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모가 공중전화로 딸 불러…의붓아버지가 차량서 살해 뒤 유기
범행 당시 친모 13개월 아들과 운전석에 함께 있던 것으로 추정
9일 성폭행 피해 신고 듣고 범행 공모 추정, 유기장소 다시 방문
경찰 관할지 규정 놓고 성범죄 사건 이송…안일한 대처 지적도
【광주=뉴시스】신대희 변재훈 기자 = 10대 여중생 딸을 살해·유기한 의붓아버지가 검거된 데 이어 범행을 공모한 친모가 긴급체포됐다.
'숨진 딸이 의붓아버지를 성범죄 가해자로 신고했다'는 이유로 이들 부부가 보복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관할지 규정을 이유로 사건을 이송, 의붓아버지에 대한 성범죄 수사를 본격화하지 않은 상황에 여중생이 숨지면서 안일한 대처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은 보복 범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성폭행 신고' 딸 살해한 의붓아버지·친모 검거
광주 동부경찰서는 30일 중학생 딸을 숨지게 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살인·사체유기)로 의붓아버지 김모(31)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친모 유모(39·여)씨를 범행에 가담한 혐의(살인공모·사체유기 방조)로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 27일 오후 5시에서 오후 6시 사이 전남지역 한 농로에 세워둔 차량에서 딸 A(12)양을 살해한 뒤 다음 날 오전 5시30분께 광주 동구 한 저수지에 유기한 혐의다. 유씨는 이를 공모·방조한 혐의를 받는다.
조사 결과 이들은 '김씨가 성폭행을 하려 했다'며 경찰에 신고한 A양을 따로 불러내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A양은 이달에만 두 차례에 걸쳐 성범죄 관련 수사를 경찰에 요청했으며, 유씨로부터 이를 전해들은 김씨가 '의붓딸을 죽이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유씨가 목포역 주변에서 공중전화로 A양을 불렀으며, 마트에서 미리 범행 도구(청테이프·노끈·마대자루)를 구입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경찰에 "차량 뒷좌석에서 A양을 목 졸라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또 "범행 당시 유씨는 2살 난 아들과 함께 운전석에 있었다. 숨진 A양을 트렁크로 옮긴 뒤 거주지인 광주로 이동, 유씨를 내려주고 시신 유기 장소를 물색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경북 문경시 한 저수지에 A양을 유기하려다 포기하고 12시간 가량 배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미리 챙긴 벽돌·마대를 이용해 저수지에 A양을 유기한 뒤 유씨와 다시 유기 장소를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은 지난 28일 오후 2시57분께 저수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 '성범죄 피해 신고'에 앙심 범행…경찰 안일 대처 도마
경찰은 이들이 A양이 사건 발생 보름 전후 성범죄 피해 사실을 두 차례나 신고한 것에 불만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경찰이 청소년 성범죄의 중대성을 감안, 신속한 대처를 했다면 보복범죄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A양은 지난 9일과 12일 친아버지·의붓언니와 함께 목포경찰서를 찾아 성범죄 피해 사실을 호소했다.
A양은 "지난 1월 의붓아버지 김모(31)씨가 광주 한 야산에 주차한 차량서 성폭행을 하려 했고, 사회관계망서비스로 두 차례에 걸쳐 음란물을 보냈다"고 신고했다.
목포경찰은 김씨가 강간미수·통신매체이용 음란죄 혐의를 받는다고 판단, A양 일정에 맞춰 14일 피해 사실을 조사했다.
이후 관할 규정에 따라 사건을 16일 광주경찰청으로 이송했다.
혐의를 받는 김씨의 거주지와 사건 발생지가 광주여서 사건 관할 규정에 따랐다는 설명이다.
목포경찰은 17일 피해 녹취록·영상과 조사 기록을 등기 우편으로 보냈지만, 광주경찰청은 23일에서야 해당 기록을 최초 로 검토했다.
광주경찰은 A양 친부가 24일 연락을 받지 않자, A양의 피해 조사에 동석했던 아동보호전문기관 직원에 협조(추가 조사와 휴대전화 임의제출 필요성 등 알림)를 당부했다.
이 사이 김씨는 성범죄 신고 사실을 알게 된 뒤 아내와 범행을 공모했다.
경찰은 A양 친부가 진정서 제출 전 전화로 친모 유씨에게 성범죄 피해 사실을 알렸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 사실을 전해들은 김씨가 유씨와 공모, 보복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A양의 유가족들은 경찰이 성범죄 수사 단계에서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보강 수사 중이었고, 혐의 사실이 구증되면 피의자를 불러 조사할 계획이었다.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고 밝혔다.
◇범행동기·경위에 수사 '촛점'…보복범죄 여부도 검토
경찰은 의붓아버지 김씨에 대한 2차례 조사를 통해 범행 경위와 유씨의 공모 사실을 밝혀냈다.
유씨가 성범죄 신고 사실을 알고 있었고 김씨의 부탁을 받고 공중전화로 A양을 불러낸 점, 살해 당시 차량에 함께 있었고 유기 장소를 찾았던 점 등으로 미뤄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봤다.
경찰은 이날 광주의 자택에 있던 유씨를 긴급체포했지만, 유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경찰은 김씨의 진술과 목포 시내 CCTV영상 분석 등을 토대로 유씨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나선다.
특히 김씨·유씨가 목포에서의 행적 등에 대해 엇갈린 진술을 하고 있는 점에 주목, 유씨를 집중 추궁한다.
유족 조사를 통해 파악한 이들과 A양의 관계 등을 파악해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입증할 계획이다.
경찰은 A양이 성범죄 피해를 두 차례 신고한 점, 이 소식을 들은 김씨가 살해 의도를 밝히고 범행 도구를 준비한 점, 유기장소를 물색한 점 등을 토대로 특가법상 보복범죄 살인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한다.
경찰은 오는 5월1일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마치는대로 보강 조사를 이어간다. 유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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