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자친구들과의 성관계 장면 몰래 촬영
경찰, 자택 압수수색으로 USB 등 증거 확보
구속영장 발부…"범죄사실 소명·도망염려"
【서울=뉴시스】고가혜 기자 = 사귀던 여성들과의 성관계 장면을 몰래 촬영해 소장한 혐의를 받는 모 제약회사 대표 아들이 18일 구속됐다.
서울동부지법 권덕진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4시40분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이모(34)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권 부장판사는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범행내용·방법·횟수·기간 등에 의해 알 수 있는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등을 고려할 때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설명했다.
서울동부지법은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이씨에 대한 성폭력특별법상의 비동의 촬영 혐의 영장실질심사에 들어갔다.
심문은 약 40분만에 종료됐으며 이씨는 '피해여성에게 할말 없느냐', '촬영물 유포한 적 있느냐', '혐의 인정 하느냐'는 등 취재진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법원을 빠져나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10여년간 자신의 침실과 화장실 등에 카메라를 설치해 교제하던 여성들과의 성관계 장면을 몰래 촬영한 혐의를 받는다. 이씨는 모 제약회사 대표의 2세인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지난달 10일 고소장을 접수받은 뒤 압수수색 등을 통해 이씨가 불법적으로 촬영한 성관계 영상 수백건을 확보했다. 경찰은 영상분석 작업을 통해 지금까지 확인한 피해자만 총 34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씨의 범행은 그의 전 여자친구 A씨가 변호인을 통해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드러났다. A씨는 지난해 이씨가 전 여자친구들과의 성관계 영상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챘고, 본인과의 성관계 장면도 촬영됐다는 사실을 파악한 뒤 고소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씨의 죄질이 무겁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지난 15일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이를 받아들인 검찰이 16일 영장을 청구했다.
또 경찰은 이씨가 불법촬영물을 유포하거나 유통한 혐의를 추가로 확인하기 위해 서울경찰청에 디지털포렌식 조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는 카메라 등을 이용해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했을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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