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아버지·친모 범행 전날 모텔서 하룻밤
혐의 부인 친모 상대 '공모 경위' 규명 집중
가정불화 의혹 속 성범죄신고 영향 끼쳤나
보복살인 무게 두고 다각도 수사 진행키로
【광주=뉴시스】신대희 변재훈 기자 = 30대 계부가 자신의 성범죄를 신고한 중학생 의붓딸을 살해·유기한 사건에 친모가 공모한 정황이 드러났다.
다만, 친모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의붓아버지의 진술만으로 사건의 실체와 진실을 규명할 수 없는 상황이다.
친모의 조력 경위, 보복살해 배경, 정확한 범행 동기 등은 향후 경찰 수사에서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친모, 범행 어디까지 개입했나
광주 동부경찰서는 1일 중학생 딸을 숨지게 해 유기한 혐의(살인·사체유기)로 의붓아버지 김모(31)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범행에 가담한 친모 유모(39)씨를 살인공모·사체유기 방조 혐의로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이 두 차례 조사한 김씨의 진술 내용에 따르면, 부부는 지난달 26일 오후 4시께(추정, 4월27일 가능성도 제기) 전남 목포시 한 마트를 찾았다.
김씨는 마트에서 범행 도구(청테이프·노끈·마대자루)를 구입했다.
유씨는 당시 김씨 사이에서 낳은 생후 13개월 남아와 함께 차량에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부부는 범행 도구 구입 뒤 목포 한 숙박업소에서 하루를 묵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날인 지난달 27일 오후 5시 김씨의 부탁을 받은 유씨는 목포역 주변에서 공중전화로 딸 A(12)양을 불러냈다.
이후 무안군 한 농로로 이동했고, 김씨는 이 과정에 자신을 성추행범으로 신고한 A양과 다퉜다.
김씨는 농로에 차를 세우고 뒷좌석에서 A양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범행 당시 운전석에 있던 유씨는 2살 아들을 돌본 것으로 알려졌다.
부부는 숨진 A양을 트렁크에 옮긴 뒤 광주 북구 자택으로 돌아왔다. 김씨는 12시간 가량 시신 유기 장소를 찾아다녔다.
경북 한 저수지에서 유기하려고 트렁크를 열었으나 A양의 휴대전화 불빛이 새어나와 전원을 끈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난달 28일 오전 5시30분께 광주 동구 한 저수지에 A양을 유기했다. 김씨는 귀가 직후 유씨에게 "힘들었겠네"라는 취지의 말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유기 사실이 들통날까 두려워 유씨와 함께 저수지를 방문했다 돌아갔다.
유씨는 성범죄 피해 신고 사실을 김씨에게 알렸고, 김씨의 살해 의사를 전해들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유씨가 딸의 성범죄 피해를 인지한 점 ▲공중전화로 A양을 친부의 자택 앞으로 불러낸 점 ▲범행 도구 구입과 살해 당시 차량에 있던 점 ▲유기 뒤 발언과 유기 장소를 방문한 것으로 추정되는 점 등을 토대로 공모 배경을 밝힐 계획이다.
◇가정불화 의혹 속 성범죄 신고…잔혹 범죄 영향 끼쳤나
유씨는 A양 친부와 이혼 직후인 2015년께 세 번째 남편인 김씨와 재혼했다. A양은 광주지역 유씨의 집에서 의붓아버지 김씨와 함께 살았다.
A양의 친조부모는 "손녀가 김씨와 갈등이 심했다. 김씨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A양을 자주 때렸고 집 밖으로 내쫓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친부는 지난해 초부터 A양을 자신이 사는 목포로 데려왔다.
친부의 만류로 A양은 김씨 부부와 연락을 끊었으며, 최근 친부에게 '김씨에게 성범죄 피해를 당했다'고 털어놨다.
A씨 친부는 지난달 9일 목포경찰서에 '김씨가 딸에게 두 차례에 걸쳐 사회관계망서비스로 음란물을 보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사흘 뒤에는 A양이 의붓언니와 담당수사관을 찾아가 "지난 1월 의붓아버지 김씨가 광주 한 산에 주차한 차량서 성폭행을 하려 했다"고 신고했다.
목포경찰은 A양을 상대로 피해 조사를 마친 뒤 관할 규정(가해자 거주지, 범죄 발생 장소)에 따라 광주경찰청으로 사건을 이송했다.
이 사이 유씨를 통해 성범죄 신고 소식을 접한 김씨가 유씨와 공모, 보복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유가족을 상대로 평소 A양과 이들 부부의 관계 등을 살펴보고 있다.
특히 '휴대전화를 이용하면 나오지 않을 수 있으니 (유씨에게)공중전화를 쓰라고 했다'는 김씨 진술로 미뤄 유씨와 A양의 관계도 확인할 방침이다.
◇의붓아버지 진술에만 의존…살해 동기 규명 총력
경찰은 보복살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특가법상 보복범죄 살인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다만 평소 가정불화를 겪었다는 주장과 김씨가 진술을 번복한 점, 부부의 최초 진술이 엇갈렸던 점으로 미뤄 다른 범행 동기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정씨가 다른 주장을 펼치거나 묵비권을 행사할 가능성, 김씨 진술을 모두 신뢰할 수 없는 점도 고려해 수사 중이다.
김씨 진술을 입증하기 위한 CCTV 영상 확보, 통신 기록 대조 등에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오전 11시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마치는대로 보강 조사를 이어간다.
유씨를 상대로는 공모 경위를 집중 추궁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김씨에 대한 성범죄 수사도 이어갈 예정이며, 현장검증 일정도 조율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 진술이 더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있지만,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살해 동기 규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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