규제와 청약요건 강화로 청약시장 과열 현상은 진정되는 모양새다. 올해 1분기 서울에서 분양한 단지의 청약경쟁률은 평균 8.6대 1로 직전 분기 37.5대 1보다 크게 낮아졌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은 13.8대 1로 16대 1보다 하락했다. 청약가점 역시 서울이 직전 분기 57점에 비해 10점 이상 떨어진 44점에 그쳤다. 수도권은 38점으로 직전 분기 45점 대비 커트라인이 내려갔다.

다만 청약시장의 쏠림 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입지 여건이 좋거나 향후 가치 상승이 기대되는 지역과 단지를 중심으로 청약 수요가 몰렸다. 주변 시세보다 낮게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택지 분양 단지는 '로또 분양'으로 불리며 여전히 높은 인기를 보이고 있다. 힐스테이트 북위례의 경우 1순위 청약자가 7만명 넘게 몰리며 평균 77.28대 1을, 송파 위례 리슈빌 퍼스트클래스는 평균 70.16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대출 규제가 가계부채 관리에는 도움이 되지만 서민의 내집 마련 기회의 통로를 좁히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현금 부자들이 알짜 미분양주택을 사들이는 '줍줍' 현상도 등장했다. 이와관련해선 분양가를 투명하게 공개해 현실화하고 실수요자들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제도를 촘촘하게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정부는 집값 안정을 위해 공급량도 늘리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7일 3기 신도시 2곳을 추가 지정하며 수도권 86곳에 주택 30만호를 공급하는 계획안을 완성했다. 2018년~2022년 연평균 입주물량은 수도권 24만9000호, 서울 4만3000호로 5년 평균치의 30~40%보다 많다. 30만호는 2023년 이후 공급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3기 신도시는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고양 창릉, 부천 대장 지구로 각 330만㎡ 이상 규모, 총 3274㎡에 17만3000호가 들어설 예정이다.

반대로 미분양에 대한 우려도 높다. 지역경기 침체로 집값이 동반 하락하고 있는 울산, 경남을 비롯해 미분양이 적체되고 있는 경기 지역에 대규모 공급이 진행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뚜렷한 대책은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이다.

정부가 호기롭게 추진한 주택·토지 공시가 현실화와 분양원가항목 확대는 깜깜이 기준, 형평성 논란 등이 제기되며 조세형평, 투명성 제고라는 당초 취지가 얼룩졌다.

공시가의 경우 조세형평 차원에서 현실화율(시세반영률)을 높이겠다고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표준단독주택은 53%(1.2%p↑), 토지(표준지가)는 64.8%(2.2%p↑), 공동주택은 지난해와 같은 68.1%에 그쳤다. 2~3% 고가토지·주택을 중심으로 공시가를 조정하면서 인상률은 예년보다 높은 수준으로 결정됐다.

다만 개별 토지·주택 공시가를 산정하면서 기준을 제각각 적용하거나 서울 일부 지자체 등이 공시가를 낮게 산정한 정황이 포착돼 국토부가 처음으로 재검토 및 요청을 하는 등 혼선을 빚었다. 산정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시민단체가 감사원 감사 청구를 하기도 했다.

분양원가 공시항목은 참여정부 때와 같이 62개로 확대했다. 분양원가를 투명하게 공개해 분양가를 합리적으로 책정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첫 공개 대상 단지인 힐스테이트 북위례부터 건축비 등 원가가 부풀려진 정황이 드러나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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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2년, 집값은 잡았지만…거래절벽에 시장은 '깜깜'

기사등록 2019/05/09 14:28:43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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